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커스뉴스)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가 또다시 부상했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이 하나같이 '협치'를 외치고 있는 가운데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문제는 향후 '협치'의 방향계가 될 전망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은 11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 회동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모두 19대 국회의 우선 처리 법안으로 제시했고,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회동에서도 두 야당의 중점적인 요구 사항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공식 기념곡 지정 요청은 8년째지만, 4·13총선 결과로 여소야대가 형성된 국면에서 이같은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 '임을 위한 행진곡'은 어떤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곡으로 지난 1982년 황석영 작가와 당시 전남대에 재학중이던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만든 노래극 '넋풀이-빛의 결혼식'에 삽입된 노래다.
노래극 넋풀이는 5·18 민주화운동 중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고(故) 윤상원씨(1950~1980)와 야학운동을 하다 숨진 고(故) 박기순씨(1958~1979)의 영혼 결혼식이 주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황 작가가 재야운동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옥중에서 쓴 시(詩)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만들었고, 곡은 김종률 사무처장이 작곡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로 진보진영의 각종 집회·시위 현장에서 불려왔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역대 정부는 어떻게 대했나?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97년 당시 김대중정부가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면서, 첫 정부 주관 기념식이 열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기념곡으로서 제창됐다.
2004년 노무현정부 때 5·18 24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군악대에 의해 연주됐고, 당시 노 전 대통령은 가사도 안 보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러나 2009년 이명박정부가 이 노래를 5·18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제외하고, 합창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이 야권의 숙원 과제로 부상했다.
노래의 합창 방식으로의 전환과 관련해 합창과 제창은 결이 다르다. 합창은 합창단이 주가 돼 부르기 때문에 참석자들은 부르지 않아도 돼 행사곡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나 제창은 참석자 모두가 함께 불러야 하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2013년 6월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요구하는 국회 결의안이 통과됐고, 지난해에는 5·18 관련 단체들이 정부 주관 행사와 별도의 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야권의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 이명박정부의 반대 논리는?
이명박정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공식 식순에서 제외하고 합창 방식으로 전환한 이유로 이 노래가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과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영화에 등장했다는 점, 작사자의 정치적 행보 등을 들었다.
이명박정부가 당시 근거로 든 북한 영화는 '님을 위한 교향시'다. 이 영화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만들어진 지 10년 후인 1991년에 제작된 북한의 5·18 기념영화다. 이 영화에 임을 위한 행진곡 일부가 영화 삽입곡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사가인 황석영 작가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이 노래를 작사한 황석영 작가의 행보를 문제 삼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식 공식 식순에서 제외했다.
◆ '임을 위한 행진곡' 어떻게 될까?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3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회동 직후 브리핑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으로 지정되도록 대통령께서 결단해 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 회의에서도 "이번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꼭 제창으로 불려질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 자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같은 요구에 "보훈처에 지시해서 좋은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기념곡 지정에 대해) 찬반이 있다"며 "이런 것이 국민 분열로 이어지면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공식 기념곡 지정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의 공식 기념곡 지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태경 새누리 의원은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형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김정일이 아니냐는 유언비어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유언비어를 보훈처가 직접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36주년을 앞두고 야권의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 요구가 거세지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5·18 기념식의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보훈처는 오는 16일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된 5·18 기념식의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 '임을 위한 행진곡' 가사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임을 위한 행진곡 원본 악보 <사진 출처=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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