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법원 허가나 사전 협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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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감정 위해 서울대 병원 찾은 신격호 |
(서울=포커스뉴스)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 서울대 병원에 입원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정신감정을 거부하며 퇴원했다.
서울가정법원은 19일 “서울대 병원에 확인한 결과 신 총괄회장이 무단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법원 측은 “법원의 허가나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자세한 경위는 양측 대리인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향후 진행에 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 “추후 사건 진행은 심문기일을 열어 양측과 절차 부분에 대해 의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퇴원은 본인의 강력한 거부 의사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을 관리하고 있는 SDJ 코퍼레이션은 “신 총괄회장의 강력한 거부의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진과의 협의를 거쳐 퇴원을 결정하게 됐다”며 “법원 결정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도외시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가 심문기일 지정 등을 통해 법원과 협의하에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2주일간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 거부로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련한 법원의 판단 역시 미뤄지게 됐다.
법조계는 서울대병원이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와 판단력, 치매 여부 등을 세밀히 판단해 법원에 제출하게 되면 재판부가 이를 근거로 다음 달 성년후견인 지정과 관련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될 것으로 예상해왔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감정은 이미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당초 4월말 병원에 입원해 정신감정을 받기로 했던 신 총괄회장 측이 법원에 기일연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3시쯤 정신감정을 위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하는 롯데호텔을 출발해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장남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그의 부인이 조은주씨는 병원에서 신 총괄회장을 맞았다.
신 전 부회장 내외는 신 총괄회장이 병원에 도착하기 2시간여 전인 오후 12시 50분쯤 정신감정이 진행될 12층 특실병동에 도착했다.
신 총괄회장은 처음 성년후견인 지정 관련 공판에 참여한 날과 마찬가지로 지팡이를 짚고 두발로 걸어 차량에 탑승했다.
몰려든 기자들에게 지팡이를 휘저으며 “비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대병원에 도착해서는 휠체어에 앉은 채 이동했다.
입원 심경과 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의 옆에는 법률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양헌 김수창 대표 변호사와 정혜원 SDJ코페레이션 상무, 비서진 등이 함께했다.
한편 지난 3월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서는 신격호 회장이 직접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당초 신 총괄회장 측은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강한 불쾌감을 나타내며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이 직접 참석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며 당일에서야 전격 출석이 결정됐다.
가정법원 앞에 도착한 신 회장은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려는 듯 미리 준비된 휠체어 탑승을 거부하고 지하 4층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직접 지팡이를 짚고 이동했다.
‘건강상에 문제가 있느냐’, ‘여기 왜 왔는지 아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지만 최악의 건강상태가 예견된 상태에서 보인 신 총괄회장의 행동은 그동안 건강이상설을 불식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이 재판정에서 판사의 물음에 막힘없는 대답을 내놨다는 후문마저 전해지면서 전세가 신동주 부회장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상황이 반전된 것은 신 총괄회장이 심리를 마치고 나온 후부터다.
40분 가량의 심리를 받은 뒤 오후 4시 40분 가정법원을 떠나기 위해 지하 4층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 총괄회장은 휠체어에 탑승해 있었다.
또 취재진의 질문에는 여전히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신 총괄회장은 같은날 오후 5시 40분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신관 엘리베이터를 통해 34층 집무실로 가려던 신 총괄회장은 정혜원 상무에게 호텔을 둘러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상무와 호텔 총지배인, 경호원 등 6~7명 직원들이 신 총괄회장 옆을 지키며 롯데호텔 1층을 10여분간 돌기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은 수행하는 호텔직원들이 얼굴을 가까이 대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여기가 어딘가?”, “이 호텔의 객실수는 얼마나 되는가?”, “객실이 몇 프로나 찼는지” 등을 반복해서 물었다.
이에 대해 호텔 관계자도 “소공동 본점입니다”, “저희 공간은 1120실입니다”, “네 (롯데호텔이) 국내에서 제일 큽니다. 총 5300실입니다”, “겨울은 비수기라 예약률이 저조한데 다음달이면 좀 올라갑니다” 등이라는 답을 두세 번씩 반복했다.
신 총괄회장은 오랫동안 이 호텔 로비를 지켜온 총지배인을 못 알아보고 “누구냐”고 물어 “지배인입니다”라고 다시 소개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행했던 정혜원 SDJ 상무는 “호텔 객실수 질문은 매번 똑같이 하신다”며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심리가 끝난 후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탄력을 받으셨는지 백화점도 둘러보자고 하시는 걸 오히려 말렸다. 너무나 정정하시다”라고 말해 의혹을 불식하려했다.
신동주 부회장도 역시 반격에 나섰다.
지난 2월 14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하는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면서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것이다.
경영복귀 이후 일본 롯데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결과는 신동빈 회장의 완승이었다.
지난달 6일 오전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상정한 ‘신동빈 회장 등 현재 경영진 6명에 대한 해임안’이 부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분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오는 6월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 등 현 경영진을 해임하고 새로운 경영진 등 선임을 요구하는 안건을 다시 한 번 상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계속해 주주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번 성년후견인 제도로 반전드라마를 쓸지, 재개 불능상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 입장에서는 마지막 히든카드인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회장은 재판부 지정 정신감정 병원인 서울대 병원에 입원, 성년후견인 지정을 위한 감정을 약 2주간 받게 된다.2016.05.16 성동훈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리는 '신격호 성년후견인 개시 심판 청구'에 대한 첫 심리에 출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16.02.03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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