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죽기 싫다" 여대생 살해 '울산 묻지마 살인' 징역 25년
빚독촉 스트레스 풀려 '묻지마 살인' 20대男, 징역 17년
'묻지마 살인'이면 정신질환도 엄벌…양형 고려하고도 '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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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향하는 강남 묻지마 살인 피의자 |
(서울=포커스뉴스)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묻지마 살인’ 양형 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묻지마 살인’은 최근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발생한 163건의 묻지마 범죄 중 살인은 41건으로 전체 묻지마 범죄의 25%를 차지했다.
문제는 살인 범죄가 2005년 1066건에서 2014년 941건으로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묻지마 살인의 경우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같은 사회적 현상으로 우리 법원은 ‘묻지마 살인’의 경우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하는 경우가 많다.
◆"유영철이 롤모델" 공익근무 요원, 무기징역 확정
“유영철이 롤모델”이라며 살인 대상 우선 순위를 작성한 공익근무요원은 상고심 끝에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해 7월 강도살인, 살인예비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2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공익근무요원이던 이씨는 지난 2014년 3월 주택가 인근에서 술을 마시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그곳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발견하고 뒤따라가 흉기로 찌르고 벽돌로 수십차례 때리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2012년 12월 현역병으로 입대한 이씨는 ‘정신적 문제’를 이유로 현역 부적격판정을 받고 복무 도중 공익근무요원으로 전환돼 근무했다.
이듬해 1월 살인용 흉기를 구입한 이씨는 2014년 1월 “롤모델은 유영철 형님이다”, “7명을 죽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살인을 위한 12개 행동수칙’을 만들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씨는 범행 전날 어머니에게 꾸지람을 들은 뒤 집에서 보관하던 가스총과 범행 도구를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3년 1월에도 자신을 관리하던 공익근무관리 공무원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인터넷으로 회칼과 손도끼, 쇠파이프 등의 도구를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범행과정에서 이씨가 보여준 범행 수단과 방법이 너무나 잔혹하고 그로인해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사망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씨의 범행으로 25세에 불과했던 피해자가 소중한 생명을 잃게 돼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씨가 공판준비기일에서 ‘더 죽이지 못해 아쉽다’는 말까지 하는 등 극단적인 인명 경시 태도를 보여 사회에서 무기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하라고 명령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형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사유가 없다”며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혼자 죽기 싫다" 여대생 살해한 '울산 묻지마 살인' 징역 25년
어버지에게 막말을 들은 뒤 술에 만취해 일면식도 없는 여대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에게는 징역 2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 2014년 7월 당시 24살이던 장모씨는 미리 챙겨 나온 30㎝길이의 부엌 칼로 울산 남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여대생의 등과 목을 31회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2년 2월 군에서 제대한 장씨는 별다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했다. 이 때문에 가족들에게 “일자리를 알아보라”거나 “집에서 나가 친구를 만나라”는 말을 들어왔다.
범행 전날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에 있는 한 주점과 식당, 노래방 등에서 아버지와 함께 술을 마신 장씨는 “너는 돈도 안 벌어오고 뭐하는 짓이냐”는 핀잔을 들었다.
결국 홧김에 집으로 달려가 30㎝길이의 부엌 칼을 챙겨 나온 장씨는 울산 이곳 저곳을 배회하던 중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장씨는 범행 직후 “대한민국이 싫다”며 “나 혼자 죽기는 그렇고 누구 하나 같이 죽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장씨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면서 “장씨를 사회에서 장기간 격리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동시에 장씨가 회개해 재생할 기회를 갖도록 해야 한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하며 전자장치부착 10년을 명령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장씨는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씨가 A씨를 칼로 31회나 내려 찍는 등 ‘묻지마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사회 공동체 전체가 장씨의 잠재적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신입생이던 A씨는 이유도 모른 채 생명을 잃게 됐다”고 지적하며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에 대해서는 “19세 미만을 상대로 특정 범죄를 저지른 경우 부착 기간의 하한을 2배로 가중해야 한다”며 전자장치 부착 20년을 명령했다.
◆빚독촉 스트레스 풀려 '묻지마 살인' 20대男, 징역 17년
빚독촉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택시기사를 살해한 20대 남성 역시 중형을 확정받았다.
