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여성혐오범죄 수사 분야 신설하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23 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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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여명, 여성혐오 범죄 수사 분야 신설 요구 집회

"여성혐오 만연 위험성에 대해 경찰이 나서 해결책 제시해야"

(서울=포커스뉴스)'2016년 4월 서울 강동구 골목길. 여성만 보면 때리고 싶다. 폭행 당한 후 휴대폰을 절도 당함.'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하얀 손팻말을 든 여성이 먼저 길바닥에 쓰려졌다. 이후 국내에서 벌어진 실제 여성범죄 사건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든 20대 여성이 순서대로 길에 쓰러졌다.

23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

햇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날씨였던 이날 20대 여성 10여명이 "여성혐오 범죄 분야를 신설하고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전담수사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10여명의 여성들은 자신을 '20대 여성 페미니스트',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들이 이날 벌인 퍼포먼스는 여성혐오 범죄의 위험성을 표현하는 듯 보였다.

경찰 마스코트인 포돌이 마스크를 쓴 여성이 길가에 쓰러진 사람들에게 빨간색으로 쓰인 '묻지마 범죄' 딱지를 붙였다.

여성혐오로 인한 범죄임에도 '묻지마 범죄'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경찰을 풍자하는 듯이 보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번 강남 살인사건의 원인을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며 "그러나 피해자는 1시간가량 화장실에서 숨어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등 여성혐오로 인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여론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길에 쓰러졌던 퍼포먼스 참가자들이 일어나 '여성혐오가 죽였다' 손팻말을 들고 일렬로 섰다.

이번 퍼포먼스를 기획한 용윤신(27·여)씨는 "지난 17일에 벌어진 사건은 여성혐오로 일어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여성혐오에서 비롯된 범죄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며 "이는 이와 같은 문제가 여성의 삶을 얼만큼 위협하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 타깃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경찰이 여성혐오 범죄 분야를 만들어야 한다"며 "단순히 증오 범죄인지 묻지마 범죄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여성혐오 만연의 위험성을 경찰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이번 강남 여성 살인 사건에 대해 여성혐오로 인한 살인이 아닌 "정신 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한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김씨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김씨의 망상적 사고, 표면적인 범행 동기 부재,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는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 중 정신 질환(조현병) 유형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의 이번 범죄가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은 체계적이지 않은 전형적인 피해망상 정신질환 범죄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자신이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올해 1월 초 병원 퇴원 후 정신 질환에 대한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며 "이후 김씨가 앓던 조현병 망상이 심화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7일 오전 1시20분쯤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피해자 A씨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인 것으로 밝혀졌다.23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 10여명이 여성혐오범죄의 위험성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focus.co.kr23일 오후 3시쯤 서울 서초동 서초경찰서 앞에서 여성 10여명이 여성혐오범죄의 위험성을 풍자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최수진 기자 choisj@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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