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계춘할망' 윤여정 "하고 싶은 연기하는 것…그게 내 인생 최고의 사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10 10:15:56
  • -
  • +
  • 인쇄
윤여정, 영화 '계춘할망'에서 타이틀롤 맡아 제주도 해녀 할머니 변신

"지금은 무서운 게 없잖아요…낫씽 투 루즈(Nothing to lose)"

(서울=포커스뉴스) "제가 50년 연기를 했지만 제 연기가 많이 식상하고 뻔한 게 나올까 싫고, 좀 두려워요."

윤여정이 말했다. '꽃보다 누나'의, '여배우들'의 맏언니이면서 여전히 '죽여주는 여자'이기도 한 그다. '죽여주는 여자'는 윤여정의 차기작 제목이다. 그런 윤여정이 연기가 두렵다는 말을 했을 때, 그리고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부럽다고 했을 때, 의아했다. 항상 멋있고 당당한, 닮고 싶은 언니의 모습을 보여준 그이기 때문이다.

윤여정은 영화 '계춘할망'을 통해 도전을 택했다. 환갑이 지나면서 연기를 즐기기로 다짐한 뒤, 선택한 작품이다. 그가 '계춘할망'에 끌린 시작은 "선생님의 도회적인 이미지가 소진되셨습니다"라고 당당히 밝힌 프로듀서와의 통화였다. 씩씩한 말을 하는 패기에 이끌려 미팅을 하게 됐고, '그럼 한 번 도전을 해보나?'하는 마음은 작품을 선택하게 했다.



'계춘할망'은 어린 시절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 분)를 12년 만에 찾게 된 계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계춘은 제주도 해녀 할망(할머니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윤여정이 계춘이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해녀복을 급하게 벗다가 귓불이 찢어지기도 했다. 뱀장어를 손으로 덥석 집는 장면을 찍다가 물려서 상처가 나기도 했다.

"분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려요. 강하게 분장한 채로 계속 햇볕에 나가 있으니, 얼굴이 지금도 처음 남자 만난 아이같이 얼굴이 발그레해요. 머리카락에도 흰 칠을 더해서, 지금도 약간 머리가 옥수수 털 같지 않나요? 그래도 분장이나 이런 건, 제 몫이 아니니까요. 늙게 하는 건 자신 있다고 했어요. 젊게 만드는 게 문제지.(웃음)"

윤여정이 '계춘할망'을 준비하는 과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내가 이 할머니라면 이럴 때 어떨까"라는 고민이 전부였다. 윤여정은 고민 속에서 자신의 증조할머니 모습을 떠올렸다.

"어렸을 때, 할머니를 너무 싫어했어요. 할머니가 음식을 씹어서 입에 넣어주고 한 게, 더럽고 비위생적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 쉰 넘어서 문득 증조할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3대 독자의 첫 손녀였어요. 증조할머니에겐 몇십 년 만에 본 아이죠. 저도 엄마가 돼 알지만, 엄마는 아이를 가리키려고 해요. 처음 해보는 엄마니까, '이거 하지마'라고 잔소리를 해요. 할머니는 그런 게 없는 거예요. 그냥 꾸물거리는 것도 너무 예쁘고, 대소변 보는 것도 너무 예쁘고. 증조할머니를 떠올리면서 '내가 너무 죄를 많이 지었구나' 싶었죠. 그래서 그 심정으로 했어요. 증조할머니가 저를 대했듯이."



윤여정은 연기 인생으로만 거의 반 백 년을 살았다. 이 말에 그는 "10년 정도는 빼야 해요. 결혼하고 쉰 적이 있으니까"라고 반박하며 웃는다. 힘든 작품도, 시간도 넘어왔다. 그는 "인생의 쓴맛을 본 게 비법이겠죠"라고 그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한다.

그런 윤여정은 유독 후배 여배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고현정, 배두나, 송혜교 등은 과거 인터뷰에서 윤여정의 말을 인용하며 "깨달았다, 배웠다"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윤여정은 아직도 연기가 여전히 숙제라고 말한다.

"제가 출연작이 86편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날아다녀야 하잖아요. 그렇지 않고 같은 얼굴에 같은 목소리로 얼마나 다른 걸 끄집어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계춘할망이 그런 마음을 건드렸는지도 모르죠."

연기에 대한 계속된 고민은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 "에디 레드메인이 마릴린 먼로를 좋아하는 역으로 나온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2011년)을 보고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년)을 봤는데 같은 배우인지 몰랐어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진짜 스티븐 호킹 얼굴이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제 기억에 스티븐 호킹은 에디 레드메인으로 남아있죠. 그렇게 연기하면 참 좋겠더라.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보기에 '참 못났다' 싶은 짓을 과거에 제가 했을 거예요. NG만 안 내면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결혼 생활을 접고 다시 생활 전선에 뛰어들면서 배우를 하게 됐죠. 그때부터가 제 배우인생의 시작일 거예요. 대기업에서 아무리 잘 나가는 전문직 여성이라고 해도 10년 동안 쉬고 취직한다면 받아들여 줄 리가 없잖아요. 그런데 저는 다시 받아들여 주신 거죠. 너무 감사했어요. 아마도 그때부터를 배우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은 즐기는 단계예요. 환갑 넘으면서 결심했거든요.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요. 제가 좋아하는 감독, 작가, 작품을 골라서 연기할 수 있다면 제 인생에서 이보다 사치는 없을 것 같아요. 40대만 해도 갈 길이 멀죠. 한 번의 실패가 다음 일에 지장을 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무서울 게 없잖아요. 낫씽 투 루즈(Nothing to lose, 잃을 게 없다는 뜻)."윤여정이 영화 '계춘할망'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콘텐츠 난다긴다>윤여정은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머니 계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계춘할망' 스틸컷. <사진제공=콘텐츠난다긴다>윤여정과 김고은은 영화 '계춘할망'에서 할머니와 손녀 역으로 열연했다. 사진은 '계춘할망' 스틸컷. <사진제공=콘텐츠난다긴다>윤여정이 영화 '계춘할망'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콘텐츠 난다긴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속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