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좋아했던 영화…홍상수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며 현장의 끈끈함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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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영화 |
(서울=포커스뉴스) "저는 그냥 작품에 맞는 톤이 있다고 생각해요."
안재홍이 말했다. 아마도 한국에서 너드(nerd, 사회성이 떨어지지만 특출난 재능을 가진 인물)를 표현한다면, 안재홍보다 더 잘 표현할 이가 있을까. 하지만 그는 비결에 대해 "홍시 맛이나 홍시라 하는데"라는 대사처럼 말을 툭 내뱉는다. 포장에 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만큼 거짓 없는 안재홍과 만남에 대한 인상이다.
안재홍은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갑덕 역을 맡았다. 이를 연출한 남대중 감독은 갑덕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냥 바보'. 그냥 바보는 안재홍을 만나 생명력을 얻는다. 관객이 '위대한 소원'을 보며 폭소할 이유기도 하다.
안재홍은 '위대한 소원'을 선택한 이유를 "B급 코미디의 정서가 신선하게 느껴 졌습니다"라고 정직하게 밝혔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친구 고환(류덕환 분)의 소원은 '첫 경험을 하는 것'이었고, 남준(김동영 분)과 갑덕은 이를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는 살짝 민망할지도 모를 장면이 다수 포함돼 있다.
"코미디라는 장르가 다양한 것 같아요. 따뜻한 유머를 가진 작품도 있는 반면에, '행오버'나 '아메리칸 파이'같이 좀 독하거나 B급 정서를 가진 작품도 있잖아요. 이런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에요. 장르에 가까운 성질의 연기라서, 딱히 피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 한 것 같아요. 그냥 이야기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상황도 파격적이었지만,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것은 디테일이다. 바닷가에서 세 친구가 발랄하게 뛰는 장면이나, 경찰에게 쫓길 때 나체인 몸에 포대를 뒤집어쓰는 것은 현장에서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이다. "영화 자체가 웃긴 상황이 많아서 재밌게 촬영했고, 저희끼리도 마음이 잘 맞았어요. 감독님도 열어두고 아이디어를 받아주시는 편이셨고요."
"사실 시나리오에는 박스를 뒤집어써서 로봇처럼 되는 설정이었어요. 그런데 지나가다 포대 하나 주워 입으면 어떨까 하고 의견을 냈죠. 너무 재미있었던 게, 일반 시사회 끝나고 어떤 분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글을 올려주셨어요. 전봇대 옆에 포대가 있는 것을 사진 찍어서 올리고 '이 장면을 실제로 보다니'라고 쓰셨더라고요. 그게 너무 웃겼어요."
안재홍에게 갑덕을 설명할 때 남대중 감독은 "명료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영화를 볼 때, 배우의 행동이나 묘사를 통해서 캐릭터가 점점 쌓여가는 인물이 있잖아요. 반면 딱 보고 한 번에 확 알아야 하는 인물도 있죠. 갑덕이는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헤어스타일도, 옷 스타일도 그렇게 맞췄죠. 만약 다른 영화라면 그 영화에 맞는 톤이 있겠지만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정봉도, 영화 ‘위대한 소원’의 갑덕도 너드같은 캐릭터다. 그래서 실제 그의 학창시절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그는 "정말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대답한다. "적당히 친구들과 학생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까불었던 것 같아요. 왜 그런 친구 있잖아요. 야간 자율학습 시키면 끝까지 앉아는 있는데 딴생각하고 있는 아이. 그런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배우의 길을 택한 것은 유일하게 좋아했던 게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보는 걸 굉장히 좋아했어요. 유일한 취미였죠. 이런저런 이유로 연극영화과에 지망하게 됐어요. 대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단편 영화도 찍고, 열심히 연습해서 연극도 무대에 올렸어요. 그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계속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재홍의 필모그래피에는 조금 특별한 부분이 있다. '북촌방향'(2011년)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년)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자유의 언덕'(2014년)에는 배우가 아닌 현장지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다. "대사가 있는 첫 작품이 '북촌방향'이었어요. 제 스승이기도 하시고, 홍 감독님 작품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했고요. 다른 상업영화에 비해 규모가 작아요. 그런데 정말 끈끈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있어요. 그 과정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안재홍도 한 단편영화의 감독이 됐다. '검은돼지'(2015년)라는 작품의 각본과 연출, 그리고 주연까지 활약했다. "제가 우리 학교 연기 전공의 두 번째 기수였어요. 신생학과다 보니 도전의 폭이 넓었죠. 교수님께 허락을 구하고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검은돼지'는 친구들 네 명과 옹기종기 모여서 찍은 작품이에요."
무엇보다 책임감을 느꼈다. 해당 작품이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것도 안재홍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친구들에게 보답하는 길은 작품이 많이 보이는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되게 부지런히 영화제에 출품했어요. 제 사비도 엄청 털었어요. 해외 영화제는 심사비로 20, 30달러 혹은 그 이상을 내기도 하거든요. 영화에 자장면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오니, 중국영화제에 내볼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웃음)"
안재홍은 그렇게도 꿈꾸던 영화 속에서 배우로 이제야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떼고 있다. 대중에게 인지도를 높인 그지만 아직은 조심스럽다. "26살에 대학을 졸업했으니 6년 정도 한 거네요. 그냥 다양하게 잘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지 배우로 입지가 굳어졌다는 생각은 아직 못하는 것 같아요. 많이 한 것도 없고요."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의 정봉 역을 통해 '봉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는 "주변에서 '봉블리'로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정말 과분한 칭찬인 것 같아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이에 얻고 싶은 애칭이 있는지를 물었다. "뻔한 대답일 수도 있는데, 기대를 하게 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고 욕심인 것 같아요. 건강하게 걸어가고 싶은 마음입니다."(서울=포커스뉴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위대한 소원'의 배우 안재홍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14 김유근 기자 안재홍은 영화 '위대한 소원'에서 갑덕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진은 '위대한 소원' 스틸컷. <사진제공=NEW>안재홍(좌)은 김동영과 함께 '위대한 소원'에서 친구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사진은 '위대한 소원' 스틸컷. <사진제공=NEW>(서울=포커스뉴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위대한 소원'의 배우 안재홍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14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위대한 소원'의 배우 안재홍이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4.14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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