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학계열 정원 대폭 축소…우려 현실되나
고3 수험생 수능 190여일 남겨두고 문·이과 계열 선택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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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가게 하소서 |
(서울=포커스뉴스) 교육부가 지원하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의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선정 결과에 따르면 사회수요 선도대학(대형 유형) 9곳, 창조기반 선도대학(소형 유형) 12곳이 선정됐다.
대형 유형에는 건국대·숙명여대·한양대(ERICA) 수도권 3곳, 경운대·동의대·순천향대·영남대·원광대·인제대 비수도권 6곳, 소형 유형에는 5개 권역으로 나눠 성신여대·이화여대·경북대·대구한의대·한동대·동명대·신라대·건양대·상명대(천안)·군산대·동신대·호남대 12곳이 선정 됐다.
프라임사업은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수요에 맞게 공학계열 인원을 늘리는 등 정원을 조정하는 사업으로 선정된 대학은 교육부로부터 3년간 총 6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원 받는다.
학과 축소와 융합 등으로 총 5351명 규모의 정원 이동이 이뤄지고, '산업인력 맞춤 인재 양성'이라는 사업 취지에 따라 교육과정 개편도 진행될 예정이다.
정원이 가장 많이 늘어나는 분야는 공학으로 4429명이 늘어나는 반면 인문·자연·예체능 등 비(非)공학계열은 그만큼 정원이 줄어든다.
교육부에 따르면 선정된 대학들은 이번 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평균 취업률을 약 7.7% 포인트 향상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 인문·자연계열 대폭 축소…기초학문 흔들리나
프라임 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비공학계열의 축소다.
사회 변화와 산업수요에 맞춰 학사구조를 개편한다는 명분 아래 취업에 유리한 공과대학 정원은 늘리고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 정원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사업 신청 단계부터 각 학교별로 학내 갈등이 고조되는 등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던 이유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사회 변화에 따른 대학 정원 조정으로 학사구조의 질적향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백성기 프라임평가위원장은 겸 사업관리위원장은 "이번 사업의 취지는 취업 불균형을 초래한 대학 학과별 정원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력시장 의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정된 21개 대학은 공학계열 중심으로 학사 개편이 되더라도 교육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을 인문·예체능 등 비공학계열 부문에 일부 투자하겠다는 타협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탈락한 54개 대학의 경우 교육부 지원금도 없이 학사 구조 개편을 단행할 처지에 놓였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번 사업 선정에서 탈락했더라도 학사구조 개혁은 그대로 실행에 옮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 수능 약 190일 남았는데…수험생도 '촉각'
전국 21개 대학의 학과 개편 결과는 2017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적용 된다.
때문에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수능을 약 190일 남겨두고 문·이과 계열 고민부터 다시하게 생겼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전국 21개 대학은 학과 개편에 따라 인문사회, 자연, 예체능 계열 정원을 4429명 줄이고 공학계열 정원은 그만큼 늘려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이들 계열 학과들이 통합되거나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대부분 자사고, 특목고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견해 이과를 늘리고 문과를 줄이는 등의 대비를 해왔겠지만 이런 준비가되지 않은 일반계 고교들의 문과 학생들이 당장 이번 입시부터 좁은 입시문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금도 문과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취업문도 이과 출신에 비해 더 좁은 현실"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당분간 더욱 심각 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진학과 취업에 대한 강박에 무턱대고 이공계로 진학했다가 학업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런 부작용이 더 심화하지 않 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 프라임 사업 '후폭풍'…학내 갈등 재연될까
선정된 학교들 대부분은 프라임 사업 신청 단계부터 학내 갈등이 심화됐던 터라 선정 이후에도 마음을 놓지 않을 수 없다.
소형 유형에 선정된 이화여대는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사업 신청 과정에서 학교 측이 충분한 소통 없이 진행한 점을 비판해 왔으며 사업이 실행될경우 비공학계열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 1일에는 '이화여대 사망'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 화환이 캠퍼스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이번 사업 선정에 따라 모든 단과대학의 학과가 10%씩 인원을 감축하고 대신 공학대학 인원이 기존 300명에서 약 500명 규모로 대폭 증가한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의 사업 강행을 계속해서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부문에 선정된 성신여대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학교 측이 학과 구조 개편이나 정원 조정 계획 등을 사업계획서에 명시할 때 당사자인 학생들과 상의 없이 비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학생들과의 소통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서울=포커스뉴스)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17학년도 대학입시설명회'가 참석한 학부형, 수험생 및 관계자들로 붐비고 있다. 2016.03.12 양지웅 기자 2015.12.29 김기태 기자 지난달 5일 이화여대 정문 앞에 놓여진 근조화환들. '프라임사업 반대', '이화의 명복을 빕니다' 등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제공=이화여대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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