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수사 속도낸 檢…옥시→SK케미컬→?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4-22 06: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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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첫 타깃 '옥시'…관계자 줄소환

검찰, 인과관계 확인…각종 의혹 불거져

다음 타깃 SK케미칼 유력…그 후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대규모 민사소송 준비
△ 계속되는

(서울=포커스뉴스) 2011년 원인 미상의 폐손상 등으로 임산부와 영유아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19일 오전 옥시 측 인사담당 실무진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제조업체 수사에 나섰다.

◆ 검찰 수사 첫 타깃 '옥시'…관계자 줄소환



검찰 수사의 첫 번째 타깃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였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사망 94명·상해 127명) 총 221명 중 옥시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177명(사망 70명·상해 107명)이다.

다른 업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피해자를 배출한 셈이다.

검찰은 지난 19일 옥시 측 인사담당 실무자 김모씨를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김 상무를 통해 옥시 측의 회사 구성과 보고 체계 등 당시 실무 담당자에 관한 정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1일에는 옥시 측 민원 업무 담당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동안 옥시 측이 피해자들의 피해 접수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 이를 알고도 묵살했는지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이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처럼 검찰의 칼이 옥시를 겨냥하자 그동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이들도 입을 열었다.

옥시는 21일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피해자 여러분과 그 가족 분들께 실망과 고통을 안겨드리게 된 점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그간 어렵고 복잡한 사안의 진상 파악과 동시에 고통받고 계신 모든 분들을 위한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통감하며,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옥시의 의무라는 것을 잘 안다”면서 “다른 기업들이 이번 사건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 시작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옥시도 계속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환자와 가족분들을 지원하기 위한 모든 논의와 대화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옥시 측은 최근 불거진 사건 수사 관련 자료와 피해 사실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회사 정책상 이러한 의혹 관련 행위들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 검찰, 인과관계 확인…각종 의혹 불거져

앞서 검찰은 지난 1월부터 진행된 다양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 10개 제품 가운데 폐손상 유발 제품을 4개로 특정하고 해당 제품과 폐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검찰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레킷벤키저)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롯데마트)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삼성 테스코) △세퓨 가습기살균제(덴마크 케톡스사) 등이 폐손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된 만큼 제조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시작될 것”이라며 “아직 (사건을) 마무리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그동안 해당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마쳤고 제조업체에 대한 소환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만큼 옥시를 시작으로 4개 업체 관계자들도 역시 줄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검찰은 질병관리본부 실험결과와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출한 실험결과를 비교 분석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에 해당 원료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이를 유해물질로 분류했다.

물질안전보건자료에는 “이 제품을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말라”는 경고도 들어가 있었다.

해당 자료는 SK케미칼을 거쳐 약품 유통업체와 가습기 살균제 제조납품업체, 판매업체 등 순으로 전달됐다.

특히 옥시레킷벤키저의 경우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구까지 적어 넣은 만큼 검찰은 허위로 안전성을 강조한 업체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들은 “법률상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보관할 의무가 없어 관련 정보를 입수하기 어려웠고 PHMG가 유해물질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해명해왔다.

또 “극히 낮은 농도에서의 흡입독성은 문제되지 않고 쥐를 이용한 실험결과를 사람과 연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옥시레킷벤키저 측은 이같은 주장을 입장하기 위해 검찰에 자사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이 폐손상 발병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실험은 서울대학교 실험실에서 자체적으로 진행됐고 이후 김앤장의 법률 자문을 거쳐 검찰에 결과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보고서의 실험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최근 서울대 연구진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옥시레킷벤키저 측이 제품의 유해성이 담긴 보고서를 제외한 뒤 유리한 보고서만 제출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 다음 타깃 SK케미칼 유력…그 후는?



이같은 정황들 때문에 그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 주범으로 살균제 원료를 제조한 SK케미칼이 지목돼 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그동안 가습기 살균제 사용 피해에 대해 SK 전현직 임직원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SK케미칼은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했다.

이후 옥시에 살균제 원료인 PHMG를 납품했고 옥시는 2001년 이를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PHMG의 경우 덴마크에서는 건축용이나 가축용 살균제로 용도가 제한돼 있다. 당시 한국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개발된 것이다.

SK케미칼은 2003년 호주 수출 과정에서 “PHMG를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현지 정부에 제출하고 다른 제조사에는 ‘흡입 경고 문구’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화학물질 취급설명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SK케미칼 측은 자신들이 법적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SK케미칼이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를 제공한 업체인 만큼 옥시 못지 않게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면서 “아마도 다음 타킷은 SK케미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 이후에는 검찰 수사가 보다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덴마크 케톡스사 등이 차례로 수사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옥시에 대한 수사 자체가 길어질 전망이라 당장 SK케미칼을 수사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 소식에 능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옥시에 대해 조사할 부분이 상당하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이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아마 몇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대규모 민사소송 준비



검찰 수사로 사망과 가습기살균제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만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집단 민사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등은 24일 오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대한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논의할 방침이다.

센터 측 관게자는 “임시총회를 통해 소송액과 참여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라며 “한국 옥시의 모기업인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를 상대로한 소송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집단 소송 참여자는 피해자 중 민사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사람들이 될 전망이다.

센터 측은 승소로 받게된 배상금은 피해자를 위한 기금 조성에 사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도 연이어 소송 대리 의사를 밝히고 있다.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의 3차 피해자 접수에 대해 추가 · 연장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에 가습기 살균제가 놓여 있다. 2016.01.19 박철중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보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옥시 레킷벤키저 관계자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146명 중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옥시 측은 해당 제품의 유해성 검사 내용을 은폐하기 위해 검사 기관을 돈으로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2016.04.19 성동훈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ㆍ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SK의 전신인 유공이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뒤 90%가 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을 규탄했다. 2016.03.09 이승배 기자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피해 책임을 요구하며 SK케미칼 전ㆍ현직 임원들의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기자회견을 통해 SK의 전신인 유공이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뒤 90%가 넘는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을 규탄했다. 2016.03.09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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