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묻지마 살인'…"여성혐오 범죄,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이영진 기자 / 기사승인 : 2016-05-18 19:2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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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10번 출구, 피해자 애도 포스트잇 물결 줄이어
SNS에선 "묻지마 살인 아닌 여성혐오 살인" 목소리
△ 강남역 묻지마 살인 추모

[부자동네타임즈 이영진 기자]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죽어야 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살女주세요, 살아男다"

강남역 10번 출구가 17일 일어난 강남 노래방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물결로 가득 찼다.

시민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추모의 글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바닥에는 피해자를 추모하는 국화꽃과 안개꽃, 그리고 하얀 장미꽃다발들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살인사건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벽면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나온 대학생 최예나(23‧여)씨는 "친구를 통해 이 사건을 알게 됐는데 너무 소름이 돋았다"며 "익숙한 장소에서 난 사건이라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정모(22)씨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글이라도 남기러 나왔다"고 말하며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표면으로 드러난 사건인 것 같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나모(26‧여)씨는 "이 자리가 여성혐오를 규탄하는 자리지 남성을 혐오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남성혐오로 몰아가는 일부 여론에 대해 비판했다.

강남역을 지나는 외국인들에게도 사건을 알리기 위해 살인사건 기사를 영어와 일본어로 번역해 붙인 사람도 있었다.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다는 강모(30‧여)씨는 "외신에 사건이 알려졌다고 하면 그제야 사회적으로 관심도 가지는 것 같다"며 "지나가는 외국인들도 사건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사를 번역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또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인데 우리 사회엔 잘못을 피해자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있다"며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의 치안을 강화시켜야 하고, 그런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SNS 상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묻지마 살인'이 아닌 '여성혐오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트위터에 생성된 '강남역 살인사건 공론화' 계정에는 현재 1300여명의 누리꾼이 팔로우하고 있다.

이 계정은 첫 게시글로 "5월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유흥가에서 23살 대학생이 여성혐오 묻지마 살인으로 살해 당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묻히지 않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는 글과 함께 검은 바탕에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 이젠 여성폭력, 살해에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다"라는 글이 적힌 사진이 게시돼 있다.

영화감독 이송희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자라서 살해된 것이고, 우발적인 게 아니라 만만해서 살해당한 것"이라고 말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단지 한 여성이 살해된 것이 아닌 지금까지 자행됐고 앞으로 자행될 지도 모를 수많은 여성들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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