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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포커스뉴스) 빨강·노랑·파랑. 강렬한 원색으로 치장한 목각 인형들이 전시장 입구에서 반긴다. 제각기 다른 시선과 포즈로 보는 재미를 더한다. 형형색색의 울퉁불퉁한 목각 인형에서 투박하지만 정겨운, 그리고 따뜻한 사람 냄새가 묻어난다. 작품을 만든 윤남웅(53) 작가처럼 말이다.
윤 작가의 개인전 '편린_바람 그리고 놀다'가 열리고 있는 전남 광주 남구 영무 예다음 갤러리를 찾았다. 작품 곳곳에 또박또박 써진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바람 그리고 놀다'. 동양화 그림에 화제를 쓰는 것에서 착안한 윤 작가만의 스타일이다.
"동양에서 화제를 쓴다는 것은 글도 동일시한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대에 맞는 조형적인 걸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글씨를 쓰게 됐습니다. 그 시대가 말할 수 있는 어떤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습니다. 동양 미술의 특징 중 하나니까요."
윤 작가는 전남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노신미술학원에서 중국화를 배웠다. 중국 전통회화의 정수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사회주의 리얼리티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중국 전통회화의 기본 개념이나 철학적인 부분들을 알고 싶었습니다. 서예도 쓰고 싶었고요."
말미에 붙인 서예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었다. 윤 작가에게 서예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릴 때 아버지가 시켜서 서예를 시작한 것이 처음으로 붓을 들게 된 계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서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동양회화의 정체성, 개념적인 부분을 이해해야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게 서예였죠. 동양화는 서예가 안 되면 할 수 없습니다. 서예를 쓰는 동양의 철학이 있으니까요. 깊이는 모르더라도 그림쟁이로서 알만큼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쓰고 있습니다. 잘 쓰지는 못하지만."
1997년 중국에서 돌아온 윤 작가는 담양에 터를 잡았다. 그리고 중국에서 체득해 온 것들을 그림으로 꺼내기까지 몇 년간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 영산강 상류 뚝방에 앉아서 상인들과 대화하고 그런 과정에서 문득 한 단어가 떠올랐다. '바람 그리고 놀다'의 바로 그 '바람'이다.
"나 자신과 식물, 사람 등 어떤 대상 간에 어떤 틈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소통,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보다는 바람이라는 단어가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도 그 틈이니까요."
'놀다'는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적인 것을 의미한다. 친구들하고 앉아서 놀고, 밥을 먹고, 싸우고, 울고 웃고 하는 너무나 일상적인 것들을 놀이로 표현한다. 그렇게 '눈여겨보지 않은 풍경', '개나 새를 파는 사람', 'KISS 다방 미스 리' 등 주변의 아주 평범한 것들이 그림의 소재가 됐다.
"동네 담벼락에 있는 그림 같은 그림을 그리자. 군대 다녀온 뒤부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주 훈련이 잘된 화가의 그림 말고 그냥 그림 잘 그리는 옆집 아저씨가 그린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고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주 보편적인 그림을요. 한겨울에 절개를 지키는 대나무보다 양지바른데서 핀 민들레가 더 고결할 수 있잖아요."
이번 전시는 윤 작가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비릿함이 생선 비늘 한 조각 한 조각에서 느껴지는 비릿한 느낌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편린(片鱗)'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편린. 굉장히 비린 단어이지 않나요. 세상을 사는 것도 비린 느낌입니다. 그림쟁이로 사는 것도 그 비린 느낌이고 내 몸으로 느껴지는 그 비린 느낌 탓에 언젠가 순간적으로 떠올린 단어입니다."
그림 잘그리는 옆집 아저씨 윤 작가가 그린 비릿한 작품들은 오는 5월20일까지 영무 예다음 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편린_바람 그리고 놀다'에서 만나볼 수 있다.(광주=포커스뉴스) 윤남웅 작가가 전남 광주 남구 영무 예다음 갤러리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광주=포커스뉴스) 전남 광주 남구 영무 예다음 갤러리에서는 지난 3월16일부터 오는 5월20일까지 윤남웅 작가의 개인전 '편린_바람 그리고 놀다'전이 열린다. 사진은 전시장 내부 전경.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광주=포커스뉴스) 전남 광주 남구 영무 예다음 갤러리에서는 지난 3월16일부터 오는 5월20일까지 윤남웅 작가의 개인전 '편린_바람 그리고 놀다'전이 열린다. 조승예 기자 sysy@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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