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피해자들, 옥시 영국 이사 8명 검찰고발…민사소송 16일로 앞당겨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02 15: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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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모임 등 "검찰이 직접 한국으로 소환해 조사해 달라"

"옥시 사과 기자회견, 면피용일 뿐 우리 향한 것 아냐"

"민사소송 16일로 앞당겨…9일까지 원고인 모집"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옥시 이사진 집단소송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이사진 8명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2일 오후 12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레킷벤키저 영국본사 임원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와 함께 당초 이달 30일로 예정돼 있던 민사소송도 16일로 보름쯤 앞당겨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발 대상에 오른 인물은 최고경영자 라케쉬 라푸어를 비롯한 영국본사 이사진 총 8명이다.

이들은 “2001년 한국 옥시를 인수해 PHMG를 넣은 뉴가습기당번을 제조하고 판매하려 할 때 신제품의 안전테스트 필요성이 검토됐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면서 “11년간 판매과정에서도 아무런 안전점검을 하지 않은데 대한 직간접 지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까지 한국정부 1,2차 조사에서만 확인된 제품 사용 사망자가 103명, 생존환자가 300명 등 403명이 옥시 제품으로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피해신고가 쇄도하고 있다”면서 “1998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바이오사이드 안전관리제도를 왜 한국에서의 가습기살균제 신제품 개발과정에서 적용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파헤쳐 다국적기업의 행태를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옥시는 한국 정부 조사결과를 재확인한다며 서울대, 호사대,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등 대학 및 정부산하 연구 기관에 관련 연구를 의뢰 및 진행하면서 연구진의 실험조작과 은폐 및 연구원 매수 등의 불법·탈법 행위를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대한민국 검찰이 직접 또는 인터폴 및 영국정부를 통해 이들을 한국으로 소환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집단 민사소송 일정을 보름쯤 앞당기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민사소송 대리인단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황정화 변호사는 “30일 시작할 예정이던 집단소송을 16일부터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소송단에서 검토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자가 발생한 지 오래됐고 사망자의 소멸시효 문제 등이 있다고 판단돼 소장 접수를 앞당기기로 했다”면서 “5월 9일까지 추가 원고단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옥시 측은 자신들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배상이 아닌 보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피해자들의 완전한 구제와 보상이 아닌 배상 책임을 묻는 쪽으로 향후 소송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에 따르면 소송 접수는 오는 16일 오전 11시 진행된다.

2일 현재 원고로 참가하는 피해자수는 121명이고 원고인 수는 271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계속해 원고단을 모집하고 있는만큼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옥시 측은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아타울라시드 샤프달 옥시 대표는 “오는 7월까지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피해 보상 관련 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에 대한 보상 계획과 지원 내용, 신청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면서 “본사 측도 금일 발표한 보상방안을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옥시 측은 보상방안의 하나로 지난 2014년 출연한 30억원과 지난 4월 추가로 내놓은 50억원을 언급했다. 이 외에 추가 기금 마련에 대한 이야기는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옥시 측 사과에 대해 유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이미 지난주 우리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속에서 제조사의 사과는 우리에 대한 사과가 아닌 검찰에 대한 사과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면서 “오늘 옥시의 사과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22명이 사망한 롯데마트가 보상액으로 100억을 제시했는데 103명이 사망한 옥시 측도 100억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국민적 불매운동이 겁나서 하는 쇼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날 현장에는 실제로 옥시 제품을 사용해 폐섬유화가 진행된 뒤 폐암진단을 받는 등 폐관련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피해자 윤정혜씨가 참석해 옥시 사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휠체어를 타고 산소호흡기를 단 채 기자회견장에 나선 윤씨는 “옥시의 임직원 모두 같은 고통을 느껴야 한다”면서 “국민이 파렴치한 다국적기업 옥시를 불매운동으로 단죄해달라”고 호소했다.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 8명의 이사진 형사고발 기자회견 중 처벌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2016.05.02 오장환 기자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가습기 살균제 파동' 관련 기자회견에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코리아 대표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16.05.02 양지웅 기자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윤정혜 씨가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 8명의 이사진 형사고발 기자회견 중 기침하고 있다. 2016.05.02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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