농기계 수리점을 운영하던 이씨는 사업 도중 7000만원의 빚이 생기는 등 채권자들의 독촉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씨는 결국 지난 2014년 7월 밤 경북 구미시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 자신의 승용차에 보관하던 칼을 가방에 담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이씨는 승객을 기다리고 있던 택시에 탑승한 뒤 운전기사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를 택시에 싣고 낙동강변 대로 가드레일 너머에 있는 풀숲에 버린 뒤 택시안에 있던 현금 10만원과 체크카드, 휴대전화를 훔쳐 달아났다.
1심 재판부는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아무런 이유없이 살해해 유가족이 받은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이에 이씨는 항소했고 2심에서 감형받았다.
2심 재판부는 “양형조건을 감안할 때 1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하고 전자발찌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대법원 판단 역시 항소심 재판부와 같았다. 대법원은 “이씨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묻지마 살인'이면 정신질환도 엄벌…양형 고려하고도 '중형'
통상적으로 법원은 정신질환을 감형 요소로 분류한다. 그러나 ‘묻지마 범죄’에서는 달랐다.
우리 법원은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고도 정신 장애를 이유로 가벼운 형을 선고 받고 범행에 대한 반성도 하지 않는 40대 남성에게 1심 형량의 두배에 달하는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지난 4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45)시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양천구 자신의 집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던 4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강도가 집 앞에 있다고 오해하고 흉기를 들고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가 “왜 쳐다보느냐”고 묻자 자신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1997년에도 ‘분노가 폭발한다’는 이유로 행인을 흉기로 한차례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바 있었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조증형 분영정동장애’로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는 등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부족한 ‘심신미약’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양형기준상 권고 형량인 징역 7년~12년을 적용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김씨가 범행 일체를 인정하면서도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형량을 두배로 늘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이웃 주민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해 피해자와 유족이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과 고통을 받았다”며 “그럼에도 유족을 위로하기 위한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또 “김씨가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려 할 뿐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월 1일 발생한 ‘부천 묻지마 살인’도 마찬가지였다.
지적장애 3급이던 라모(33)씨는 주유소 근무가 힘들고 가족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아무나 죽이고 교도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에 있던 흉기를 들고 집 밖으로 나온 라씨는 주택가를 배회하며 혼자 다니던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물색하던 중 목욕탕을 가던 50대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기 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원한관계나 치정, 복수 등의 동기로 발생하는 통상의 살인과 다른 ‘묻지마 살인’은 사회 공동체 전체가 범행 대상이 되므로 그 죄질의 중함과 위험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에 라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당일 경찰에 자수한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지만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나 사람을 살해한 것은 엄벌 필요성이 높다”며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 판단을 따랐다.
◆"평소 여성에게 무시 당해" 20대 여성 살해한 '강남 묻지마 살인'은?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34)씨는 17일 오전 1시 7분쯤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상가 건물 화장실에서 피해 여성 A(23)씨의 왼쪽 가슴과 어깨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해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체포했다. 당초 범행을 부인하던 김씨는 CCTV영상과 흉기 등을 토대로 추궁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살해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 생활에서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인근 식당 종업원인 김씨가 식당에서 챙겨 나온 흉기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오후 3시 영장실질심사를 열고 김씨의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김씨 범행과 같은 ‘묻지마 살인’의 경우 사안에 따라 ‘비난동기 살인’이나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으로 보고 있다.
비난 동기 살인이란 동기에 있어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 범행으로 별다른 이유 없는 무작위 살인을 포함하고 있다.
이 경우 기본 형량은 15~20년으로 정하고 있다.
감경 요소가 있을 경우 10년에서 16년, 가중 요소가 있을 경우 18년에서 무기징역 이상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칼이나 둔기 등 흉기를 이용해 신체의 급소 등을 수십차례 찌르거나 가격한 경우 가중요소가 된다.
극단적 인명경시 살인의 경우 인명경시 성향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살인 범행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무차별 살인으로 2명 이상이 살해된 경우, 살해욕의 충족을 위해 2명 이상을 살해한 경우,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경우로 규정돼 있다.
이 경우 기본적으로 2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감경 요인이 있을 경우 20~25년, 가중 요인이 있을 경우 무기 이상까지도 선고할 수 있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끔찍한 범죄”라며 “뚜렷한 범행 동기 없이, 감경으로 참작할 사유 하나 없이 저지른 범죄인 만큼 가중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다만 “재판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내가 판단을 잘못했다’같은 얘기를 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그런 부분이 감형 요소로 반영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지난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직장인 A씨(23·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34)씨가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19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16.05.19 김인철 기자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조숙빈 기자 2016.02.26 이희정 기자 2016.02.26 이희정 기자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 현장의 화장실이 폐쇄되어 있다. 2016.05.19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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