"대권은 지불가만(志不可滿), 저는 부족한 사람"
"박 대통령 인사, 소통 아쉽다"
"선진화법, 민주주의 기본인 과반수 다수결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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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진과 질의응답하는 정의화 국회의장 |
(서울=포커스뉴스) 19대 국회 하반기를 이끈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로서 임기를 마쳤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갖고 "숨 가쁘게 달려 온 여정을 뒤로 하고 국회를 떠나게 된다"며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고민한다고 해서 논란이 예상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국감 폐지론을 얘기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 저도 지금 보도를 통해서만 보고있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 운영에 관계되는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지 않겠나. 거부권은 가능한한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국회법 내용은 그간의 국회가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통해서 보여준 여러가지 부정적인 행태들, 막말이나 증인들을 많이 모셔두고 제대로 질문도 하지 않는 그런 경우, 장·차관에게 아주 닥달하는 그런 모습들로 인해서 국민들께서 상당히 우려를 많이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것 때문에 걱정 하시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제 우리 국회도 상당히 성숙해가야한다. 올해로 헌정 29년째에 들어가는데 정말 성숙한 국회가 되려고 하면 의원 개개인이 품격히 높은 그런 언행을 해주셔야 한다.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해서 일어나는 어떤 현안을 조사하는데 있어서는 국민의 편에 서야 한다.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가 국민을 위해서 문제가 정확하게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방지할 수 있는지, 대책은 무엇인지 현안 조사 청문회를 해야한다.
어제 제가 얘기를 들어보니 미국에서는 16건의 청문회가 미국의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전 세계적으로 국정감사 하는 곳이 우리 밖에 없다.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을 제가 '작은 청문회'라고 얘기했다. 상임위 차원에서 현안 중심의 '작은 청문회'를 하자는 것. 소위를 구성해서 할 수도 있는 그런 작은 청문회로 생각했다. 이것이 시행되면 20대 국회에서는 바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하고 그것을 통과시켜서 국감을 올해부터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려 했다. 현재까지 국감의 폐해가 여러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상임위에서 일어났던 얘기를 재탕, 삼탕하는 경우도 있고 일년내내 있었던 법안을 한번에 묶어 얘기하다보니 시의적절성도 많이 떨어졌다. 어떨 때는 정치인들의 정치적인 어떤 제스처를 언론에 노출하는 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런 잘못된 것이 많았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국감을 없애고 청문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고 본 거다.
-국회법에 따르면 새누리당으로 자동 복당하도록 돼있다. 근데 정당법상에는 입당 원서를 자발저그올 쓰게 돼있다. 결국 복당의사가 없어도 국회법, 정당법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입당원서를 써서 복당 하는 모양새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오늘 아침 보도를 보니까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최경환, 김무성 두 전 대표가 합의를 하고 당을 다시 한번 추스려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제 거취는 새누리당이 정말 대오각성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당으로거듭난다면 (남아 있을 것). 그러나 우리가 지금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인 그런 보수로 남고 정말 삶에 있어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국민을 위한 따뜻한 보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제 인식이 계속 된다면 자동 입당이 되더라도 탈당할 수 있을 것. 그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동안 몇차례 기자들에게 말씀하셨던 정치결사체, 중도세력 빅텐트 등이 대권행보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향후 행보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외곽에서 우리 정치가 잘되기 위해서 어떤 조언을 하는 정치원로 집단과 같은 것도 하나의 결사체라 할 수 있고 또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결사체로 본다. 그 점에 대해 10월까지 고민한다고 말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건전한, 그리고 아주 미래지향적인 그런 중도세력을 규합을 할 필요는 있다는 생각 하고 있다.
대권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얼마전에 우연히 봤는데 공자께서 도를 깨치시고 한 여러 말씀 중 하나가 지불가만(志不可滿). 자기의 뜻을 다 가득채우는 것 불가능하다는 뜻. 사람은 부족하니까 그것을 뛰어넘어 채우려하면 폐가망신 할 수 있다는 의미. 저는 여러가지로 부족하다. 다만 의장으로서 주어진 의장직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여러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불가만이라는 말로 답변을 대체하겠다.
