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재계…롯데면세점 등 '입점 로비' 의혹
끝없는 '정운호 게이트'…군부터 정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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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처리퍼블릭 압수수색 중인 검찰 |
(서울=포커스뉴스)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출발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관련 사건이 사회 전반을 뒤흔드는 ‘정운호 게이트’로 확산하고 있다.
법조계부터 재계, 군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에 걸친 대규모 게이트의 실체가 점차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 원정도박에서 거액수임료, '법조계 로비'까지
정운호 전 대표가 처음 법조계 이슈로 떠오른 것은 폭력 조직이 마카오 등 동남아 일대를 중심으로 운영해온 ‘정킷방’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다.
정 대표는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카오, 필리핀,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대 ‘정킷방’에서 100억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른바 ‘저가 화장품 신화’로 불리던 기업가가 한순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정 대표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징역 8월로 감형했다.
4개월 감형에도 상고장을 제출했던 정 대표는 이후 변호사 폭행 혐의로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12일 정 대표가 수임료 반환 문제를 두고 최모(46)변호사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정 대표는 당시 최 변호사와의 면담 중 20억원의 수임료를 반환하라고 요구했고 최 변호사가 이를 거절하자 손목을 잡고 강제로 자리에 앉히는 등 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최 변호사는 정 대표의 항소심 변론을 맡았다 지난 3월 사임한 인물이다.
최 변호사의 고소로 공론화된 사건은 이후 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으로 그 몸집을 키웠다.
먼저 논란이 된 것은 거액의 수임료였다. 처음 알려진 수임료는 20억원 수준이었지만 확인 결과 당초 정 대표가 최 변호사에 약속한 수임료는 50억원 수준이었다.
이를 두고 최 변호사를 향한 의혹의 시선이 이어지자 최 변호사 측은 H변호사를 도마에 올렸다.
정 대표 접견 당시 그가 직접 적은 이른바 ‘8인 리스트’를 언론에 공개한 것이다. 정 대표가 직접 적었다는 로비스트 명단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H변호사다.
검사장 출신 H변호사는 정 대표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원정도박 사건 담당 변호사다. 이 때문에 그가 전면에 나서 정 대표 구명 운동을 벌여왔다는 의혹이 일었다.
브로커 이모씨 역시 정 대표 관련 법조계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이씨는 정 대표의 지인 중 하나로 적극적 구명활동을 벌였다고 지목된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말 정 대표의 항소심 담당 판사와 저녁식사를 한 인물이 바로 이씨다.
당시 이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B부장판사를 불러 저녁식사를 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당시 B부장판사는 이날 저녁식사 도중 정 대표 사건을 처음 접했다.
이후 B판사는 해당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됐다는 사실을 알고 재판의 공정서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재배당을 요구했다.
이씨가 부장판사조차 모르고 있던 사건을 먼저 알고 있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정 대표 관련 의혹은 사건을 수사한 경찰부터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낮춘 검찰, 1심 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한 재판부까지 전방위로 제기된 상태다.
◆ 이번에는 재계…롯데면세점 등 '입점 로비' 의혹
검찰은 정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하던 중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한 20억원의 금품로비 의혹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 5일 구속된 브로커 한모씨가 체포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법조계는 물론 재계에서 한씨와 신 이사장간의 친분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한씨가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빌미로 정 대표에게 돈을 건네 받았고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최근 정 대표가 검찰에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대가로 브로커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파만파 커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0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면세점에 매장을 냈다. 한씨는 정 대표와 해당 매장 수익의 3%정도를 수수료로 받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즉시 진화에 나섰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이미 모든 면세점에 입점한 상태였기 때문에 롯데에만 따로 로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골자다.
신영자 이사장 측 역시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로비는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화장품 매장 사업 진출과 관련한 로비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법조 로비의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는 브로커 이씨가 정 대표에게 9억원의 로비 자금을 받고 서울지하철 화장품 매장 입점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것이다.
서울메트로는 2009년 9월 서울역 등 70개 역사 내 매장 100개를 묶어 임대하는 ‘명품브랜드점 임대사업’ 입찰공고를 내고 사업을 진행했다.
S사는 공고를 통해 186억원의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점포를 낙찰받았다.
문제는 감정가의 106%에 불과한 임대료 낙찰률이다. 최고가 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했을 경우에 비해 100억원 이상이 저렴한 수준이라 사실상 S사에게 특혜가 제공됐다는 의혹이 인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2010년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고 이후 검찰은 수사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처럼 의혹을 받은 S사에게 웃돈을 준 뒤 낙찰받은 점폴ㄹ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지하철 매장에 진출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 대표에게 받은 9억원을 이용해 로비활동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끝없는 '정운호 게이트'…군부터 정계까지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는 끝을 모르고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앞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브로커 한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이 군 PX에 입점될 수 있도록 로비 활동을 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혐의로 한씨를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한씨는 군납품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이 군PX에 납품될 수 있도록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해주고 수 천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 차관을 지낸 이용걸(59) 전 방위사업청장과의 접촉 의혹도 불거졌다.
이 전 청장과 한씨는 중학교 동창으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씨는 아직까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정 대표가 네이처리퍼블릭 부회장직을 제안하며 2000만원을 건넸고, 이 자리에서 식사 한끼를 먹은 게 전부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검찰은 한씨의 혐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소식에 능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미 혐의 입증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마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의혹들이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브로커 이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씨는 평소 정치인이나 공직자,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시절 유력 정치인들과는 한강 선상 파티를 즐길 정도로 돈독한 사이로 전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 대표를 둘러싼 로비 의혹이 청와대와 정치권을 향해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한편 정운호 대표는 중저가 화장품 업계에서는 신화와 같은 존재였다.
2003년 더페이스샵을 창업해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열풍을 만들어냈다.
더페이스샵은 창업 2년만에 연매출 1500억원을 기록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에 이은 업계 빅3로 손꼽혔다.
그러던 중 2009년 정 대표는 LG생활건강에 더페이샵을 매각했다.
이후 2010년에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분 100%를 인수한 뒤 대표직을 맡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정 대표 취임 6년만에 연매출 2800억원 규모의 국내 브랜드숍 5위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화장품 업계 타고난 장사꾼으로 불리던 정 대표는 원정도박을 시작으로 일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화장품 업계 중심 인물이었던 정 대표, 그가 이젠 법조·재계·정계 등 사회 전반 로비 의혹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입문을 신문, 플래카드 등으로 막고 있다. 2016.05.03 조종원 기자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2015.08.16 김인철 기자 롯데면세점. 2016.05.05 이서우 기자 buzacat@focus.co.kr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입문을 신문, 플래카드 등으로 막고 있다. 2016.05.03 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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