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청탁 도운 혐의 고씨 신문 중 고성 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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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실질심사 출석한 조남풍 향군 회장 |
(서울=포커스뉴스) 업무방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남풍(78) 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의 3번째 공판에는 향군상조회 대표 청탁을 위해 금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박모(70) 향군상조회 강남지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도형) 심리로 4일 오후 2시 열린 조 회장에 대한 3차 공판에서 박씨는 “조 전 회장이 당선된 후 집으로 찾아가 5000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2015년 5월 1일 오후 8시쯤 조 전 회장 집을 방문해 20여분간 향후 향군 활동이 국가안보에 집중됐으면 좋겠다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이후 (5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씨는 5000만원이 향군 상조회 대표 취임 청탁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는 안보활동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을 뿐 상조회 대표 자리에 가고 싶다거나 (조 전 회장이) 상조회 대표를 약속하는 듯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하지 않고 찾아갔고 이야기를 마친 뒤 5000만원을 올려놓고 서둘러 나왔다”면서 “쇼핑백을 올려놓으면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뭔가 이야기를 하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당시 5000만원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으며 “선거하느라 돈 많이 쓰셨을텐데 보태쓰시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씨는 “조사 받을 때 담당검사에게 그렇게 말한 것 같긴 한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당시 조 전 회장은 완강히 거절하면서 두 세 번 정도 ‘이게 뭐냐, 가져가라’며 두 세 번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박씨가 이같은 취지의 답변을 이어가자 검사는 “호통을 쳤다고 했는데 쇼핑백에 뭐가 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고 증인이 말한 적도 없는데 두 세 번이나 호통을 치면서 가져가라고 했던거냐”며 “혹시 쇼핑백을 들고 증인을 따라나와 손에 쥐어준다거나 한 적은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씨는 “나는 쇼핑백을 놓고 뒤도 보지 않고 황급히 빠져나와 쫓아나왔는지 등은 보지 못했다”면서 “쇼핑백을 손에 쥐어주거나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조 전 회장은 첫 공판 당시 “(박씨에게 받은 돈은) 한달 뒤 처음 받았던 쇼핑백 자체로 돌려줬다”고 진술한 바 있다.
문제는 조 전 회장이 5000만원을 반납한 시점이 박씨가 상조회 대표 후보에서 최종 탈락한 후라는 점이다.
이날 박씨는 “상조회 대표에 탈락한 후 내가 왜 최종후보에서 탈락됐는지 모르겠다고 문자를 보냈다”면서 “답변이 오지는 않았고 전화가 와서 교대역 부근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전 회장이 면접 심사위원 사이에서 점수가 떨어졌고 점수에 따라 결정을 하다보니 낙천이 됐다고 얘기했다”면서 “그 자리에서 5000만원을 돌려줬다”고 밝혔다.
당초 박씨는 검찰수사에서 조 전 회장이 “나도 정리할 건 해야지”라고 말하며 5000만원을 반환했다고 진술했었다.
그러나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그런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다시 “직접적인 부탁을 한 적도 없고 돈의 액수를 말한 적도 없는데 대표에서 떨어진 뒤 항의문자를 보내자 돌려줬다는 건 처음 줄 때도 상조회 대표 자리를 염두에 두고 건넨 돈이기 때문 아니냐”고 지적했다.
박씨는 “내 마음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수 있지만 (향군)조직이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 쓰라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조 전 회장에게 문자를 보내기 전 향군 관계자에게 자신이 건넨 돈 50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씨는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돈을 준 적이 있는데 돌려받아야겠다고 말했다”면서 “당시 그 사람에게 상조회 대표직 때문에 5000만원을 건넸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날 두 번째 증인으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재향군인회 부회장으로 재직한 고모(84)씨가 출석했다.
고씨는 박씨의 부탁을 받고 조 전 회장에게 박씨를 상조회 대표 자리에 추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고씨의 증인신문 과정 중 한차례 재판정에 고성이 오갔다.
고씨가 검찰에서는 ‘박씨에게 자신을 상조회 대표자리에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그런 적이 없다”며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고씨는 “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조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이 언성을 높이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계속해서 진술을 바꾸려고 하고 기억이 안난다고 일관하는데 이는 위증이 될 수 있다”면서 “기억이 안나면 안난다고 해야지 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조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하느냐”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역시 고씨가 이같은 태도로 일관하자 “혹시 조서를 작성하고 난 뒤 서명을 할 때 누가 모질게 하거나 조서를 읽지 못하게 하고 서명날인하게 한 적이 있나”고 물었고 고씨는 “여기서보니 잘 보이는데 그날은 눈이 침침해서…”라고 말을 흐렸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조서를 다시 보여주라고 명령한 뒤 “진술을 하지 않았는데 임의로 수사관이 기재한 부분이 있는지 꼼꼼히 읽어보라”면서 “만약 그런 부분이 있다면 담당수사관과 검사를 불러 증인과 대질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18일 구속기소됐다.
앞서 검찰은 같은해 11월 13일과 16일 두 차례 조 전 회장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조 전 회장은 소환 당시 “모든 혐의를 부인한다”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재향군인회 일부 이사, 노조 등으로 이뤄진 ‘향군 정상화 모임’으로부터 선거법 위반과 배임, 배임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은 조 전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으로 향군에 790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업체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당선 이후 산하기관 인사에 관여하는 등 매관매직을 통해 금품을 챙겼다고도 주장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지난해 4월에 있었던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 당시 조 전 회장이 대의원 200여명에게 1인당 500만원씩 건넨 혐의 등을 포착했다.
검찰은 조 전 회장이 조남기(89)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의 조카 조모(70)씨로부터 “‘중국제대군인회’와 ‘한국재향군인회’가 연계된 관광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4억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역시 포착해 기소했다.
앞서 조 전 회장은 지난 1월 21일 고령과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고 구속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태는 아니라며 보석을 기각했다.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금권선거와 불법 금품수수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이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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