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이슈 무게·상임위 규모 때문에 문화 분야 위축
교문위, 문화 독립 vs 새로운 통합 vs 유지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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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개되는 교문위 |
(서울=포커스뉴스) 20대 국회를 앞두고 '상임위 분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 중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는 사실상 우상호, 박지원 야당의 두 원내대표 모두 분리를 주장하고 있어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재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교문위를 분리하자는 생각을 2년 전부터 해왔다"며 "교육 이슈 때문에 1년간 문화 관련 법안이 한 건도 통과 안 되는 것을 봤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또한 교문위 분리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그렇다면, '문화'는 정말 교문위에서 뒷방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까? 교육과 문화, 문화와 교육의 국회 상임위 역사를 통해 그 진상을 살펴봤다.
◆ '붙었다, 떨어졌다'…71년 문화·교육 역사
1948년 제헌국회 시절부터 47년간 문화와 교육은 함께 했다. 문교위원회가 만들어진 이후 1990년까지 한 상임위에서 문화와 교육을 담당했다. 이 기간동안 문화와 교육을 다루는 상임위는 문교위원회, 문교사회위원회, 문교공보위원회 등으로 바뀌었다.
1990년 이후부터 문화와 교육은 두 개 상임위로 분리된다. 교육 쪽은 문교체육위원회에서, 문화 쪽은 문화공보위원회에서 다루게 됐다. 이후 문화 관련 상임위는 문화체육공보위원회, 문화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교육 관련 상임위는 교육위원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바뀌었다.
19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상임위와 소관부처가 조정됐다. 각각 문화와 교육을 다루던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분리·통합해 문화·교육·체육·관광을 다루는 현재의 교문위가 탄생했다.
교육과 문화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두 분야의 이질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문화와 교육이 같은 상임위에서 다뤄진 시기만 47년이고, 분리돼 다뤄진 시기가 24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와 교육의 이질성과 중요성 때문에 상임위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9대 교문위 위원인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은 12일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문화와 교육이 붙어 있을 이유가 없다"며 "교육을 문화랑 붙이는 것보다는 옛날 교육과학기술위원회로 했던 게 낫다. 문화체육을 (교육에) 붙인 게 이상하다"고 문화와 교육의 이질성을 지적했다.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항상 문화는 어디로 붙여도 독립적으로 하지 않는 한 소외된다"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때 문화는 오히려 더 묻혔다"고 문화 분야의 독립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문화와 교육은 떨어져 있는 게 좋다. 하다 보면 주로 교육만 이슈가 되고 문화 쪽은 별로 이슈가 없다보니 관심을 두지 않게 된다"며 문화와 교육의 분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 문화, '교육'에 밀려 뒷전으로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문화가 "뒷방 신세"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임위 내에서 문화가 홀대 받는다는 지적과 관련해 교문위 의원들은 문화를 다루지 않는다기보다는 교육 이슈가 첨예하고 시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화가 다뤄지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문위 위원인 도종환 더민주 의원은 1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예산 규모나 쟁점 되는 것을 보면 교육이 훨씬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좀 적게 다뤄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며 "실제로는 예를 들어 작년 2015년 국정교과서 문제나 누리과정 문제들, 어마어마한 이슈들이 다 교육부 쪽 이슈고 쟁점이니 상대적으로 교육부 쪽 업무의 무게 하중 때문에 문화 쪽은 좀 위축돼 보인다"고 말했다.
교문위 간사인 김태년 더민주 의원도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문화 쪽에서 아무래도 법안 통과가 적게 된다고 하는데 해야 할 것은 다 다뤘다"고 답했다.
이처럼 법안의 통과율만으로 교문위가 문화와 교육에 얼마나 중점을 두고 있는 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사안이 클수록 법안들이 자주 발의되고 이슈가 없다면 법안 발의가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 이슈 때문에 문화가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은 분명 문제로 지적된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지금 문화산업, 관광산업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중요한가"라며 "교문위를 분리시켜야 문화 산업, 관광 산업 관련 정책이 숨통이 트인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상임위원회의 규모 때문에 문화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문위에 속한 상임위원은 모두 30명으로 18개 상임위 중 세 번째로 위원 숫자가 많다. 이 때문에 한정된 시간 동안 법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나눌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시급한 이슈인 교육 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문위 위원장인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임위가 너무 크다"면서 "서른명이 상임위 활동을 하다보니 회의를 하면 하루에 몇 분씩 밖에 발언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회선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의원수가 너무 많다"며 "전체 회의 자체가 너무 방만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 교문위, 문화 독립? 새로운 통합? 유지?
교육 이슈 때문에 상대적으로 상임위 업무가 문화에 힘을 쏟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교문위 분리 주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방향성에서 이견이 드러난다. 문화위원회를 독립적으로 따로 둬야 하는 지, 교육과 분리시킨 문화를 다른 분야와 새롭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견이 엇갈린다.
도종환 더민주 의원은 "문화와 교육의 분리 필요성은 있지만 문화만 떼어내서 위원회를 만들기에는 너무 인원과 예산 규모가 작다"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다른 분야와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김태년 더민주 의원은 "문화는 교육과 분리돼야 하며, 합칠 필요 없이 독립해야 한다"며 문화위원회의 독립적인 상임위 설립을 주장했다.
이어 "문화 기관은 많은데 예산이 적은 것이다"며 "문화만 하더라도 문화재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은 작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리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은 "상임위 분리가 먼저가 아니라 일하는 상임위를 만들어야 한다"며 "작은 국회를 만들어야지. 상임위를 분리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일 안 하는 걸로 알고 상임위도 한 달에 한두번꼴로 하고 말아버리고 그러는데 (회의) 날짜를 늘려야 한다"며 "하루 할 걸 3,4일 하면 질문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상임위 내 소위원회 활성화도 상임위 분리를 대체할 방법으로 거론된다.
미국의 경우 하원의 소위원회가 활성화 돼 21개의 상임위(2012년 기준)가 평균 5개 내외의 상임위를 두고 있다. 소위원회 심사가 활성화 됐기 때문에 거대 상임위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주선 국민의당 의원과 김태년 더민주 의원 역시 "소위원회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24년 만에 다시 만난 문화와 교육은 또 다시 각각 다른 상임위로 분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문화 분야가 어떤 분야와 만날 지, 독립적인 위원회로 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교문위 회의 장면. 사진은 1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교문위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국감 속개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는 박주선 위원장.2015.09.11 김기태 기자 작년 11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위한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한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국정교과서 중단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5.11.20 박동욱 기자 작년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시간강사법) 등 논의를 위해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신성범 소위원장이 개의 선언을 하고 있다. 2015.12.23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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