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유해성 사전에 알았나…각종 의혹 불거져
폐손상 황사 탓?…옥시 측 황당 의견서
前 대표 첫 피의자 소환…"20~30명 입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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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에 떨어진 기업이미지 |
(서울=포커스뉴스) 옥시레킷벤키저를 상대로 한 검찰의 수사가 활기를 띄고 있다.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 등으로 임산부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옥시를 첫 수사 타깃으로 잡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 개시 이후 옥시를 향해 쏟아진 각종 논란과 이른바 ‘발빼기 의혹’ 등 옥시가 법조계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 검찰 첫 타깃된 옥시…침묵부터 억지 사과까지
검찰 수사의 첫 번째 타깃이 된 옥시는 당초 침묵으로 일관하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사망 94명·상해 127명) 총 221명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177명(사망 70명·상해 107명)이다.
다른 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배출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옥시 측 인사담당 실무자 김모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김 상무를 통해 옥시 측의 회사 구성과 보고 체계 등 당시 실무 담당자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1일에는 옥시 측 민원 업무 담당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동안 옥시 측이 피해자들의 피해 접수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고도 묵살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검찰의 칼이 옥시를 겨냥하자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들도 입을 열었다.
옥시는 21일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간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 파악과 동시에 고통받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한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하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옥시의 의무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옥시도 계속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환자와 가족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옥시 측은 최근 불거진 사건 수사 관련 자료와 피해 사실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회사 정책상 이러한 의혹 관련 행위들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 옥시, 유해성 사전에 알았나…각종 의혹 불거져
앞서 검찰은 지난 1월부터 진행된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10개 제품 가운데 폐손상 유발 제품을 4개로 특정하고 해당 제품과 폐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검찰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롯데마트)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삼성 테스코) △세퓨 가습기살균제(덴마크 케톡스사) 등이 폐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검찰은 질병관리본부 실험결과와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출한 실험결과를 비교 분석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에 해당 원료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이를 유해물질로 분류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자료는 SK케미칼을 거쳐 약품 유통업체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납품업체, 판매업체 등 순으로 전달됐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까지 적어 넣은 만큼 검찰은 허위로 안전성을 강조한 업체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은 “법률상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어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웠고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해왔다.
또 “극히 낮은 농도에서의 흡입독성은 문제되지 않고 쥐를 이용한 실험결과를 사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이같은 주장을 입장하기 위해 검찰에 자사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 폐손상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실험은 서울대학교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고 이후 김앤장의 법률 자문을 거쳐 검찰에 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보고서의 실험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근 서울대 연구진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제품의 유해성이 담긴 보고서를 제외한 뒤 유리한 보고서만 제출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2011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동물실험을 진행했던 서울대 교수가 검찰 조사에서 “옥시 측이 자사에 유리한 결과만을 검찰에 공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옥시가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한 흡입독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임신한 실험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사망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생식독성 가능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옥시 측은 이를 숨기고 이듬해 임신하지 않은 쥐를 상대로 재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2차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논란이 된 서울대 보고서 원본을 공개하며 은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 폐손상 황사 탓?…옥시 측 황당 보고서
은폐 논란에 이어 옥시 측이 검찰에 제출한 또다른 보고서도 도마에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2012년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문제는 해당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황사나 꽃가루, 간접흡연 등으로 폐손상이 올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 등이 옥시 측에 또한번 분노하게 된 대목이다.
물론 검찰은 이같은 보고서를 신뢰하진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의학·약학 분야 권위자를 통한 다양한 검증 결과 질병관리본부 조사가 믿을만하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계속해 소송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책임 회피”라고 주장했다.
◆ 前 대표 첫 피의자 소환…"20~30명 입건될 듯"
검찰은 25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신현우(68)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26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신 전 대표와 함께 지난 2001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가습기 살균제 개발에 참여했던 옥시 연구소 선임 연구원 최모씨와 전 연구소장 김모씨도 함께 소환했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는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처음 제조할 당시 최고경영자로 근무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작 경위와 유해성 인지 여부,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후 업계 관계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것은 신 전 대표가 처음이다.
그러나 법조계는 신 전 대표 소환이 옥시 수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옥시 관련자 중 피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인물만 20~3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인사, 민원, 마케팅 등 가습기 살균제 관련 부서 전현직 임직원에 대해 이번주 중으로 줄소환에 돌입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소식통 A변호사는 “아마 이번주 이어질 줄소환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옥시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다음 업체의 수사 규모 등이 결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및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옥시 상품 불매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6.04.25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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