-정당을 만든다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과 연계할 생각이 있나? 손학규 더민주 전 대표와는 뜻을 같이 할 생각이 있는지?
▲제가 정당 만들겠다고 단언한 적이 없는다. 그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만 했다. 아직 아기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이름을 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
손학규 선배가 우리 당에 있을 때 제가 그때 초선이었는데 굉장히 가까웠다. 인간적으로도 물론 가까웠다. 또 제가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다. 당을 달리하는 바람에 거리가 좀 멀어졌만 마음으론 늘 훌륭한 선배라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꼭 손학규 선배와 하나의 당으로 묶어서 정치를 같이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3년을 넘어섰다. 입법부 수장으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잘한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저는 아쉬운 점은 인사. 인사는 물론 대통령 고유권한입니다만 저는 좀 더 탕평인사가 됐으면 좋지 않나 생각한다. 또 흔히 소통 문제를 얘기합니다만 그런 점이 좀 미흡했지 않나. 그 이외에는 대통령으로서는 조국과 국민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한한 대통령이 더 잘하도록 옆에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장께서는 남북 관계 개선, 동서화합 등을 강조해왔다. 남북문제 국회 회담을 성사시키지 못해 아쉬워했는데 동서화합 특히 교착상태 빠진 남북문제에 대해 어떤 구상하고 있나? 북 주민들을 위해 공생병원 1호를 지원하겠다는 의견도 말씀해주셨는데 퇴임 이후 출범하는 정치적결사체에서 남북 문제 등 포괄적 해법도 찾는 것인가?
▲남북 국회 회담이 안 된 것은 참 아쉽다. 그리고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 제재가 실시됐는데 우리가 비교적 초기에 개성공단을 철수했다.저는 그것이 아쉬웠다.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안될때까지 버텨보고 우리가 이것을 철수하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도저히 명분이 서지 않는다 하는 그 시점까지 기다렸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닫기는 쉬워도 열기는 어렵기 때문. 개성공단은 수년 전부터 해오던일이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사실 제가 의장을 퇴임하고 나면 북한 의료지원에 대해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생각했다. 한스 자이델 재단 고문 맡기로 구두합의도 받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북 핵실험과 미사일발사로 인해서 다 중단됐기 때문에 저로선 참 안타깝다. 앞으로 지금은 대화를 이야기할 국면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면 북한이 그동안 우리에게나 국제적으로 보여준 모습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것. 그래서 무신불립이란 말 있듯이 북한은 대화를 요청하기 이전에 신뢰할 수 있는 행동 보여줘야한다. 과거에 보여줬던 여러 불신의 행태에 대해 이제는 사과와 인정을 해야 한다. 신뢰를 줄 수 있는 그런 행동이 나타난다면 대화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
-의장께서 보시기에 차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떤 유형, 어떤 철학의 분이 당선돼야한다고 생각하나?
▲이제는 우리사회가 굉장히 다양해졌다. 세계적으로 경제를 보면 무역은 7위, 경제규모도 거의 10위권. 이렇게 다양하고 아주 볼륨이 커진 나라를 어느 한 사람이 다 듣고 보고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특히 제가 신경외과 의사 출신으로서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이제는 어느 특출한 한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서 잘할 수 있는 그런 그룹이 중요하다. 서태지 한 명 가지고 서태지가 성공할 수는 없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 아이들과 여러 음악 해주는 사람들과 구상하는 사람들 그 팀워크에서 좋은 결과 나온다. 저는 이제 나라 경영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개인에게 맡겨서 의존하는 방식은 시대적으로 지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판단을 하셔야 하는 분이다. 그래서 상당히 소박하고 소통도 잘 되는 분이 당선돼야 한다. 소통이라는게 남의 말을 잘 듣고 그 말이 옳으면 자기를 고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소통도 잘하고 소신을 갖고 우리 민족의 염원과 소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 즉 장·차관이나 청와대 구성하는 그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박근혜정부가 잘한 점은 워낙 많아서 정리 해서 드리겠다. A4용지로 몇장 써서 다음에 전달하겠다.
- 국회선진화법때문에 19대가 최악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앞으로 국회선진화법은 어떻게 해야 하나?
