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80점 vs 국회의원 40점"
정치권 향한 희망·불신…문제는 경제다
다여다야(多與多野) 선거 구도…아직은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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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선거_ 국민의당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총선 대선 |
(인천=포커스뉴스) 4.13 총선 인천상륙작전의 카운트다운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은 인천의 선거를 둘러싼 안개가 자욱해, 판세를 쉬이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권은 선거철마다 수도권을 격전지로 분류한다. 여야의 텃밭인 영호남보다 옅은 지역색을 지녀, 승패의 향방을 결정짓는 지역이어서다.
특히 인천은 정치적 균형이 잘 이뤄진 지역으로 꼽힌다. 원래 터잡고 살아온 토박이들과, 저 멀리 호남과 그 위 충청 서해안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이 고른 '출신지 분포'를 보인다. 또 북한과 가까워 보수색채가 강한 지역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지역과 이념이 뒤섞인 민심의 '종합백화점'같은 곳이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결과를 보면, 총 12개의 지역구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공평하게 양분했다. 같은 해 열린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득표율 차이는 3% 정도에 불과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는 양당의 승패가 어떻게든 갈라질 전망이다. 기존 하나의 선거구였던 연수구가 갑과 을로 나뉘면서 인천의 선거구가 총 13개가 됐기 때문이다.
현 시점 대한민국의 눈과 귀가 집중된 '한 표'를 쥐고 있는 시민들의 민심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포커스뉴스>가 인천의 중심 모래내시장을 들러 지역민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봤다.
◆ '지역색' 옅은 인천…'여당'에 기울어진 시장 민심
국내 정치의 1번지가 종로라면 인천의 '정치1번지'로는 남동구가 꼽힌다. 남동구의 중심 시장인 모래내시장은 남동갑 지역구로 분류된다.
남구에서 분구돼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여당이 자리를 지켜온 뒤, 지난 19대 총선에서 야당이 첫 승리를 거뒀다.
이번 총선에서 남동갑은 여야가 주목하는 격전지로 떠올랐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앞서면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전통적으로 여당세가 강한 지역구에 위치한 이유에선지, 지역구가 제각각인 시장 상인들의 민심도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모래내시장 입구에 위치한 과일가게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는 김경순(47·여)씨는 기자가 지지하는 정당을 묻자 망설임없이 "새누리당"이라고 답했다.
그는 "(그간) 실망을 좀 많이 했지만, 투표하고 나면 많이 바뀌고 성향들이 달라지다 보니 잘 이끌어갈 것 같다. 보완할 건 하고 잘할 것"이라며 여당을 향한 변치 않는 신뢰를 밝혔다.
종교 활동을 위해 시장을 들른 김순희 (56·여)씨도 "1번(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1번이 정치를 현명하게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막연한 건 아닌데 그래도 나라 살림을 잘 할 수 있는 분이셔야"라고 설명하며 여당을 향한 긍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여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시민들 중 대다수는 그 이유로 '대통령'을 들었다.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잘 끝내기 위해선 여당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향인 청주를 떠나 양말가게를 시작한 지 올해로 14년째라는 유연화(60·여)씨는 "아직은 대통령이 있는 새누리당을 지지한다"며 "대통령이 있는 당이 합심을 해야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5년 가까이 빵가게를 운영해 온 유호준(65)씨는 "지지하는 정당은 아직 생각중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대화 말미엔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엔 여당을 대신해 야당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모래내시장에서 15년째 반찬가게를 하고 있는 이맹순 (79·여)씨는 지지하는 정당으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을 꼽으며 "(여야가) 맨날 싸우는데 약한 사람에 힘을 줘야 한다. 여당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을 큰집, 더불어민주당을 작은집이라고 칭하며 "큰집과 작은집이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큰 집이 조금 더 양보를 해야 되는데 그걸 안한다"고 하기도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떡볶이 가게를 연 지 7개월째라는 오현석(42)씨는 "10년 가까이 여당을 지지했지만 공약을 지키지 않아, 이젠 등을 돌린 상황이다. 어떤 당인진 애기 안하고 싶다. 그건 마음 속으로만 담아두고 싶다"면서도 "이번엔 야당에 기대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 "대통령은 80점 vs 국회의원 40점"
"일단은 먹고 사는 게 문제다", "IMF(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안 좋다"
서민들이 주로 드나드는 재래시장은 이들의 주머니 사정을 반영하는 일종의 서민경제 바로미터다. 그런 만큼 <포커스뉴스>가 만난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일제히 "경기가 안좋다"며 하소연을 쏟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심판', '야당 발목잡기'를 내세우며 하루가 멀다하고 부딪치는 여야의 행태는,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회의감만 키우고 있었다.
올해로 23년째 생필품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승길(50)씨는 "자기네들의 세비 올리는 것은 일사천리로 통과시켜놓고 서민들을 위한 안건은 의결 안하는 게 국민들 눈엔 좋게 안 보인다"며 "자기들 밥그릇만 지키는 꼬라지(꼴)가 보기 싫다"고 지적했다.
유호준씨는 "(정치인들이) 양심적으로 정치를 해야지, 매일 싸움만 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안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국회의원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낸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비교적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유 씨는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한다고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자기네들 이해타산만 따지고 대권만 생각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돼서 더 잘할 것도 아니면서"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100점 만점에 80점, 국회의원들은 40점 정도"이라고 평가 내렸다.
