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유지해도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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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법원, 의사봉, 법봉, 법정 |
(서울=포커스뉴스) ‘간통죄’가 폐지된지 1년여가 흘렀다.
지난해 2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성적인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고 국가가 이를 개입할 수 없다”며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부부간 신뢰가 깨진 대가와 책임을 묻는 법원의 판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도한 배우자가 아닌 상간자(내연남·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향마저 생겼다.
간통죄는 비록 폐지됐지만 배우자의 외도로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우자는 물론 상간자에게도 위자료로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법은 ‘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 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 “각서 쓰고도 만난 널 용서할 수 없어”
법원은 최근 서울에 사는 A씨가 자신의 남편과 내연관계를 유지한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B씨가 지난 2010년 자신의 남편과 외도를 한 사실을 알았고 ‘다시 접근하거나 통화를 하면 A씨가 청구하는 위자료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B씨로부터 받았다.
그러나 B씨는 지난 2015년 A씨의 배우자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를 발견한 A씨는 B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김소영 판사는 “B씨는 배우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내연관계로 지내는 등 부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분명해 B씨는 A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판사는 “A씨와 배우자의 나이, 혼인기간 및 혼인생활 과정, 자녀의 유무, 부정행위 정도와 기간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해 B씨가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단했다.
◆ “내 인생 망친 둘다 책임져”
대전에서는 C씨가 외도를 한 아내와 상간자 모두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다.
지난 1999년 C씨와 결혼한 D씨는 회사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E씨와 지난 2013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왔고 10월에는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C씨는 지난 2014년 협의이혼을 했고 혼인기간 중 부정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D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당시 법원은 D씨의 부정행위가 혼인관계 파탄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해 C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주도록 판결했다.
이어 C씨는 지난해 상간자인 E씨에게도 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대전가정법원 가사합의부(부장판사 남동희)는 “C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E씨가 D씨와 함께 여행을 다녀오는 등 민법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E씨는 공동불법행위자로 C씨가 입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 상간자 상대 손해배상 청구…왜?
지난해 접수된 이혼소송이 2014년과 비교해 4% 가량 감소한 것과는 반대로 금전적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늘어났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배우자와 이혼하지 않고서도 상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외도 등 부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상간자가 외도를 인정할 시에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고 그 잘못의 정도에 따라 배상액도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어나는 경향은 간통죄 폐지 이후 형사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복수를 하려는 일종의 보복 심리와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김유미 변호사는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외도 등 부정행위로 상대방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만들면 그 책임으로 상대방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해 위자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간통죄 폐지 이후 형사처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전적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경향에 대해서는 “이혼을 하지 않고 상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 이유에는 보복을 위한 심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배우자의 외도 증거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함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간통죄, 어떻게 사라졌나
숱한 논란을 빚어 온 간통죄는 지난해 폐지됐다.
간통죄는 지난 1953년 우리나라 형법이 제정될 때부터 우리 사회의 부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2월 26일 간통죄를 규정한 형법 제241조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이라며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는 가운데 간통죄에 대한 국민 의식이 더 이상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 한다”며 “간통죄는 오히려 잘못이 큰 배우자의 이혼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일시 탈선한 가정주부 등을 공갈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정 이후 62년만의 일이다.<사진출처=픽사베이>이인규 인턴기자 헌법재판소장.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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