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돼야"
(서울=포커스뉴스) 지난해 8월 서울 은평구 구파발 검문소에서 의무 경찰을 권총으로 쏴 숨지에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은 박모(54)경위의 항소심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정선재) 심리로 20일 오전 10시 40분 진행된 박 경위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에서 살인죄를 무죄로 판단했다”면서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판단 부분에서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 형량이 너무 적었다며 양형부당을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향후 항소심 공판 진행 과정에서 범행에 쓰인 권총의 상태나 특성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분석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신청했고 재판부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변호인 측은 항소이유를 설명하기 앞서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피해자 부모를 포함한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말한 뒤 “형이 무겁다는 취지는 아니지만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에 있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고 해당 혐의가 무죄로 결정된다면 양형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번 사고로 숨진 박모 수경의 부모와 동생 등이 참석했다.
재판 시작 전부터 눈물을 쏟던 박 수경의 어머니는 피고인의 모습을 본 뒤 오열했다.
통상적으로 재판부는 방청석이 소란할 경우 이를 제지하지만 유가족의 심정을 헤아려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해자 유족이 계속해 서류를 제출하고 있는데 이건 재판부가 다 읽어보고 있다”는 말로 위로를 대신했다.
검찰 측은 “이번 판결이 종결되기 전 피해자 가족에게 한차례 진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박 경위에 대한 다음 공판은 5월 11일 3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박 경위는 지난해 8월 25일 자신이 근무하던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1생활관에서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으로 장난을 치다가 박 수경에게 실탄을 발사해 사망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박 경위는 사건 당일 박 수경 등 검문소 소속 의경 4명이 은평경찰서에서 성폭력 관련 교육을 받은 뒤 늦게 복귀한 것에 불만을 품던 중 생활관에서 간식을 먹고 있던 박 수경 등을 향해 권총을 겨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장난으로 총기를 잡은 것이지 협박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사고의 위험성이 높은 권총을 겨눌 경우 상대방은 겁을 먹는다”며 “피해자들이 겁먹을 것을 알면서 총을 겨눈 것은 협박죄에 해당해 피고인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살인에 대한 고의성에 대해서는 “권총은 격발시 첫발은 공포탄이 발사되고 두번째발 부터는 실탄이 발사된다. 따라서 정상적 권총은 첫 격발시 실탄이 발사될 수 없다”며 “피고인의 격발에 의해 공포탄이 아닌 실탄이 발사됐으며 살인 고의를 인정하려면 피고인이 실탄이 발사되도록 (조작)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은 경찰로 재직하며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것을 감수하면서 고의로 총을 쏴 숨지게 한 고의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 앞서 구파발 총기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은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경위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공대위와 유가족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경위에 대한 살인죄 적용 △사건 당시 관련 책임자 전원에 대한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을 요구했다.구파발 총기사건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유가족이 항소심에 앞서 박 경위에 대한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경희 기자 gaeng2@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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