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학습 어려움 많지만…아이들 웃는 모습에 매년 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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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나무들이 다 삐죽삐죽 다른데 어떻게 그려요?"
"저 멀리 있는 아파트는 어떻게 그려요?"
익숙한 학교 교실을 벗어나자 용산고 1학년 이환웅(16)군은 질문을 쏟아냈다.
용산고 특수학급 교사 주정현(34)씨는 "아이들이 밖에 나오니까 기분이 좋은가보다"며 "평소보다 말도 많아지고 많이 웃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서울시 고등학교 특수학급 사생대회'가 열렸다.
서울시교육청이 매년 주최하는 이 대회에 올해는 용산고·불암고·청담고·영신여고 등 서울지역 47개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학생들이 참여했다.
나무 그늘에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은 그림 그리기보단 옆 친구과 떠들기 바빴다.
용산고 2학년 백재선(17)군은 "남자 고등학교라 여자 학생들을 보기 어려운데 밖에 나오니 다른 학교 친구들도 볼 수 있어 좋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백 군의 단짝이라는 김수찬(17)군은 "밖에 나오니까 친구들과 할 말이 더 많다"며 "시간이 없어서 오늘 그림은 못 그릴 수도 있겠다"고 선생님을 향해 소리쳤다.
반면 낯선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2학년 채명수(17) 군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보니까 싫다. 학교 안에 있는게 더 좋다"고 말했다.
채 군의 지도 교사인 김숙영(48)씨는 "아무래도 장애 학생들은 사회성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이런 외부활동을 힘들어하는 경우도 많다"면서도 "그럴수록 아이들에게 꾸준히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그래야 학교 졸업 이후에도 사회생활을 적응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사생대회는 오후 1시부터 시상을 진행했다.
친구들과 떠들고 있던 영신여고 3학년 박수현(18)양은 시상 소식을 듣곤 자세를 고쳐 앉았다.
3년 째 사생대회에 참여한다는 박 양은 "매년 참가하면서 다른 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부족한 점을 알 수 있었다"며 "3학년이라 마지막 대회이니만큼 잘 그려서 꼭 1등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불암고 3학년 김수환(18) 군은 크레파스를 숨기거나, 도화지를 바람에 날리는 등 친구들의 짖궂은 방해 속에서도 열심히 도화지에 색을 입혔다.
김 군은 "3학년 수업에는 미술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나와서 그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 군의 지도 교사는 "현재 특수학급 교과 과정만으로는 학생들의 적성을 모두 살릴 수가 없다. 이렇게 자주 현장학습을 하는 것을 통해 아이들의 숨겨진 재능이나 관심분야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대회에는 특수학급 학생들과 선생님 및 보호자들 약 1500명이 함께했다.
대회를 총괄한 상암고 특수학급 교사 최희경(56)씨는 "현장학습을 나올 때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몸은 성인이지만,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라 모두 인솔하는데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힘들게 도착해서 이렇게 아이들이 친구들하고 깔깔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면 작은 불편들은 또 금세 잊혀진다. 이 맛에 매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에서 서울시 고등학교 특수학급 사생대회가 열렸다. 박지선 기자 '서울시 고등학교 특수학급 사생대회' 참여하는 학생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모여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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