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에 직장어린이집?"…성신여대 학생들 반발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4-07 15: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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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성신여대 측 '성심포털' 통해 "학생회관에 직장어린이집 설치하겠다" 공지

학생들 "안 그래도 학생회관 내 복지시설 부족한데 어린이집이라니 박탈감 느낀다"

학교측 "일정 서두르느라 절차상 배려 부족했다…학생들과 소통해 원만히 해결할 것"
△ 성신여자대학교

(서울=포커스뉴스) 성신여자대학교가 서울 성북구 돈암동 수정캠퍼스 학생회관 건물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성신여대는 인터넷 알림창구인 '성신포털'을 통해 수정캠퍼스 학생회관 1층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예정이라며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물함들은 옆 건물인 난향관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학교 측은 오는 11일부터 29일까지 학생회관 1층 공사를 진행하고 현재 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200여개 사물함은 3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이전하겠다는 내용을 공고했다.

성신여대의 이번 어린이집 설치 결정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가 500명 이상이거나 여성근로자가 300명 이상인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만약 이에 따라 직접 운영이 어렵다면 인근 어린이집과 위탁계약을 체결하거나 보육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연간 최대 2억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보건복지부가 4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성신여대 측도 어린이집 설치를 서두른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은 이런 학교 측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성신여대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발표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문제에 이의를 제기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학교 측은 반성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배성인(23) 성신여대 비상대책위원장은 "학교가 사전에 어떠한 내용도 알려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언젠가 여성노동자로 살게 될 사람으로서 직장어린이집을 만드는 취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최소한 이전에 학생들과 대화하려는 시도 정도는 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지난 2014년 학생회관이 증·개축되면서 과방, 동아리방, 수면실 등 학생복지시설이 대폭 축소됐다. 현재 사회과학대의 경우 2000여명 학생들이 작은 과방 하나를 같이 쓰는 상황"이라며 "그간 계속해서 학교 측에 학생복지시설을 늘려달라고 요구해왔지만 만족할 만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소식을 접한 학생들도 대체로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학생 김지선(22)씨는 "학생회관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한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학생회관 내 복지시설이 부족한 마당에 직장어린이집까지 들어선다니 불쾌하다"고 말했다.

또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어린이집이 생기면 소음 등으로 피해를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리학과 재학생 김모(21)씨도 "학교로부터가 아니라 성신여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생회관 사물함을 난향관으로 옮긴다고 하는데 위치 등을 고려하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신여대 측은 일정을 서두르느라 미쳐 학생들과 소통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따라 어린이집 설치를 서둘러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며"천정재, 바닥재 등을 신중히 선택해 학생들이 어린이집으로 인해 소음 등 피해를 겪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용률이 높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설치할 어린이집은 교직원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성신여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라며 "학생들의 복지공간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고 앞으로 이와 관련해 학생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성인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의견서를 전달하고 8일부터는 학생들을 상대로 사안에 대한 설문조사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지난 4일 성신여자대학교가 학생회관 건물에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자 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성신여자대학교 측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겠다고 밝힌 학생회관 1층 사물함실 내부의 모습. 200여개 사물함이 있다. 장지훈 기자 jangpro@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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