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세로드립' 이승만 비판 작가 "문학적 표현 자유, 법으로 제재 당황스러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24 17: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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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 통해 심경 밝혀

"공모전 방해하고 주최측 명예 훼손할 목적 없었다"

"이승만이라는 인물의 공(功)과 과(過) 짚어보고 싶었다"
△ 우남찬가 작가

(서울=포커스뉴스) 자유경제원으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민·형사상 고발 을 당한 '우남찬가'의 작가 장민호(24)씨가 직접 현재 심정을 밝혔다.

장씨는 지난 3월 개최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우남찬가'라는 시로 입선했지만 뒤늦게 시의 내용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일면서 입선이 취소되는 해프닝을 겪었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장씨를 지난 11일 위계에의한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사기 등의 혐의 형사 고발하고 위자료 등 5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포커스뉴스>는 24일 오후 '우남찬가'의 작가인 대학생 장민호씨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입장과 심경을 들었다.

장씨는 "평소 역사나 정치에 관심이 많은 데다 개인적으로 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승만 시 공모전'에 공모했다"며 "역사적인 쟁점이나 정치적인 이념을 떠나 문학적 표현의 자유를 어떤 단체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으로 제재하려는 것에 당황스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공모전의 취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일부러 공모전을 방해하고 주최측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으로 시를 쓴 것이라는 자유경제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이승만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같은 시대에 그를 무조건 찬양만 하는 시를 쓴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고 공(功)과 과(過)를 함께 짚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며 "우남찬가라는 시의 내용을 통해 공을 치하하고 '세로드립'이라는 형식을 통해 비판하고자 한 것"이라고 시를 쓴 의도에 대해 설명했다.

장씨의 시 '우남찬가'가 논란이 된 것은 시의 내용이 아닌 시행의 첫 글자였다. 이 시를 문구 그대로 읽으면 이 전 대통령을 '우리의 국부', '독립열사' 등으로 표현하는 등 특이점이 없다.

그러나 행의 첫 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 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버린 도망자 망명정부건국 보도연맹학살'이란 숨은 뜻이 나타난다.

장씨는 애초 자유경제원 측에 시를 제출할 당시 행사의 성격이 '문학 공모전'이라는 것을 고려해 이같은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문학 공모전이기 때문에 상당부분 표현의 자유가 보장 될 것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저명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세로드립과 같은 기교는 금세 발견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오히려 대중을 상대로 공개될 시인데 이 정도로 허술하게 심사했다는 것이 더 놀랍다"고 전했다.

이어 "수상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자신들이 우수한 작품이라고 상을 주더니 이제와 고발을 하겠다고 하니 황당했다"면서 "여기에 5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는 것을 알았을때는 어이가 없어 웃음마저 나왔다"고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장씨가 자유경제원이 자신을 고소했다는 것을 안 것은 지난 11일 서울 마포경찰서가 장씨에 고소장 접수 사실을 알리면서다. 당시 경찰은 장씨에 "조만간 소환해 조사를 할 수 있으니 알고 있으라"고 알렸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자유경제원은 장모씨를 위계에의한업무방해·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사기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또 자유경제원은 서울 중앙지법을 통해 장씨에 위자료 5000만원과 업무지출금 699만6090원을 합쳐 모두 5699만6090원을 배상하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경제원은 "장씨가 쓴 우남찬가의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다른 사실에 기초했으며 자신이 해석한 주관적인 의견에 기반하고 있어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공모전의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됐다"며 "장씨의 공모전 이후 행적을 살펴보면 의도적으로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시를 짓고 응모한 것이 명백하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으로 인해 자유경제원은 명예와 위상이 추락했으며 무엇보다 시 공모전을 매년 주최해 우리 사회의 균형적인 여론에 기여하고자 했던 의도가 물거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그동안 자유경제원으로부터 단 한번도 이의제기나 항의를 받은 적도 없었다"면서 "고소 사실에 대해서도 전해 듣지 못했고,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고소가 들어왔다고 해서 놀랐다"며 황당한 심경을 전했다.

현재 장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 자신을 변호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장씨는 "고소당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 주에 바로 민변을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나를 도와주는 것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고 앞으로의 소송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말하더라"며 "아직 자세한 사항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 사건을 담당할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부모와 친구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저 문학적으로 하나의 시도를 한 것 뿐이다"면서 "내 의도를 담아 내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쓴 시이기 때문에 상대가 법적으로 대응한다고 해서 걱정이 되진 않는다. 후회하지 않는다"며 당당히 맞설 것을 예고했다.23일 오후 22시 30분쯤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에 자신이 우남찬가의 저자 장모씨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자유경제원으로부터 고소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사진출처=루리웹 화면 갈무리>지난 3월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 입선작 우남찬가 전문.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분열', '국민버린도망자', '친일인사고용민족반역자'등 문구가 보인다. <사진출처=포커스DB>지난달 3일 우남찬가의 작가 장민호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루리웹'을 통해 공개한 '이승만 시 공모전' 입선 상장. <사진출처=루리웹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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