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곳은 어린이날도 수업…"어른도 쉬는 날에 아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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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임시공휴일인 6일 낮 12시30분.
서울의 대표 학원가인 강남구 대치동 거리에는 자기 몸집만한 책가방을 메고 걷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책가방을 맨 아이에게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학원이요" 혹은 "학원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이날 오후 6시40분쯤 만난 초등학교 5학년 김모(11)군도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김군은 오후 3시30분부터 세시간동안 6학년 수학 수업을 들었다고 했다.
한 학년 높게 공부해서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군은 "다른 친구들도 비슷하게 공부해요"라며 걸음을 재촉했다.
이후에도 어깨를 늘어뜨린 어린 학생들은 계속 눈에 띄었다.
초등학교 6학년 박모(12)양은 이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영어 회화 학원으로 가고 있었다.
박양은 "학원에서 동갑 친구들 4명이 함께 영어로 말하기를 해요"라며 "오늘은 수업 안하고 대신 파티를 해요"라고 말했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포커스뉴스>가 강남구 대치동 학원 중 초등부 수업이 있는 학원 80곳을 조사한 결과 48개 학원이 6일 정상수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11개 학원은 심지어 어린이날에도 초등부 수업을 진행했다. 올해만의 일이 아니었다.
이 같은 상황이 매년 반복되자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한국학원총연합회, ㈔한국교습소총연합회에 임시공휴일인 6일 학원이 휴강하도록 협조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학원연합회의 입장은 달랐다.
학원연합회 관계자는 "공문이 내려왔지만 기본적으로 학원은 개인 사업자"라며 "정부에서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것이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한 달에 정해진 수업 일수를 기준으로 학원비를 받는데 가뜩이나 쉬는 날이 많은 5월 휴강을 하면 당장 학부모 항의가 들어온다"며 "연합회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교육부 공문을 전달했고 이후는 개별 학원의 판단"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왜 어린이날 황금연휴에도 아이들이 학원에 가냐고 묻자 대치동 영어학원 강사 A(40·여)씨는 "여기는 대치동이잖아요"라는 말로 운을 뗐다.
A씨는 "수업 한 번에 교과서 한 단원 진도가 빠지는데 학원을 안 보내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느냐"며 "어린이날 휴강한다고 하면 항의가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원에 대한 안좋은 입소문이 돌 수도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수학학원 강사 B(38)씨는 "대치동이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공휴일, 명절에 학원 나오는 곳이 대치동뿐만이 아니다"며 "서울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학원가 다 비슷하게 된 지 오래다"고 말했다.
최근 어린이들이 휴일에도 학원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은 정치권에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시민포럼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성인의 노동시간도 40시간이 법적 기준인데 한창 약동해야 할 학생들이 책상 앞에서 하루에 12시간, 주당 70~80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적어도 밤 10시 이후의 시간, 일주일에 하루는 편히 쉴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포럼에 참여한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어린이 대상으로 어린이날 수업을 한다니 참담한 일이다"라며 "한국 사회의 경쟁 풍조가 중고생에 영향을 미치다가 결국 확대되다 못해 어린이까지 온 비참한 결과"라고 탄식했다.
이어 "어른들은 학원휴일휴무제 법제화를 통해 이 땅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임시공휴일인 6일 오후 9시. 대치동 학원가 학원 간판은 여전히 밝다.
문득 낮에 만난 한 초등학생 아이의 말이 귓가에 메아리친다.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에요?"
"아뇨, 다음 학원이요“(서울=포커스뉴스) 임시공휴일인 6일 어린 학생들이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고 있다. 김대석 기자 강남 모 학원 홈페이지에 나온 5월 일정 공지. <사진제공=학원홈페이지>(서울=포커스뉴스)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간판에 불이 들어오고 있다. 김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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