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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사 하는 박원순 |
(서울=포커스뉴스) "100만원 이하로 받으면 괜찮은거야?"
기자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1000원만 받아도 직무 연관성을 따지지 않고 중징계하도록 한 박원순법(서울시공무원행동강령)의 첫 적용 대상자가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자 나온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지 않다'가 되겠다.
법원은 '해임‧강등'을 택한 서울시의 징계 처분이 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지 박원순법의 적법성을 판단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사법정의'까지 거론하자 대법원도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서울시 징계규칙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금품수수 금액이 소액인 경우 징계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 공무원 A씨, 해임·강등으로 소송까지 간 이유는?
사건 당사자인 A씨는 2014년 1월부터 서울 소재 한 구청의 도시관리국장으로 근무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월 후배 공무원 5명과 저녁 식사를 했고 평소 친분이 있던 한 건설사 전무 최모씨도 동석했다.
최씨는 식사 중간 30만7000원(1인당 4만3857원)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했고 대리운전을 통해 귀가하던 A씨의 주머니에 10만원권 상품권 5매도 집어넣었다.
A씨는 2014년 5월 자신의 집무실에서 롯데물산 소속 직원으로부터 12만원 상당의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8매를 받기도 했다.
이 자유이용권은 각 국장실에 배포된 비매품이었다.
A씨는 또 2012년 6월 당한 빙부상에서 직무관련자 61명으로부터 960만원의 부의금을 수수하기도 했다.
이 징계 혐의는 징계시효가 지나 징계양정 고려 사유로만 적용됐다.
A씨의 잘못된 행동은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의 조사에서 드러났다.
점검단은 A씨의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를 적발하고 지난해 3월 A씨에 대한 징계절차를 서울시에 요구했다.
이에 서울특별시 제1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6월 "A씨가 공무원의 청렴 의무와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면서 해임과 함께 66만3850원의 징계부가금 부과처분 결정을 내렸다.
박원순법으로 불리는 징계규칙이 처음 적용된 사례였다.
서울특별시 송파구 공무원 행동강령 제14조(금품 등을 받는 행위의 제한)는 '공무원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부동산·선물 또는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되고 직무관련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아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서울특별시 송파구 지방공무원 징계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징계 또는 징계부가금의 기준)도비위의 유형, 정도 및 과실의 경중, 평소의 소행, 뉘우치는 정도 등을 참작해 징계기준과 징계부과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인사위는 이러한 징계기준 등을 근거로 지난해 7월 A씨를 해임조치 했다.
해임처분은 과하다고 판단한 A씨는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서울특별시 소청심사위원회에 같은 해 8월 제재 수위를 '강등'으로 감경했다.
위원회는 A씨의 징계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직무의 '불가매수성'을 중대하고 심각하게 해할 정도의 금액은 아닌 점, 32년 동안 징계전력 없이 성실히 근무한 점, 감경해 처벌한다고 해도 징벌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이후 A씨는 '강등'의 제재수위도 과하다며 소송을 냈다.
◆ 법원 "공무원 청렴·공정성 훼손했지만 해임·강등은 '가혹'"
A씨는 1심부터 내리 승소했다.
법원은 A씨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공무원 직무의 청렴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서울시의 징계는 가혹하다고 봤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원고는 청렴과 품위 유지 의무가 요구되는 공무원임에도 금품·향응을 수수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상실시켰다. 원고에게 엄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징계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남용했거나 재량의 범위를 넘어선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롯데월드 자유이용권은 홍보용으로 제공된 것이고, 최씨로부터 받은 금품·향응 역시 직무와 관련되거나 적극 요구해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또 액수가 크지 않은 점, 금품·향응 대가로 편의를 제공하는 부정한 행위가 없는 점, 32년간 재직하며 징계를 받은 바 없고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등이 참작됐다.
법원은 특히 서울시의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서울시의 징계양정 관한 규칙 개별기준에는 금품·향응의 금액이 100만원 미만 일 경우 '감봉'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강등 이외에 그보다 가벼운 정직, 감봉으로 징계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서울시는 A씨가 제공받은 금품이나 향응의 액수가 66만3850원이 아니라 117만5000원이라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상품권 50만원, 식사대금 30만7000원, 자유이용권 5매도 액면가로 계산하면 36만8000원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에게 66만3850원의 징계부과금이 확정됐기 때문에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확정하면서 박원순법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상고인 서울시의 주장이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상고이유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며 심리불속행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은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 서울시 발끈…대법 "박원순법 판단 한 것 아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접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박 시장은 1일 트위터를 통해 "대법원의 논리가 가당한가? 50만원의 상품권을 받고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는가? 사법정의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밝혔다.
강석원 서울시 감사담당관도 2일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이) 공직사회 자정 노력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무원이 받은 금품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면서 "강력한 처벌을 통해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겠다는 게 우리 박원순법 원래 취지이고 서울시의 큰 의지"라고 설명했다.
강 감사담당관은 "공무원이 50만원을 받으면서 지금 당장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이해할 시민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지금 당장 대가성이 없더라도 앞으로도 의사결정을 하고 업무처리나 유사업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확대해석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대법원이) 서울시 징계규칙이 너무 가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 판결에는 서울시 징계규칙의 부당성을 지적하거나 소액 금품수수를 징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판시가 전혀 없다"면서 "원심 판결 역시 관련 규정 자체가 가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고 오히려 서울시의 징계양정 규칙의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징계 혐의에 대해 규칙상 감봉, 정직 등의 징계 처분이 가능함에도 이보다 무거운 강등 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라면서 "금품을 적극 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등 여러 정상 참작 사유들이 감안돼 판단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감봉, 정직 등의 징계처분을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박원순 서울시장. 2016.03.22 양지웅 기자 (서울=포커스뉴스)_2016.01_.14_박철중_기자서울특별시 송파구 지방공무원 징계 등에 관한 규칙의 징계기준과 징계에 관한 개별기준.<출처=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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