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부양 비용보다 더 심각한 도전은 생산성 하락임을 명심해야
(서울=포커스뉴스)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2026년이면 현 단계인 '고령화 사회'와 그 다음 단계인 '고령 사회'를 차례로 지나 65세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이미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나라는 일본, 독일, 이탈리아다.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언뜻 정부 예산에 얽힌 온갖 종류의 도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정작 고령사회의 진짜 문제는 생산성 저하이며 이로 인해 사회 전반이 고령화에 더해 궁핍화에 빠지지 않으려면 고령화가 깊이 진행되기 전 생산성 문제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유럽의 전문가가 조언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다국적 금융그룹 유니크레딧은행 소속 경제학자 에도아르도 캄파넬라는 최근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어페어 기고문 ‘나이와 생산성’에서 고령사회 대비는 첫째도 생산성 둘째도 생산성이라고 강조한다.
캄파넬라에 따르면 오랫동안 선진국들은 생산성 감속을 겪어 왔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주요7개국(G7)의 생산성은 연 평균 4.4% 향상됐다. 그랬던 것이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까지 이 수치가 1.8%로 둔화됐고 지금은 단지 0.4%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이 “우리는 이제 빈약한 성장과 낮은 일자리 창출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은 걱정하기 시작할 때라고 캄파넬라는 주의를 환기시킨다.
생산성 감속의 원인으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같은 학자들은 민간투자 부족을 꼽는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로버트 고든 같은 학자들은 오늘날의 혁신이 전화(電化), 자동차, 무선통신 같은 2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들보다 덜 변혁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릭 브린욜프손과 앤드류 매카피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인 생산성 통계가 새 제품들의 품질 변화를 포착하지 않으므로 그것은 단지 측정 실수라고 주장한다. 다트머스대학의 제임스 페이러 같은 사람들은 늙어가는 인구를 그 원인으로 지목한다.
인구통계학적 변화는 전개가 느리게 마련이다. 노년부양비율(근로인구에 대한 노인의 비율)의 세계평균이 1960년의 약 20%에서 오늘날의 33%로 높아지는 과정에서 부유한 나라들에서 출산율이 떨어지고 수명이 늘어나는 데 60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그 변화가 일단 두드러지게 되면 그것은 빠르게 가속한다. 유엔은 노년부양비율이 2050년 47%로 껑충 뛰리라 예상한다. 일본에서 그것은 71%에 도달할 것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인구 구조에 그대로 반영된다. 일자리 시장에 진입하는 젊은 근로자가 줄면서 피라미드의 기초는 침식되고 꼭대기 연령집단의 상대적 무게가 커진다. 그런가 하면, 은퇴 근로자가 신입 근로자보다 많아지면서 피라미드 전체의 규모가 줄어든다. 그 결과 노동인구는 작아지면서 동시에 늙는다. 이 변화는 유럽대륙과 일본에서 특히 격심하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아직 그런대로 괜찮은 인구 성장 덕분에 그 현상은 한결 완화된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노동력 규모의 전반적인 감소를 걱정해 왔다. 왜냐하면 획기적인 기술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근로자 감소는 GDP(국내총생산)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GDP 감소를 온전히 벌충하려면 생산성 향상이 80% 더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추산한다. 노동인구의 형태 변화는 그 절대 규모 못지않게 중요하다. 나이는 노동의 생산성, 그리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생산해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생산성은 나이와 함께 상승해 45~50세에 정점에 도달했다가 떨어진다. 특히 문제해결, 학습, 속도에서 저하가 뚜렷하다. 오늘날 노동인구의 나이 많은 구성원들은 지난 세대들보다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이것이 더 높은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주요한 기술적 혼란은 다른 식으로 작용한다. 그것은 오래 전 습득한 기량의 가치를 희석시킨다.
선진국들은 수십 년 간 늙고 비생산적인 근로자들을 노동인구에서 솎아내는 관대한 은퇴 정책을 통해 떨어지는 생산성의 문제에 대처해 왔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의 경우, 60~64세 인구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약 30%(미국보다 거의 20% 포인트 낮다)이며 65세 이상으로 가면 이 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정부의 은퇴자 지원 예산 부족으로 은퇴 자체가 덜 매력적인 것이 되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들이 계속 일하게 되는 현상이 생긴다.