김순희 씨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외교활동도 잘하고 있고 멋지게 일을 잘하고 있지 않나"라고 되물으며 "좋게 보는 입장이다. 어떻게 마음에 다 들수 있겠나. 잘할 수 있을거고 잘하시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새누리당 지지자인 김경순씨도 "경기가 전반적으로 많이 어려운데, 박 대통령이 임기 남은 만큼 잘 이끌어주시리라 본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젊은 세대들은 박 대통령에 대해 기성세대들과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취업준비생인 권기엽(26)씨는 "(박 대통령을) 좋게 보고 있지 않다"며 "그냥 좀 무대뽀라고 해야 되나? 너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대학생인 윤명주(23·여)씨는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었다"며 "후회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번엔 그러지 않기 위해 많이 생각을 하고 있다. 그 분이 아니였으면 어땠을까 좀 그런 생각이 든다"며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접었음을 강조했다.
◆ 정치권 향한 희망·불신…문제는 경제다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 같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을 토로하는 한편, 다음 국회에 대한 기대감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그네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였다.
이승길씨는 "경제를 활성화시켰으면 좋겠다. 솔직히 외교나 이런 것은 잘 모르니까 평가하기 힘들다"며 "피부에 와닿는 것은 먹고 사는데 지장 없으면 되는 거 서민들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정부는) 말로만 재래시장을 활성화시킨다고 해놓고 대형마트를 다 허가한다"며 "(대형마트와)서로 경쟁할 능력이 안 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 멸치와 젓갈을 파는 김진형(62·여)씨도 "경기가 너무 어렵다"며 "(여야가) 힘을 합쳐서 서민들을 좀 편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유연화씨는 "정치를 잘 하면 경기가 조금 살아나지 않을까 싶다"며 "(그런데) 그 사람들이 별로 하는 게 없어서 세월만 가지 뭐하나 특별하게 잘됐다 싶은게 없는 것 같다. 세금만 낭비하는 느낌이 든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20대에게도 문제는 경제였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는 세대인 만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명주씨는 "좀 더 살기 좋게 했으면 좋겠다. 취업난이 심각하니까 그런 쪽으로 많이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근처 통신사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최용대(24)씨도 "일자리, 취업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또 공약은 꼭 지키고 못 지키면 이러이러해서 못했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일부 시민들은 정치인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내며 요구사항을 밝힌다는 것 자체에도 난색을 표했다.
취업 준비생인 권기엽씨는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다 "그런 걸 얘기한다고 해도 표를 받기 위해서 뭐"라며 "별로 안 지켜지는 것 같고 똑같아서 기대하는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근담씨는 "별건 없고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것 보다 선거철만 오지 말고 서민들에게 항상 잘했으면 좋겠다"며 "요즘 선거철에 많이 오는데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선거철에만 얼굴을 비추는 정치인에 대해 날을 세웠다.
◆ 다여다야(多與多野) 선거 구도…아직은 '안갯속'
한편 인천을 향한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하듯 주요 후보들의 난립, 격전지가 속출하고 있다. 여야 구도도 복잡해졌다.
여권에선 공천 결과에 불복,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가 3명에 이른다.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의 단일화엔 성공했지만, 국민의당과의 합의엔 실패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다여다야'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인지도만 놓고보면 여권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인천 남을의 현역의원인 윤상현 후보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에서 '욕설 녹취록' 파문을 일으키고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윤 후보는 현재 지역구에서 친정인 새누리당의 김정심 후보를 크게 따돌리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당의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후보(인천 중·동·강화·옹진)는 친정에 맞서 선전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 6일 배준영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26.6%, 안상수 26.3%를 기록했다. 조진형 후보(부평갑)도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새누리당의 공천권을 따낸 후보들도 인지도 부분에선 막강하다. 박근혜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를 역임한 황우여 후보는 현 지역구(인천 연수구)를 떠나 인천 서을에 출마표를 던져, 6선에 도전한다.
문화일보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일 황 전 장관은 상대후보인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문대성 전 태권도 국가대표는 당 관계자들의 조언에 따라 지역구를 부산 사하갑에서 인천 서을로 옮겨, 새 둥지를 틀 계획이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37.3%를 기록, 33%를 기록한 문대성 후보를 근소한 차로 앞질렀다.
이밖에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인천 연수을), 비박계 홍일표(인천 남갑) 의원은 지역구에서 1위를 기록하며, 여당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야권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에 성공해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두 당의 인천시당은 지난달 23일 인천 13개 전체 선거구에서 단일화에 합의했다. 더민주 후보가 11명, 정의당 후보가 2명이다.
다만 국민의당이 인천 전체 선거구 13곳 중 남동을을 제외한 12곳에 후보를 등록해 야권의 표가 한 곳에 집중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천 연수을의 경우 더민주 윤종기 후보와 국민의당 한광원 후보가 지난 6일 후보 단일화를 결정했지만,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7일 한 후보가 "단일화 합의 규칙을 파기했다"며 반발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로 싸우지 말고 국민 살림살이를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포커스뉴스> 취재진이 인천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들은 정치권에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대체적으로 "그래도 투표는 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도 지켜지지 않은 시민들의 메시지가 정치인들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 4·13 총선 결과에 그 귀추가 주목된다.인천 남동구 구월4동에 위치한 모래내시장 <사진출처=포커스뉴스 영상>2016.02.29 조숙빈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중앙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6일 발표한 인천 중·동·강화·옹진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배준영 후보의 지지율은 26.6%, 무소속 안상수 후보는 26.3%, 정의당 조택상 후보는 11.7%를 기록했다.2016.04.06 이희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문화일보가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황우여 후보의 지지율은 35.9%,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후보의 지지율은 34.1%, 국민의당 허영 후보는 11.1%를 기록했다. 2016.04.05 이희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인천 남동갑의 지지율은 더민주 박남춘 후보(37.3%), 새누리당 문대성 후보(33.0%), 국민의당 김명수 후보(11.0%)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04.06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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