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대행업체서 차주인-신청자 간 관계 '확인 불가'
'지도‧감독 담당' 지자체 방관…악용 사례 키워
(서울=포커스뉴스) 자동차 번호판에 대한 불법 재발급이 이뤄져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인은 허술한 절차와 지자체의 소홀한 감독이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차량 소유자나 신청인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자동차 번호판을 새 것으로 교체해 준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번호판 발급 대행업자 A(6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관리가 자동차 면허증노리고 번호판을 조작한 혐의(번호판부정사용 등)로 B(32)씨를 입건했으며, 차량 이전등록을 하지 않고 대포차로 사용한 C씨 등 2명도 자동차관리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과태료 체납으로 인해 번호판을 영치(압수)되자 교체 명목으로 재발급받기 위해 번호판을 위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차량 여러 대의 번호판을 훔친 뒤 숫자별로 잘라내 영치된 번호판과 같은 번호의 번호판을 만들었다.
발급업자인 A씨는 B씨가 가짜 이름을 대며 신청했지만 아무런 확인 없이 불러주는 대로 자동차번호판 교체 신청서를 작성해 새 번호판을 만들어줬다.
B씨의 범행은 지난해 8월 관악구 내를 순찰하던 경찰이 B씨의 차량을 발견하면서 들통 났다.
경찰은 과태료가 체납된 차량이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앞 번호판을 영치(압수)했으나 확인 결과 이미 관악구청에 영치돼 있는 번호판이던 것이다.
영치된 번호판은 체납금을 납부해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번호판이 있을 수 없다.
발급업자 A씨는 경찰 진술에서 "신청자가 신분증을 제시해도 차주와의 관계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며 "통상적으로 대부분 발급해준다"고 말했다.
이렇듯 번호판이 불법으로 발급되고 악용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허술한 법 규정과 지자체의 관리 감독 소홀이 자리잡고 있었다.
대행업체가 신청자와 차량 소유주의 관계나 번호판 영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산망이 없다. 특히 대리인이 재발급 신청을 하더라도 차량 소유주의 신분증이나 위임장을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없다보니 대포차 또는 가상의 명의로도 번호판을 발급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행 자동차관리법(제4조)에 따르면 자동차관리 사무의 지도‧감독은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의 권한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A씨의 업체는 2004년부터 관할 구청으로부터 서류검사 등을 단 한 차례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구청은 A업체가 지금까지 발급한 번호판의 정확한 수량도 모르고 있었다. 또 번호가 남아 있으면 재사용될 우려가 있음에도 번호판을 세로로 잘라 인근 창고에 방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있을 것으로 보고 국토교통부 및 감사원에 대해 민간 대행업체의 발급실태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지자체의 감독 소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라고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훔친 자동차번호판으로 조작한 가짜 번호판.<사진제공=관악경찰서>해당 지자체 앞에 완전히 파기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던 번호판.<사진제공=서울 관악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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