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모드 감지되던 박삼구·박찬구 회장 다시 소송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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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간 갈등이 새로운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2009년 분리 경영 이후 수많은 법정싸움 끝에 지난해 잠시 해빙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던, 형제간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법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추진중인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막기 위한 법적 절차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9일 금호터미널 주식 100%를 금호기업에 2700억원에 매각했고, 지난 4일 금호터미널을 존속법인으로, 금호기업을 소멸법인으로 하는 합병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아시아나항공 측에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관련 자료를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지분 매각 및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금호석화는 현재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를 보유한 2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지분매각을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금호석화는 이같은 인수합병(M&A)은 LBO(차입인수, leveraged buy-out)의 전형적인 형태라고 지적하면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금호터미널이 사실상 박삼구 회장의 개인 회사인 금호기업을 흡수 합병한다는 것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번 지분 매각 및 합병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비핵심자산을 매각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금호석화가 금호터미널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합병 문제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금호가는 이전에도 쉼 없이 법적 다툼을 벌이며, 이 분야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이들 형제간 소송전의 시작은 2009년 금호아시아나 유동성 위기에서 부터였다. 1984년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세상을 떠난 후 '형제 경영'을 유지한 금호아시아나의 두 형제는 2006년과 2008년에 이뤄진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에서 의견차를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박삼구 회장은 그룹 규모 확장을 위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를 추진했고, 박찬구 회장은 재무 상태에 무리가 간다며 반대했다. 박삼구 회장의 뜻대로 인수는 성공하며 재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지만, 영광은 잠시였다.
무리한 인수는 2009년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로 연결됐고 박삼구 회장은 지난 2009년 7월 “경영상 충돌로 더 이상 함께 가기 어렵다”면서 박찬구 회장을 대표에서 해임시켰고, 자신도 명예회장으로 동반 퇴진했다. 이때부터 두 형제는 완전히 갈라섰고 2010년부터 그룹창립기념일 행사도 따로 치르는 등 사실상 분리 경영을 시작했다.
2013년 상표권 소송을 시작으로 법정싸움도 시작됐다. 양측은 △금호아시아나그룹 기업어음(CP) 계열사 부당 지원(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 배임 혐의로 고소)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 결의 무효소송과 형사고발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소송 △박삼구 회장의 박찬구 회장 운전기사를 고소 등 수많은 송사를 치러왔다.
계열사 CP 부당 지원 문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계열사 주총 관련 소송은 금호아시아나가, 아시아나항공 주식매각청구소송 금호석화가 이겼다. 남아있는 법적 공방은 상표권 관련 소송 정도였다. 금호아시아나는 금호석화 측이 '금호'라는 상표 지분을 이전해야 한다는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항소를 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박삼구 회장이 화해의 제스처를 내비치면서 형제간 갈등은 잠시 해빙국면에 접어들기도 했다. 작년 9월 박 회장은 지주사 금호산업을 되찾고 ‘그룹 재건’에 나서면서 “가족 문제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후 12월 말 금호산업 인수대금을 완납한 뒤에는 “형제 갈등은 자신의 잘못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며 "형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월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배임 혐의를 재수사해달라며 검찰에 항고한데 이어, 이번 새로운 소송이 제기되면서 형제의 화해는 요원하게 됐다.(좌)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2015.11.24 사진공동취재단(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사진제공=금호석유화학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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