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에 근속연수 짧고 이직률 높아
"간호 인력 수 및 숙련도 높을수록 의료서비스 질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보건의료산업이 주력할 때
(서울=포커스뉴스) "간호사들 이전에는 1년 다니면 돌잔치 했으나, 이제는 100일 잔치로 바뀌었다. 입사와 동시에 사직을 고려할 정도로 현장 상황은 열악하다."
26일 경기도 소재 2차 종합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 A씨는 "올해로 입사 4년차인데 지금까지 대략 30명이 넘는 간호사가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으로 이직을 하거나 전공과 무관한 타 업종으로의 전환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며 "중소병원의 경우 대개 상여금 및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 지급제도가 없고,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가 비일비재해 업무 스트레스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간호사의 경우 OECD국가 평균과 비교해 7~8명이 해야 하는 일을 1명의 간호 인력이 모두 담당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근속연수가 짧고 이직률도 높은 것.
실제 2013년 '간호사와 의료기사 직종의 배출 및 취업 현황'에 의하면 매년 1만3000여명의 간호사가 배출되고 취업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나, A씨와 같은 중소 병의원에서 근무하는 신규 취업 간호사 중 1년 이상 근무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2014년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간호사 면허자 수는 30만7797명에 달하지만, 종사자 수는 불과 13만5440명으로, 면허 소지자 가운데 44%만 현업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는 "유휴인력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결혼 후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로 복직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복직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한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과 같은 특수부서는 기피하고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낮은 부서로의 복직을 희망하기 때문에 인력 충원에 이들이 근본적으로 주는 도움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 봤다.
이어 "중소병원의 경우, 간호 1등급을 달성해 얻는 여러 가지 부대 효과를 누리기 위해 무리하게 인력 확보에 주력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충원되는 직원들 대다수는 직무교육이 필요한 신입으로, 기존 병원에서 근무하던 인력의 경우 환자 돌봄 외에 신규 직원 교육까지 맡아야 해 부담이 따르고 그 결과 환자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보건의료서비스 질의 향상을 위해 신규직원과 경력자 간에 조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조화를 위한 일정 기간의 학습 곡선이 수반돼 초반에 어려움을 겪겠지만, 향후 간호 인력 수 및 숙련도가 높아져 의료의 질도 제고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25일 열린 '보건의료 인력 정책 세미나'에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가 인용한 간호 인력과 의료의 질, 환자안전의 관계를 다룬 90여 개의 논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논문인 미국의 'AHRQ'에 따르면 간호 인력의 수와 숙련도는 의료의 질, 환자안전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
환자 당 간호사 수가 많으면, 환자 사망률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병원 기인성 사망률 또한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간호 인력의 교육수준이 높고, 경력이 오래될수록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간호사 당 환자 수가 많은 경우 의료과오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았다.
환자의 재원기간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환자 당 간호사 수가 많으면 재원기간은 유의하게 짧았다. 간호시간이 길수록 과오 발생률도 낮아졌다.
이에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전략기획단장은 "보건의료정책의 의제는 이제 인력에 있다"며 "2014년 환자안전법에 이어 2015년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되고, 올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행, 간호인력 개편 등이 담긴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의료현장은 환자안전과 인력관련 법들이 속속 통과될 것으로 예고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주호 단장은 의료적 측면에서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간호사의 경우 인력 중 비정규직이 3~40%를 넘고, 임신 순번제를 시행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인력 손실이 심하다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보건의료산업이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일환으로 △'모성정원제'를 도입, 산전후휴가 등으로 인한 상시 결원인력을 '모성정원'으로 책정해 정원 확대하는 방안 △복지부 산하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운영위 설치·운영 △간호인력 기준 상향 조정 △이직 및 신규OT, 병가 등의 대체인력을 추가인력으로 산출, 증원하는 방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담인력 별도 배치 △정규직 인력 채용 등을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보건노조는 19대 회기 내 지난 2012년 김용익·정진후·박원석 의원 등이 공동으로 발의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환자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 향상, 고령사회 대비를 위한 보건의료인력 지원특별법안)'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 4월 25일 오후 3시 한국소비자연맹 정광모홀에서 '의료서비스 요구 변화에 부응하는 보건의료 인력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2016.04.26 <사진제공=한국환자단체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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