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는 법적 구속력 없어…본 계약 체결까지는 두고 봐야
(서울=포커스뉴스) 대우건설이 이란에서 대형 프로젝트 MOU(양해각서) 체결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 특수'를 의식한 지나친 수주 홍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 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현지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도로 인프라 등 2건, 총 115억달러에 달하는 건설 사업 MOU를 체결했다.
먼저 대우건설은 현대건설과 함께 총 100억달러 규모의 '바흐만 제노 정유시설(Bahman Geno Refinery)' 플랜트 공사에 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물론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참석해, 최근 불고 있는 이란 건설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대우건설 측은 설명했다.
같은 날 대우건설은 총 15억달러에 달하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3공구(Teheran Shomal Freeway Lot 3)' 사업에 대한 MOU도 체결했다.
MOU 체결식 후 박영식 사장은 "이란 현지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이 저유가 쇼크에 따른 중동 리스크 확대로 고전을 면치 못해왔던 터라, 이번 대우건설의 이란 프로젝트 MOU 체결은 업계에 매우 큰 희소식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순방을 통해 국내 건설사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내비친 점도 기대심리 상승에 한 몫 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이 이번에 체결한 2건의 프로젝트 금액 규모는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전체 수주실적(461억달러)의 무려 25% 수준에 달한다.
문제는 이란에서의 대우건설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업계는 대우건설이 이란에서 좋은 기회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지만, MOU를 체결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MOU는 양자 간 협력 사안을 간명하게 확인하는 것일 뿐,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MOU는 발주처와 수주 건설업체 간에 상호 협력하자는 취지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가 생기면 기존 MOU는 얼마든지 틀어질 수 있다"며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MOU가 본계약으로 직결될지 여부는 두고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주 주체가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 계획을 대외적으로 선포한다는 점에서 MOU의 의미는 크다"라며 "하지만 본 계약까지 가는 과정에 있어 발주처와 건설사간의 진짜 눈치 싸움은 이때부터 벌어진다. 일부 까다로운 발주처의 경우 협상 상황에 따라 이 MOU를 건설사를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지난 8일 이란 현지에서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추진 무산 가능성 소식까지 전해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 소식에 대해 "테헤란 쇼말 프로젝트는 당사가 수출입은행의 도움을 받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5개월 내로 문제없이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MOU가 본계약으로 직결되기 위해서는 협약 내용이 유지될 수 있는 건설업체의 노력, 발주처의 투명한 프로젝트 관리 및 높은 신뢰도 확보, 현지 시장 상황의 양호한 흐름이 모두 맞물려야 가능하다"고 말했다.지난 3일(현지시각)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앞줄 오른쪽 첫 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테헤란 쇼말 프로젝트 협약식에서 협약서명 및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우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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