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는 주요 범죄 간주
"'동물=물건' 법체계·인식개선 필요"
'강아지공장'으로 불거진 법개정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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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키우는 동물’이 아닌 ‘함께가는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을 향한 잔혹한 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이른바 ‘강아지 공장’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SBS ‘TV동물농장’은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강아지 공장의 충격적인 실체를 공개했다. 인공수정부터 발정유도제를 주사해 끊임없이 새끼를 낳게 했다.
업주는 수의사 자격증이 없음에도 직접 강아지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냈다. 이후 처리 역시 미흡했다. 배 밖으로 나온 내장을 마구잡이로 집어넣고 봉합한다는 증언에 시청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방송 이후 온·오프라인에서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위한 서명 운동이 벌어졌다.
이같은 전국민적 관심에도 해당 공장 운영 업주가 받게 될 처벌은 미미하다.
경찰은 마약류관리법위반 혐의로 업주 김모(5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동물보호법이나 수의사법 위반이 아닌 마취제 불법 유통과 사용 혐의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소유자가 사육하는 동물에 대한 진료행위를 법으로 허용하는 수의사법 시행령 12조 ‘자가진료 조항’ 때문이다.
◆ 동물보호법 있지만 실형은 단 2명
동물보호법은 지난 2011년 8월 개정되면서 동물학대를 한 자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화하고 동물 학대를 처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처벌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잔인한 방식으로 동물에 대한 학대를 하더라도 대부분 벌금형에 처해질 뿐이다.
지난 2014년 3월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손모(74)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아파트에 고양이가 침입했다는 민원을 받고 출동해 고양이의 머리를 밟고 목에 줄을 걸어 배관에 묶어뒀다.
고양이는 결국 죽었지만 손씨는 벌금 50만원의 처벌을 받았다.
같은해 5월 자신이 키우던 개를 진액으로 만들어 먹기 위해 목에 빨랫줄을 묶어 오토바이 뒷좌석에 매단 채 시속 50km속력으로 2km가량을 운행한 권모(69)씨도 마찬가지다.
그는 무면허 상태라는 점 때문에 벌금 50만원을 받은 손씨보다 조금 많은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지난 2015년 7월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이웃집 개 10마리에게 제초제를 살포한 정모(67)씨도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 10년동안 징역형이 선고된 경우는 단 두 번에 불과했다.
전직 승려인 이모(58)씨는 지난 2011년 12월 술에 취해 길을 가던 중 남의 집에 있는 진돗개가 자신을 보고 짖는다는 이유로 담을 넘어가 진돗개를 수차례 때리고 다시 담 밖에서 도끼를 들고 진돗개에 접근해 머리를 여러번 내리쳐 죽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또한 지난해에는 전남 장성에서 무면허 상태로 오른손에는 운전대를, 왼손에는 8개월된 그레이하운드의 목줄을 잡고 2km 가량을 주행한 김모(47)씨에게 징역 6월의 실형이 선고 됐다.
당시 김씨는 운동을 시킨다는 명목으로 그레이하운드를 끌고 다녔고 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개는 아스팔트 바닥에 끌려 찰과상을 입었다.
문제는 실형이 선고된 두 건 모두 동물보호법만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씨의 경우 동물보호법위반 외에 재물손괴죄가 함께 적용됐고 김씨 역시 동물보호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이 함께 적용됐다.
사실상 동물보호법만으로는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없는 셈이다.
◆ 동물학대 관대한 한국…외국은 어떨까?
반면 외국의 경우 동물학대에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폴란드에서는 임신한 개에게 먹이를 주지 않고 방치해 굶어죽게 만든 주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미국의 경우 새끼 강아지를 칼로 죽이고 가죽을 벗긴 여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고 여자친구의 강아지를 집밖으로 던져 죽게 한 20대 남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애완견이 살이 찌도록 방치했다는 이유로 10년동안 애완동물에게 접근할 수 없다는 명령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올해부터 동물 학대를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하기로 했다. 또한 동물을 학대한 사람의 신원도 공개하는 등 동물학대 처벌을 위한 관련 규정을 계속해 정비하고 있다.
◆ '동물=물건' 법 규정…"인식개선·법 개정 필요“
그러나 우리 법체계에서 동물은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분류된다. 민법상 동물의 지위가 물건과 동일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을 해쳤을 때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 것이다. 재물손괴죄는 최고 징역 3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동물보호법보다는 형량이 높아진다.
그러나 문제는 재물손괴가 양형 기준상 재물의 가액으로 처벌 수위를 정한다는데 있다. 동물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동물의 가액을 기준으로 형이 선고되기 때문에 비교적 양형이 가벼운 경우가 많다.
타인의 반려동물이 아닌 자신의 반려동물을 학대했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동물을 물건으로 구분하고 있는 만큼 주인이 계속해 학대 동물의 반환을 요구하면 이를 제지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우리 법률이 동물을 학대한 사람들에게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근 경남 김해에서 살아있는 고양이 600마리를 건강원에 팔 목적으로 끓는 물에 넣어죽인 사람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면서 “600마리나 죽였는데도 이런 처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사법부가 너무 봐주기식으로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동물에게 조금이라도 상해를 입히거나 학대를 하면 징역형은 기본이고 접근금지나 소유권을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이같은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는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법률상 개는 하나의 물건으로 돼 있어 재물손괴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법에서부터 동물을 생명체가 아닌 물건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물을 물건이 아닌 하나의 생명으로 볼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면서 “동물을 학대했을 때 재물손괴죄가 아닌 동물보호법상 학대혐의를 적용해 엄중하게 처벌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정기적으로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는 김정혁 변호사는 “동물학대 사건을 심각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법당국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동물학대를 신고하려고 하면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아오라고 하거나 별거 아닌 일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경우들이 많다”면서 “논란이 돼 기소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 자체가 동물을 물건으로 보고 있는데 어떻게 동물학대에 엄격한 처벌을 내릴 수 있겠나”라며 “국민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동물에 대한 법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또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에 관련된 소송을 담당하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도 문제”라며 “동물법에 대한 전문 법률가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법의 인식 역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아지공장'으로 불거진 법 개정 움직임
‘강아지 공장’ 논란 이후 동물단체와 수의사단체 등을 중심으로 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우선은 번식장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부터 차근차근 동물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이뤄나갈 방침이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전국에 있는 번식장은 300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신고된 업체는 93개에 불과하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마저도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를 택하고 있어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번식장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
이들 단체들은 번식장에 있는 동물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지 않도록 법 개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처벌 수위를 높이고 강아지나 고양이 번식장에 대한 전수조사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동물을 학대한 학대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해당 동물을 몰수하는 등 법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동물자유연대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서명을 통해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송혜교, 한지민, 보아 등 유명 연예인이 함께 동참하면서 서명 시작 일주일도 되지 않아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했다.
이와 함께 동물보호 단체들은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직접 만나며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많은 국민이 법개정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동물보호법이 진정으로 동물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동물자유연대 및 시민단체들이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6.05.19 이승배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동물자유연대 및 시민단체들이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제 '강아지 공장'에서 새끼를 낳던 강아지 신디가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2016.05.19 이승배 기자 애완견을 잔인하게 학대해 살해한 이란 남성에게 채찍 74대 형벌이 선고됐다.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 2016.05.1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동물자유연대 및 시민단체들이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05.19 이승배 기자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동물자유연대 및 시민단체들이 강아지 공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실제 강아지 공장에서 구조된 번식견 신디의 모습. 2016.05.19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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