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지원보다는 부실인식 적극적으로 해야"
시중은행들도 구조조정 대비 실탄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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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경제_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시티은행 |
20대 총선이 끝나기 무섭게 기업구조조정이 최대 경제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사령탑의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가 직접 산업재편을 피력하는 등 구조조정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예고하고 있다. 금융위원장도 채권 은행장들에게 과감한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등 금융당국의 행보도 예사롭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은 앞으로 여소야대 구도하에서 정치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촉발할 실업 사태도 풀어야할 고민이다. ‘구조조정’과 ‘신산업 육성’이라는 두 과제에 대해 과연 해법은 있는 것인지 고민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포커스뉴스) 4.13 총선 이후 정치권도 위기에 봉착한 산업 구조조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가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부실기업들의 주채권단이자 구조조정의 첨병 노릇을 해야하는 국책은행들과 시중은행들에겐 막중한 책임과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 입김에 흔들리는 국책은행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수조원대에 달하는 부채와 수익성 악화 위기에 처한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 등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에도 지원을 계속해왔다. 대부분 조선해양 기업들이 일부 지역 경제를 떠받들고 있어 총선 전 지역 표심을 저버릴 수 없는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던 것.
최근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은 산은 등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더 지원받기로 했다. 일부기업들은 지원이 끊겨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과정을 밟는 것과 달리 대우조선해양에 특혜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더욱이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8조원, 산업은행도 4조원이라는 기존대출이 있는 상황에서 한 기업에 지원을 몰아주고 있는 상황으로 비춰졌다.
이같은 부실기업 지원으로 국책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상승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산업은행의 건전성 분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5.68%로 전년 대비 3.19%포인트 증가했다. 수출입은행도 3.24%로 전년대비 1.22%포인트 상승했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27%로, 시중은행 평균 1.13%를 크게 웃돌았다.
내년부터 은행들의 기업 여신 관련 건전성 강화 규제가 시행되고, 조선 등의 업황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은행권도 털고 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민영화를 목적으로 하는 우리은행은 최근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이탈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간 정치권의 압박에 정부와 채권은행이 해결해줬던 구조조정 방식 탈피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채권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부실을 파악해 정리할 기업은 확실히 정리하자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주채권은행으로서 기업의 부실인식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미래의 희망보다는 현재상황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 조달이다. 국책은행의 부실은 결국 정부의 출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경우 국민의 세금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국책은행들이 자체적인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한국형 양적완화나 정부의 자금 투입 등은 법개정과 혈세논란으로 반발이 클 것”이라며 “현실적인 방법은 국책은행이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 비상경영 돌입
정부 주도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자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는 기존 5대 취약업종에 더해 추가적인 구조조정 대상 산업의 선정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해지면서 금융권이 허리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은행장들은 연초 신년사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건전성에 올인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힌바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올해부턴 새로운 부실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새롭게 자산성장을 할 수 있는 클린뱅크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도 “은행의 실력은 장기적으로는 건전성으로 증명된다”며 “그동안의 건전성 노하우를 담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고 조기에 구조조정으로 연계해 ‘기업을 살리는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역설했다.
은행들은 여신 심사 강화 등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기업 대출에 깐깐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2015년 4분기 -3에서 2016년 1분기 -6, 2분기 -9로 점차 중소기업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이 대기업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리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은 신용도가 떨어진 대기업을 중심으로 단기대출금 회수에도 나서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은행들이 만기를 연장해 주는 형태로 계속 유지되지만 요즘처럼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지거나 자금흐름이 나빠질 징후가 나타나면 금융회사들이 가장 먼저 회수하게 된다.
은행권은 오는 7월 대기업신용위험 평가 결과 발표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들은 대출 규모 500억원 이상 기업 2000여 곳에 대한 신용위험 평가를 거쳐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과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비상경영 체제에 일부 양호한 기업들이 자금을 빌리지 못 하는 선의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한은은 경계의 목소리를 내며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도 25조원으로 늘렸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은행들이 ‘옥석 가리기’를 잘해서 우량기업들까지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그래픽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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