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에서 성폭행·살인을 농담 소재로
영토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제트스키 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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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ilippine Presidential Candidates Campaign On Labour Day |
(서울=포커스뉴스) '필리핀의 트럼프', '징벌자'로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다바오 시장이 9일(현지시간)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했다.
필리핀 선거감시단체(PPCRV)는 10일(현지시간) 오전 4시 두테르테 후보가 마르 록사스 후보를 592만 표차로 앞질러 당선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후보는 득표율 38.65%로 23.16%에 그친 록사스 후보를 눌렀다.
22년간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장을 맡은 두테르테 후보는 최근 몇 년간 필리핀이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했지만, 범죄와 빈곤이 국가를 곤경에 빠뜨렸다며 극단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은 비결은 솔직함에 있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법질서를 확립하는 한편,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당선자는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BBC는 두테르테 당선자의 극단적으로 솔직한 발언과 기묘한 행동을 모아 전했다.
◆ 범죄자 10만 명 선고
두테르테 당선자는 지난 7일 마지막 유세에서 자신이 대통령직을 차지하면 범죄자 10만 명을 사형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범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범죄자에게 자비를 베풀 생각이 전혀 없다"며 "이 나라를 떠나라"고 말했다.
이날 두테르테 유세 발언의 방점은 물고기 밥에 찍혀 있었다. 그는 “모든 범죄자를 마닐라 만에 빠뜨려 물고기를 살찌우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는 필리핀에서 세 번째로 큰 다바오시 시장으로 22년간 재직했다. 당시 두테르테는 공산 반군 소탕에 민병대를 투입했다. 그는 직접 범죄자를 총살하기도 했다.
◆ 강간·살인을 농담 소재로
두테르테는 유세장에서 1989년 다바오 교도소 폭동 당시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된 호주 국적 여성 선교사를 비하하는 막말을 했다. 그는 호주 여성이 무척 아름다웠다며 "시장인 내가 먼저 그곳에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세장에 있던 군중은 그의 발언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발언과 유세장 분위기로 인해 필리핀 주재 외교관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이에 두테르테는 "그 여성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지만 "때때로 말이 자신을 더 자신답게 한다"고 덧붙였다.
◆ 프란치스코 교황 비방
두테르테 당선자에게 성역은 없었다. 두테르테는 교황에게도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의 날을 곤두세웠다.
2015년 1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필리핀에 방문했다. 필리핀은 가톨릭교도가 80%에 이른다. 교황을 보러 전국 각지에서 신자가 모여들어 마닐라 교통이 마비됐다.
이 점을 들어 두테르테는 지난 11월 연설에서 교황을 창녀의 아들이라며 비하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티칸 여행을 앞두고 교황에게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써서 교황청의 답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남중국해에서 제트스키
두테르테 당선자는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남중국해를 직접 방문해 제트스키를 타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필리핀이 중국과 분쟁을 겪는 지역은 스카버러 숄이다. 이곳은 필리핀에서 160km, 중국에서 800km 떨어져 있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크다. 중국은 스카버러 숄에 인공섬을 짓고 있다.
두테르테 당선자는 중국에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자며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그는 "아무것도 중국에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눈뜬장님 행세를 하지도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중국이 합작 투자를 원하면 추진할 의지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트럼프와 비교 거부
두테르테 당선자는 필리핀 트럼프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와 동일 선상에서 거론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는 "트럼프는 옹졸하지만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비교를 거부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이슬람교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은 같았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세력에 대해 두테르테는 "평화를 가로막는 이슬람교도는 더 강하게 물리쳐야 한다"고 말했다.
◆ 비아그라 복용 옹호
BBC가 꼽은 두테르테 당선자의 극단적인 발언의 마지막은 비아그라 복용 공개다. 그는 지난 4월 유세에서 "아내와 자신이 각방을 쓰고 있지만, 무기력하지는 않다"며 "비아그라를 먹으면 영원히 버틴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두 명의 정부(情婦)가 있었다며 바람둥이 기질을 과시했다.
현 정부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막말과 기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게 한 주 요인이었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6년간 필리핀 경제 성장률은 6.2%를 기록했다.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주요 산업을 대통령 일가가 독점하자 필리핀 국민이 등을 돌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필리핀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1965년부터 1986년까지 20년 넘게 대통령 자리를 지킨 독재자 페르니난드 마르코스의 잔재를 털어버리기 위해 필리핀은 대통령 연임을 절대 금지한다.22년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 시장을 맡아온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필리핀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했다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온갖 막말과 기행을 일삼아 필리핀 트럼프로 불린 두테르테가 당선된 주요인은 현 대통령 일가의 주요 산업 장악이었다. (Photo by Dondi Tawatao/Getty Images)2016.05.1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두테르테 당선자가 대선을 앞두고 지난 7일(현지시간) 마지막 유세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두테르테는 범죄자를 전부 마닐라 만에 빠뜨려 물고기를 살찌우겠다고 발언했다. (Photo by Dondi Tawatao/Getty Images)2016.05.10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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