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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법조 |
(서울=포커스뉴스) 개인적 화풀이로 직장 동료와 싸우다 사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택시기사 A(사망)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 모 택시회사에서 기사로 근무하던 A씨는 B씨와 같은 조에 속해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했다.
A씨는 평소 B씨와 차량관리 문제로 자주 다퉜다.
2013년 9월에는 B씨가 자신의 업무시간에 차량브레이크라이닝을 교체하지 않은 채 교대하는 바람에 A씨가 자신의 영업시간을 이용해 부품을 교체하면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A씨는 다음날 새벽 3시쯤 평소보다 일찍 택시회사 기사대기실에 출근한 후 동료직원들에게 “B가 사과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다.
이후 B씨가 기사대기실로 들어오자 A씨는 이른바 ‘가스따먹기’(택시기사가 자신의 일이 끝난 뒤 다음 교대근무자를 위해 주유를 한 후 손님을 태우지 않아야 함에도 손님을 태워 교대근무자의 기름을 빼앗는 행위)를 이유로 시비를 걸고 언성을 높이며 말다툼을 벌였다.
결국 싸움은 주먹다짐에서 빗자루 등을 이용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10여분간 몸싸움이 지속되던 중 싸움을 중단하고 기사대기실로 들어온 A씨는 자신의 흰옷에 발자국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 B씨에게 발길질을 했고 싸움은 다시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B씨의 발길질에 뒤로 넘어진 A씨는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뇌출혈이 발생했고 병원으로 이송된 지 10여일 뒤 사망했다.
유족들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공단 측은 “A씨가 B씨에게 먼저 시비를 걸고 싸운 점 등을 고려할 때 정상적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경우에 해당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A씨는 B씨와 차량관리 문제로 다투다 B씨에게 폭행을 당해 사망했으므로 이는 직무의 범위 내에서 발생하는 직장내 인관관계 또는 직무에 내제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타인의 폭력에 의해 재해를 입은 경우 그것이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제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돼 발생한 것으로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맞다”면서도 “가해자의 폭력행위가 피해자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인했다거나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해 생긴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에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의 차량관리 문제는 사건 발생 전날 일단락 됐음에도 A씨는 B씨에 대한 나쁜 감정을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그 화풀이를 하기 위해 먼저 B씨에게 시비를 걸었다”면서 “B씨는 망인과 몸싸움을 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A씨를 공격하지는 않고 주로 방어 자세를 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평소 A씨와 B씨가 업무와 관련해 다퉜고 사건 역시 차량관리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A씨의 행위는 사회적 상당성을 넘어서는 사적인 화풀이로 업무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오히려 A씨가 사망한 것은 자의적인 도발로 인해 B씨의 폭력행위가 있었기 때문이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다.2015.09.01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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