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진실게임…"유해성 몰랐다"vs"옥시·김앤장 책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09 14: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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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첫 구속자된 조 교수

"유서썼다"…억울함 호소한 조 교수, 진실은?

책임 전가 급급한 옥시…사건 전말은?
△ 묵묵부답 신현우 옥시 전 대표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업체 측은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업체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로 구속된 교수는 업체와 법무대리인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첫 구속자된 조 교수

검찰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기업으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조모(56) 서울대학교 수의대 교수를 구속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 수사 이후 처음으로 구속된 조 교수는 금품을 받고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옥시는 지난 2011년 자사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 폐손상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 같은 내용의 실험은 서울대학교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후 일각에서 옥시 측이 자사에 유리한 보고서만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옥시가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흡입독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실험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해 "생식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를 숨기고 이듬해 임신하지 않은 쥐를 상대로 재실험을 진행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옥시 측은 이같은 내용의 2차 보고서만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논란이 된 서울대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검찰 역시 보고서 조작 여부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먼저 지난 4일 옥시 측에 유리한 보고서를 작성해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 교수의 연구실 등을 압수수색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압수수색 중에 대학 연구실에 있던 조 교수를 긴급체포하고 조 교수의 개인 계좌로 옥시 측이 거액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검찰은 신뢰할 수 있는 결과 도출이 어렵다는 연구원의 반대에도 조 교수가 실험을 강행한 정황을 포착하고 옥시 측으로부터 받은 연구 용역비 2억5000만원 중 일부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있다.

◆ "유서썼다"…억울함 호소한 조 교수, 진실은?

그러나 조 교수의 구속이 결정된 후 본격적인 진실게임이 시작됐다.

조 교수 측이 "죽음으로 결백을 입증하려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동인 김종민 변호사는 8일 오후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교수가 자택 압수수색 전 유서를 작성했다"면서 "변호인이 모든 내용을 밝혀 달라고 쓰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옥시 측에 이미 유해성을 경고했음에도 옥시와 보고서 검토를 담당한 김앤장이 실험결과를 끼워맞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는 2011년 11월 영국 본사와 싱가폴, 미국 측 옥시 관계자 및 한국법인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전신에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며 "이 연구에서 폐와 관련된 병변을 발견하진 못했지만 2011년부터 2012년 사이 옥시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권모 연구원이 2013년 4월 김앤장과 주고받은 메일을 보면 김앤장이 독성실험 관련 원본 데이터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있다"면서 "지난 4월 발송된 메일에도 권 연구원이 김앤장 변리사에게 관련 데이터 전부를 복사해줬다는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연구원은 현재 조 교수 측과 연락이 끊긴 상태며 관련 자료는 모두 권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옥시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조 교수에게 각각 고농도와 저농도 PHMG 실험을 의뢰했었다"며 "두 실험은 같은 결함을 안고 있었음에도 옥시는 폐섬유화 병변이 확인된 KCL의 고농도 연구결과는 부정하고 조 교수의 저농도 연구만 수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학자이자 연구총괄책임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옥시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고 보고서를 고의로 조작한 것은 아니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책임 전가 급급한 옥시…진실은?

조 교수의 입장 발표는 도의적인 책임은 인정하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을 주된 골자로 하고 있다.

옥시 역시 마찬가지다.

신현우 전 대표는 9일 검찰에 출석하며"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고통과 피해를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남은 일생동안 참회하고 유가족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연구원들은 신 전 대표에게, 신 전 대표는 영국 본사에 각각 보고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모두 자신들이 아닌 상부로 책임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은 책임회피보다 피해자들을 향해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게 먼저"라며 "아무리 회피하려고 하더라도 모두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가해자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신현우 전 옥시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2016.05.09 허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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