노인들은 작업장 바깥에서도 생산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 고령사회는 노인 돌봄에 갈수록 많은 자원을 배정해야 한다. 1980년 이 분야에 들어간 돈은 프랑스, 독일, 일본 GDP의 약 6%였다. 지금 그 비율은 11%이며 앞으로 30년에 걸쳐 최소 5% 포인트 더 늘어나게 되어 있다. 간호와 노인 위로 같은 활동은 정체되는 생산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만약 그와 같은 노인 관련 서비스의 GDP 비율이 늘면, 경제 파이를 키우는 데 거의 기여하지 않는 일에 갈수록 더 많은 근로자가 고착될 것이다.
나라가 늙으면 총저축이 줄어든다. 사람들은 일할 때 저축하고 은퇴하면 그것을 헐어 쓴다. 연금생활자 수가 늘면 저축은 증발하기 시작하고, 그것은 해외에서 돈을 가져오지 않는 한 투자 재원을 침식한다. 이것은, 기술과 더불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자본 비축을 압박한다. 이탈리아의 총저축률은 1980년대 가처분소득 대비 약 30%에서 오늘날 11%로 줄었다. 이탈리아는 이 기간 중 순(純)채권국에서 순채무국으로 바뀌었다.
인구 노화와 생산성 둔화 간의 관계는 노화가 심화하면서 증강된다. 그 결과 유럽대륙과 일본을 한 묶음으로, 미국과 영국을 다른 한 묶음으로 잡을 때 양자 간의 성장 격차가 더 벌어진다. 가장 취약한 독일과 이탈리아는 엄청난 도전, 즉 그 비율이 더 커진 비활동 인구를 위한 충분한 자원을 창출하기 위하여 갈수록 덜 생산적인데다 줄어들기까지 하는 근로자 집단을 사용하는 과제에 직면한다.
캄파넬라에 따르면, 참가율을 높이거나 혁신에 대한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림으로써 노동인구를 보강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노인을 일하도록 권장하는 것은 생산성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노인이 사용에 서툰 정교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노인의 효율을 좀체 높이지 못한다. 그보다, 정책 당국자들은 그와 같은 계획을, 인구학적인 힘과 생산성 동력 간의 연계를 끊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처들과 짝 지워야 한다고 필자는 제안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와 관련이 있는 인적자본 차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는 오늘날의 일자리 시장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 더 오래 일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 평생학습 프로그램들이 더 광범해져야 하며 나이 많은 근로자들의 인지능력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몇 년 전 영국은 ‘뉴딜50+’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의 목표는 50세가 넘은 사람들에게 훈련을 제공함으로써 장기 실업을 낮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사업은 재원, 그리고 기업 및 노조와의 협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이와 함께 고령자를 채용하거나 유지하는 기업에 세금혜택을 주어야 하며, 고령 근로자의 기량 저하를 반영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 빠른 기술변화를 감안해 고용주들은 새 기술에 빨리 적응하는 젊은 근로자를 선호하는 반면 오랜 경력을 통해 습득한 경험에 별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2006년 스웨덴은 65세 이상 근로자들에게 세액공제를 도입해 기업주의 기여금 부담을 줄여주었다. BMW는 조립라인의 나무 바닥과 읽기 쉬운 컴퓨터 화면과 같이 나이 많은 종업원에게 더 편한 작업장 만들기를 포함해 고령 노동력을 자산으로 변모시키는 여러 전사적 조처를 채택했다. 그러자 결근이 줄고 실수와 신체적 긴장의 확률이 낮아졌다.
마지막 단계로서 캄파넬라는, 생산성이 낮고 고령과 관련된 일자리에서 근로자들을 대체할 로봇과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에 더 많이 투자하라고 권고한다.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재흥(再興)전략’의 핵심에는 노인을 위한 간호 로봇과 무인 자동차 개발이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잠재적 간호사들을 노인 돌봄 부문 바깥의 더 생산성이 높은 일자리로 밀어낼 수 있다. 동시에, 각국 정부는 디지털 작업을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더 디지털화된 경제는 물적 자본을 덜 필요로 하며 따라서 구식 경제보다 저축도 덜 필요로 한다. 별 추가자본이 들지 않는 왓츠앱이 소니보다 시장가치가 더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세계는 생산성과 위험에 처한 노령화 사이의 고리를 무시한다고 캄파넬라는 말한다. 만약 그 도전을 지금 정면으로 받아넘기지 않는다면 앞으로 50년에 걸쳐 서구는 선례 없는 인구통계학적·경제적 반전을 겪게 되리라고 캄파넬라는 경고한다. 그 반전은 인구가 작아지고 늙는 것은 물론 매우 가난해지는 것이다.(Photo by Sean Gallup/Getty Images)2016.05.0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 by Scott Olson/Getty Images)2016.05.0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 By David Mcnew/Getty Images)2016.05.0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Photo by Christopher Furlong/Getty Images)2016.05.03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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