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담백한 음식, 덜어냄의 미학
맞춤형 식사…미슐랭 등재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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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kaotalk_20160513_153834693.jpg |
(서울=포커스뉴스) 정부의 저염·저당 캠페인에 많은 식품업체들이 동참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신선한 제철 채소로만 만든 채식 코스요리를 선보였다.
13일 소공동 롯데호텔 38층에 위치한 한식당 무궁화를 방문해 새 메뉴인 베지테리안(Vegetarian) 코스를 먹어봤다. 27년간 한식 외길을 걸어온 천덕상 무궁화 조리장(총괄 셰프)이 2005년부터 수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음식들이다.
국내에서는 채식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드물기 때문에 굉장히 반가웠지만, 특급호텔인 만큼 가격이 12만5000원으로 비쌌다. 조계종에서 선보이고 있는 사찰음식점 발우공양의 경우 점심 코스요리 가격이 5만~10만원대다.
과연 특급호텔의 채식 코스는 어떻게 다를지, 채식주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환영 받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평소 채소를 싫어하면서 고기를 선호하는 사람과 동행했다.
◆채식·알레르기 등 입맛 따라 모두 OK
이날 오후 1시20분께 창밖으로 청와대가 보이는 방에 앉아 식사를 주문했다. 직원은 손님에게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인 우유나 달걀 등을 제외한 비건으로 할지 등 채식의 단계를 묻는다.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지 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다.
기자는 제대로 된 채식을 경험하기 위해 우유를 빼달라고 했다. 동행인은 유제품을 포함하고 알레르기가 있는 오이를 뺐다.
간혹 까다로운 손님은 본인이 정해둔 식사량보다 음식이 더 많으면, 저울로 무게를 측정한 후 조절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롯데호텔 무궁화는 갑각류 알레르기나 음식의 간 정도, 물처럼 제공되는 둥글레차의 온도나 농도까지 모두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준다.
식사 순서는 △식전 먹거리△식전 찬 2종△궁중야채 전구절△오늘의 죽과 침채△삼색전△버섯탕수육△애체 신선로△두부지짐이와 호박튀김△영양밥과 야채 된장찌개, 별미찬△후식이었다.
국내산 채소를 사용한 제철 요리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일부 요리는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정갈하고 담백한 음식, 덜어냄의 미학
가장 먼저 산수유 묵과 수제로 말리거나 튀겨낸 귤·해초·고구마·연근이 나왔다. 유제품을 빼달라고 한 사람에게는 기존에 제공하는 깨소스 대신 간장소스를 준다.
전 요리는 식사를 하는 동안 식지 않도록 따뜻하게 데운 접시에 나온다. 전 요리라고 하면 흔히 기름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무궁화 채식코스의 깻잎전 등은 겉만 바삭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주 살짝 튀겨냈기 때문에 느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천 조리장이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야채 신선로와 구절판이다. 흰 접시에 담긴 9가지 나물과 함께 야채로 우린 맑은 국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맛과 모양 면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잘 표현해 외국인 손님들에게 인기가 많다.
코스가 다 나오기까지는 약 한시간 반 가량이 걸렸는데, 롯데호텔은 손님이 원하면 바로 음식이 나올 수 있도록 주방에서 준비를 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무궁화 식당으로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갖추고 있다. 최근 특급호텔의 ‘한식 홀대’ 현상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채식을 싫어했던 동행인은 “생각보다 맛있었다. 가지나 버섯 특유의 향과 식감을 새콤달콤하게 잡아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것이 놀라웠다”며 “암으로 투병 중인 지인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다”고 평했다.
◆가격 이상의 가치, 맞춤형 식사…미슐랭 등재도 기대
사실 무궁화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식은 한우등심코스다. 하지만 소비자 입맛이 다양해지고, 육식을 하기 어려운 환자 등을 고려해 롯데호텔은 정식 채식코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수년간의 노력과 노하우가 집결된 한식 코스요리인 만큼, 한국판 선정을 진행 중인 미슐랭 가이드 등재도 기대해 볼만 하다.
천 조리장은 “우리나라에 채식주의자가 많지는 않지만 소비자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렴하려고 한다”며 “무궁화의 식재료는 저장채소가 아닌 자연채취 자연밥상이라는 개념으로 준비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채식은 주로 한식을 접목한 요리들이 많은데, 앞으로 시장이 더 발전하면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서양식을 활용한 채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신선한 샐러드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 제공하는 것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롯데호텔 무궁화 채식코스 요리 가운데 마지막인 후식. 제철 과일과 함께 배로 만든 고명을 띄운 오미자채를 제공한다.2016.05.13 한지명 기자 star5425@focus.co.kr롯데호텔 무궁화는 각 테이블마다 방 형태로 된 곳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상견례나 사업적 만남 등을 하는 이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2016.05.13 한지명 기자 star5425@focus.co.kr롯데호텔 무궁화 채식 요리 가운데 (왼쪽부터) 구절판, 신선로, 식전 먹거리와 식전 찬 2종이다. 2016.05.13 한지명 기자 star5425@focus.co.kr롯데호텔 무궁화 채식코스 가운데 영양밥과 야채된장찌개. 가벼운 채식이지만, 든든한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2016.05.13 한지명 기자 star5425@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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