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에서 도움 된다면 언제든"
이철희 "호남 안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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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선미 후보 찾은 문재인 전 대표 |
(서울=포커스뉴스) 4·13 국회의원 총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남행(行)이 성사될지 여부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종인 대표 체제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해왔던 문 전 대표는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을 전후로 지원유세 명목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당의 취약지역인 영남·강원권을 비롯, 충청권을 찾아 지원 유세를 벌였고 김 대표가 호남권 방문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우자 수도권으로 본격 상륙,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전 대표의 호남권 방문 여부를 두고 당내 파열음도 세어 나오고 있다. 당초 문 전 대표가 호남권을 방문하지 않은 것에 대해 전략적인 판단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지금은 당에서 문 전 대표 행보를 제어하고 있는 듯한 모양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 지도부가 문 전 대표의 호남행 불가 입장을 밝히자 문 전 대표가 나서 반박, 갈등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3일 제주도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 전 대표의 호남행(行)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문 전 대표가 광주에 가야하느냐'는 질문에 "(호남 방문을) 검토하는 것은 (문 전 대표의) 자유"라면서도 "광주에 출마하신 분들이 요청을 하면 갈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 적에 과연 요청할 사람이 있겠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반감이 우려되느냐'는 질문에는 "광주에 가서 분위기를 봤으면 나한테는 안 물어봐도 알 것 아니냐"며 호남권에 여전히 반(反)문재인 정서가 강하다는 판단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 문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한테 물어보라"며 다소 불편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본인이 하는 것을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무엇인가 전반적으로 고려를 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참 선거에 유리한 것인지 본인이 판단을 해야 한다"며 활동 자제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드러냈다.
특히 "선거라는 것은 결국 끌고 가는 사람인 주체가 알아서 선거를 관리해야지 옆에서 다른 사람이 하다보면 선거 방향이 올바르게 갈 수가 없다"며 문 전 대표의 행보로 자신의 선거 전략이 흐트러지고 있음을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김 대표 등 더민주의 지도부는 문 전 대표가 광주 뿐 아니라 수도권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같은 날 김 대표의 의견에 적극 반박했다. 그는 서울 신당역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대표께서 우리 당을 안정시키고, 확장하는 것은 잘해주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가 그것만으로 이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확장과 함께, 또 우리 쪽 지지층들을 함께 끌어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 당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전력들이 총동원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또한 "심지어 낙천한 분들조차도 더컸유세단(으로 활동을 한다)"며 "본인들의 낙천의 아픔을 딛고 넘어서서 당의 승리를 위해 뛰고 있지 않느냐. 다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호남행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유세를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호남 민심이 (나에게 좋지 않다고) 생각 안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래서 제가 선거운동 지원 다니면 오히려 호남 유권자가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며 "호남의 경우 제가 가서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호남뿐만 아니라 다른 어느 지역이든지 심지어 야권 후보 단일화 이뤄질 경우에 우리 당 아닌 단일 후보의 당선까지도 도울 생각"이라며 김 대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양측이 맞서고 있는 상황에 당 차원에선 문 전 대표에게 호남행의 불가 입장을 재차 공개적으로 밝혔다.
더민주의 총선 전략을 총괄하는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궁극적으로 본인이 판단하실 문제"라면서도 "당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정 본부장은 "저희는 (문 전 대표와) 협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고 선거는 저희들이 큰 틀에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될 부분들이 많이 있다"면서 "문 전 대표가 당과 사전 협의를 하시리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호남행(行) 불가 입장을 통보한 셈이다.
정 본부장은 또 "저희 당에 대해 호남 분들께서 우려하시는 부분들이 '다시 옛날 민주당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선거에서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한발 더 나아갔다. 4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지원유세 행보에 대해 "이제 당이 판단해서 (문 전 대표의) 동선 등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과 관련, "당에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다고 보면 안 가셨으면 좋겠다고 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 실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문 전 대표는 우리 당으로서는 아주 중요한 자산이고 핵심적인 자원이지만 이번 선거는 경제 선거로 가야하기에 김종인 대표 체제로 치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첫 주말을 맞은 3일 오후 문 전 대표가 서울 강동구 암사시장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강동구갑 후보와 합동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2016.04.03 이승배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4일 오후 경기도 서현역 인근 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성남 분당구 선거유세에 참석한 김 대표가 땀을 닦고 있는 모습이다. 2016.04.04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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