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임수정-이진욱 '시간이탈자', 멜로를 접목한 스릴러 '쫄깃'
박해준-유재상-이항나 '4등', 부모와 아이가 나눠야 할 '대화'
(서울=포커스뉴스)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리는 날이다. 임시공휴일이기도 하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에 임한 뒤, 가족, 연인, 혹은 친구와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일 개봉하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세 편의 영화가 관객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 '해어화', 노래에 담긴 한효주-유연석-천우희의 마음
'해어화'는 말을 이해하는 꽃이라는 뜻으로 과거 기생을 지칭한 단어다. 제목처럼 영화는 1943년 두 명의 꽃에 얽힌 이야기를 담았다. 소율(한효주 분)과 연희(천우희 분)은 어린 시절부터 기생 학교인 대성권번에서 우정을 나눈 친구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 윤우(유연석 분)이 등장하며 관계가 변화한다. 윤우는 소율의 정인이자, 당대 최고의 대중가요 작곡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해어화'는 예인의 삶을 곡조로 담은 작품이다. 소율은 우리나라 정통 가곡인 정가를, 연희는 대중가요를 담아내는데 각각 특출난 목소리를 가졌다. 하지만 각자의 재능은 시대의 흐름에 다른 길로 향한다.
소율의 정가는 일본인 경무국장(박성웅 분)을 사로잡고, 연희의 목소리는 민중을 노래로 위로하려는 윤우를 사로잡는다. 윤우는 연희와 '조선의 마음'이라는 곡 작업을 시작하고, 이는 파멸의 씨앗이 된다.
한효주와 천우희는 친구에서 연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린다. 예인의 삶은 노래에 담기는 것, 그 진정성을 위해 대역 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내기도 했다. 두 여배우의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특히 한효주의 변신은 새롭다. 전작에서 주로 사랑받는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 그다. 하지만 '해어화'에서 한효주는 복수와 질투에 자신마저 잃게 되는 소율의 모습을 때로는 요염하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처절하게 담아낸다.
이를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왜 몰랐을까요, 이 좋은걸”이라는 소율의 마지막 고백을 향해 '해어화'가 달려간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다 버리는 순간에도 자신만은 지켜야 함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영화의 장단점은 분명해진다.
소율의 시점은 분명하지만, 연희와 윤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마음으로 남는다. 세 사람을 꼭짓점으로 삼아도 삼각형을 그리기 어려운 이유다. 상영시간 120분.
◇ 임수정-조정석-이진욱 '시간이탈자', 마음 졸이며 보는 멜로
1983년도에 사는 지환(조정석 분)은 윤정(임수정 분)에게 프러포즈를 한 뒤,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2015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형사인 건우(이진욱 분)가 범인을 쫓던 중 사고를 당한 것.
그날 이후 건우는 꿈속에서 1983년도 지환의 일상을, 지환은 2015년도 건우의 일상을 보게 된다. 그리고 두 남자는 함께 윤정의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이탈자'는 과거의 변화가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설정으로 만들어졌다. 꿈속에서 건우의 일상을 본 과거의 지환은 윤정의 죽음을 막으려 하고, 지환의 움직임에 따라 미래에 사는 건우의 삶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관객은 자연스레 지환의 움직임을 쫓는다. 조정석은 지환 역을 맡아 연인을 잃는 아픔부터, 범인을 쫓는 집중력까지 보여준다.
곽재용 감독이 오랜만에 국내에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클래식'(2003년), '엽기적인 그녀'(2001년)를 통해 곽재용표 멜로를 구축한 인물이다. 그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영원한 사랑을 말하기 위해 가져왔다고 말한다. 긴장감 속에 흐르는 멜로는 극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관객의 선택을 많이 받지 못해온 멜로라는 장르가 색다른 도전으로 다가온 이유다.
극 중 강조되는 대사는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지환이 문제아 학생 승범(이민호 분)을 향해 “나침반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줄 것”이라는 말이나, 윤정이 “다시 태어나도 같은 모습으로 있을 거야. 당신이 날 알아볼 수 있게”라는 대사는 클래식한 감성을 환기시킨다. 360도 돌아가는 카메라 기법도 향수에 힘을 싣는다. 상영시간 107분.
◇ '4등', 아이와 나눌 많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
'4등'은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준호의 엄마(이항나 분)은 1등에 집착하며 문제 있는 코치 광수(박해준 분)을 찾아간다. 광수는 준호의 코치를 맡는다. 준호는 1등보다는 수영을 좋아하는 아이다. 하지만 광수는 준호를 1등을 만들려 매를 든다. 폭력을 써서라도 남들보다 앞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4등'의 특징은 악역이 없다는 점이다. 준호를 둘러싸고 세 어른이 시선을 끈다. 1등에 집착하는 열혈 엄마, 스포츠 전문 기자인 아빠(최무성 분), 한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코치 광수가 이들이다. 엄마는 준호가 불안하다. 1등이 아닌 스포츠 선수는 알아주지 않는 사회를 알기에 더욱 그렇다.
아빠와 코치는 이중적이다. 과거 광수(정가람 분)가 코치의 폭력으로 연락했을 때 “맞을 짓 한 거지”라고 했던 인물은 자기 아들의 상처 앞에서는 분노하는 인물이 됐다. 광수는 과거 코치(유재명 분)의 폭력으로 국가대표를 그만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나한테 감사할 것”라며 자신이 당했던 폭력을 되물림한다.
'4등'은 사랑의 매로 일컬어지던 것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게 만든다. 세상에 맞을 짓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말하려는 정지우 감독의 의도다. 또한,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1등'에 집착하는 사회 속에서 꿈을 가지고 사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생각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4등'을 보고 나눌 많은 대화를 내포한 이유다. 상영시간 116분.제20대 국회의원선거일인 4월 13일, 한국영화 세 편이 관객과 만날 준비 중이다. '해어화', '시간이탈자', '4등'(좌측부터). <사진제공=롯데, CJ엔터테인먼트, 프레인글로벌>한효주,유연석,천우희(좌측부터)는 영화 '해어화'에서 어긋난 사랑을 보여준다. 사진은 '해어화'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조정석,임수정,이진욱(좌측부터)은 영화 '시간이탈자'에서 시간을 오가며 한 여자를 구하려 고군분투한다. 사진은 '시간이탈자'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4등'은 수영을 좋아하는 초등부 수영선수 준호(유재상 분)꽈 그를 둘러싼 부모와 코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진은 '4등' 스틸컷. <사진제공=프레인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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