▲헌법재판소가 권한쟁의 가결을 한다고 하니까 헌재 판단도 봐야된다. 그렇지만 저는 대화와 타협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있는 선진 수준의 정치, 그런 국회만 된다면 선진화법이 있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19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임정치가 이뤄질 수 없었던 것. 국민이 새누리당을 다수당으로 선택했으면 새누리당이 책임을 갖고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선진화법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물건바꿔치기 했다. 혹은 뭘 좀 끼워해달라면서 백화점 끼워팔기처럼 했다. 있어선 안 될 일이 벌어진 것. 원래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인 과반수 다수결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과반수 다수결로 가더라도 언제나 우리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소수 의견 중 좋은 의견은 받아들여서 고치고 결론에 도달할 수 있게 가는 것이 진정한 다수결 민주주의. 한참 얘기를 주고받기만 하고 소통할 생각 은 안하다가 시간이 없으니 다수결로 결정내자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제대로된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60%를 50%로 과반수로 바꾸는 법안을 냈다. 국회법 87조에 따라 안건조정안으로 채택이 됐고 지금 90일이 지났다. 그 90일이 언제냐면 5/19일. 사실 제가 필요하다면 그 이후 일주일 정도 짧은 임시국회를 열어서 이 부분을 한번 논의 해 봐야한다고까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선거결과가 보시다시피 그런 모든것을 고려조차 해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제 방법은 이번에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있다. 예를들면 대정부질문개선안 같은거, 그리고 상시국회 아까 얘기했던 소청문회 상임위 같은 것들. 사실 여기서 두 가지 빠진 것이 있다. 하나는 '의사기일 작성제'라는 게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요일제 국회. 그것은 예측가능한 국회를 만듦으로써 각 부처의 공무원들이 일하기 쉽게 해주자는 것. 또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불체포특권의 72시간 제한을 없애고 다음 본회의가 언제열리든 그 본회의의 첫 의안으로 표결에 부치게 하는 것. 이런 것도 이번 20대 국회에서 빨리 법안을 내주시길 해주시길 바란다.
제가 그때 중진회의체도 얘기했었다. 그런 것들을 보완책으로 삼아야 한다. 계속해서 얘기하는 거지만 이번 20대 국회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여야가 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면 선진화법으로 인해 잘못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
-임기 중 정말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아쉬운 것은?
▲아쉬웠던 것은 대부분 이야기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제가 남북 국회 회담을 했었으면 하는데 그것이 불발된 것. 그리고 선진화법을 사실 마지막 단계에서라도 바꾸고 싶었다. 제가 결자는 아니지만 해지는 좀 해드리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했는데 그것이 물건너가서 조금 아쉽다.
-의장에 대한 평가가 여,야에서 엇갈린다. 야당에서는 존경한다고 하고, 새누리당에서는 너무 자기 정치로 귀결된 거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데?
▲새누리당에서의 평가는 의원 개개인마다 다를거다. 국회의장은 퇴임식이 없지 않냐 그래서 제가 이번에 마지막 본회의에서 퇴임사했다. 하고 난 뒤 전 의원님들이 박수쳐주는 것을 보고 저는 굉장히 마음이 흐뭇했다. 박수받고 떠난다는 것은 인생에서 어려운 일. 제가 별명대로 운칠복삼이구나 생각했다.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은 아마도 정의화가 대통령에 꿈이 있어서 저런 것들을 하고 있지 않냐는 색안경낀 생각이라 생각한다. 오해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저는 괘념치 않을 것.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저는 이제 국회의원은 떠난다. 그러나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 여러분들 아시다시피 저는 부산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있다. 아직 손이 안떨린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마음만 먹으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 다시 본업에 돌아가야 되지만 지난 20년간 국민의 여망 속에서 국가의 녹을 받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지금 이런 정치 모습을 보고 그냥 떠난다는 게 국민들에게 죄짓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죄책감이 생겨서 당분간 정치는 어떤 방법이건 계속해서 하려고 한다. 내일 발족식과 창립 기념식을 갖는 싱크탱크 '새 한국의 비전'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란다.(서울=포커스뉴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는 29일 임기 종료를 앞둔 정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직을 수행하며 느낀 소감 등을 전했다. 2016.05.25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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