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세퓨' 원료, 덴마크 아닌 중국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2 14: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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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모·환경보건시민센터 12일 기자회견 통해 정부 조사에 의혹 제기

세퓨 원료 제공 덴마크 케톡스사 방문해 대표 면담

담가드 케톡스 대표 "세퓨 원료 중국산으로 99%확신"
△ 가습기 살균제 덴마크 현지방문 조사결과 발표

(서울=포커스뉴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세퓨'의 원료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아닌 폴리헥사메틸린구아니딘(PHMG)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세퓨 등의 원료로 덴마크의 케톡스사가 제공한 PGH가 쓰였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중국에서 대량 수입된 PHMG가 원료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정부 조사 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12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건물 레이첼카슨홀에서 덴마크 항의 방문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지난 8~9일 덴마크를 항의 방문해 세퓨의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에 원료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케톡스의 담가드(Dam Gaard) 대표를 만나고 돌아온 이들 단체는 이날 " PGH가 세퓨의 원료라던 질병관리본부의 1차 조사와 담가드씨의 말이 서로 상반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담가드 대표는 "2007년 한국기업이 '농업용' 샘플을 요청하기에 두차례 PGH 제품 40리터 미만을 보낸 것이 전부였다"라며 "우리는 농업용이나 물 살균용도가 아니면 절대 수출하지 않는다. 물질안전정보자료(MSDS)까지 첨부해 보냈다"며 케톡스는 세퓨에 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담가드 대표는 또 "중국의 생산업체를 통해 한국에 대량의 PHMG를 수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세퓨의 내용물이 PGH가 아닌 중국산 PHMG일 것으로 99% 확신하다"고 말해 세퓨의 원료가 정부조사와는 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만약 담가드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부의 조사가 부실했던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며 "중국의 PHMG 제조 및 판매업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HMG는 옥시레킷벤키저 등 제조사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한 유해물질이다.

제조사 버터플라이이펙트의 오모(40) 전 대표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논문 등의 정보를 모아 세퓨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EU 승인 안심살균물질 사용 △국제표준 안전성 테스트 완료 △인체에 무해하며 흡입시에도 안전함 △유럽에서온 프리미엄 살균 솔루션 제품 등 문구를 기입해 판매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피해자 유족들은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부인과 아들을 잃은 피해자 가족 이성우씨는 "세퓨로 인한 사망자는 14명이라고 집계되고 있지만 사용자의 상당수가 임산부였음을 고려할 때 드러나지 않은 피해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영국, 덴마크, 중국 등 국가에 수사관을 파견하는 등 수사를 제대로 해달라"고 검찰에 촉구했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도 "어떻게 국문과 전공자(오 전 대표)가 인터넷 논문을 보고 만든 살균제를 버젓이 판매하는 일이 가능한지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이 직접 수사까지 해야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 소장은 "세퓨는 마치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해 육아 동호회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탄 제품으로 2009년부터 3년간 판매됐다"며 "짧은 시간과 비교적 적은 판매량에도 강력한 독성으로 인해 피해 규모가 컸다"고 설명헀다.

11일 검찰은 지금까지 14명의 사망자를 포함 41명의 피해자를 낸 오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상·표시광고의 공정에 관한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이들은 덴마크 항의방문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담은 인터뷰 동영상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계획이다.(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 세퓨에 원료를 공급한 덴마크 케톡스(KeTox)사 항의 방문 결과와 현지 조사기록을 발표하고 있다. 2016.05.12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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