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마케팅 정종섭 vs '정책으로' 류성걸
최근 여론조사…정종섭 오차범위 내에서 류성걸 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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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촬영하는 정종섭 |
(서울=포커스뉴스) 4·13 총선을 앞두고 여당의 '텃밭' 대구 민심이 심상찮다.
기호 1번을 달고 나오면 '무조건' 당선이 됐던 이전과 달리, 민심 이반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는 것.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을 위시한 친박(親朴)계가 친유승민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을 컷오프하며 불거진 탈당 및 무소속 출마 바람으로, 새누리당이 예전처럼 대구 전역을 '석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탈당파'가 도전장을 내민 지역구는 모두 4곳으로, △유승민 의원의 당선이 확실시 돼 보이는 동을 △'진박' 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친유계' 류성걸 무소속 후보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동갑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와 '친유계' 권은희 무소속 후보가 맞붙는 북갑 △이인선 새누리당 후보와 주호영 무소속 후보가 맞붙는 수성을 등이다.
새누리당의 무공천으로 유승민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되기 때문에, 유 의원을 제외한 이들 '탈당파'의 생환 여부는 총선 이후 정치 지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진박' 정종섭 후보와 유승민 의원의 측근이자 이 지역의 현역의원인 류성걸 후보가 맞붙는 대구 동갑의 경우, 두 후보가 여론조사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대결을 벌이고 있어 말 그대로 '핫코너'로 떠올랐다.
<포커스뉴스>는 지난 30일과 31일 양일간 대구 곳곳을 돌며, 대구 동갑을 둘러싼 대구 민심을 알아봤다.
◆ 요동치는 대구 민심…무소속 불안감 '여전'
동대구역 주변은 수년째 공사가 진행 중이다. KTX역과 버스터미널·백화점·영화관 등이 함께 들어선 멀티플렉스를 짓는다는 계획 하에, 땅을 깨는 소리가 들리고 먼지가 흩날렸다.
주변에 위치한 정종섭 후보와 류성걸 후보의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찍은 거대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은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왜 친박-비박 이래 쌌고(이렇게 말하고), 다 쫓아내고 이런다 카대(하더라), 왜 그래놓노!" - 박영자(68·여·대구 동구 거주)
"여야(與野) 할 것 없이 대구시민들이 요번에는 하나도 찍어주지 마래야(말아야) 해" - 김규협(58·대구 동구 거주)
"대구 지역도 야당의원이 한 20~30%는 필요하다고 봐" - 서장하(62·모범택시기사)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이렇듯 불만을 표했던 대구시민들이지만, 적극적으로 '무소속'인 류성걸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새누리당에 대한 불만이 있기는 하지만, 내심 무소속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셈.
대구 동구청 앞 벤치에서 담소를 나누던 박영자(68·여)씨는 "만약에 무소속을 뽑았다캐도 새당에 못 들어가면 우야노(어떻게 하느냐) 이런 마음이 들어예"라며 "못 들어간다는 말도 카던데 맞아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박씨는 "새누리당에 다시 안들어가면 찍어주나 마나"라고도 했다.
동구에서 20년째 거주하며 안경점을 운영 중인 정정재(46)씨는 현역의원인 류성걸 후보에 대해 "잘한 것도 모르겠고, 못한 것도 잘 모르겠다"며 "이기더라도 표 차이 얼마 안나게 이길 것 같고, 질 확률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대구 동구청 앞 산책로에서 애완견을 산책시키던 김규협(58)씨는 "아직 지켜봐야죠 뭐"라며 판단을 유보했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은 정종섭 후보에 대한 지지 의견도 강했다.
동구 동서시장에 세탁소를 운영하는 김춘한(59)씨는 "처음엔 류성걸 의원이 상당히 호응이 좋고 주민들 반응도 좋고 이랬다"면서도 "대구는 TK 지역이라 아무래도 공천을 받은 사람이 우세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쪽(동갑)의 공천을 받으신 정종섭 후보는 전임 장관을 했고, 그래서 주민들이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며 "그래도 장관을 하고 나왔기 때문에 힘이 안 있겠나…"라며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대구 북구 칠성시장상인회 사무실에서 만난 권모(57)씨는 다른 의견을 펼쳤다.
권씨는 "류성걸 후보는 경쟁력이 있다. 정종섭 후보에 대한 반발이 강하다"며 "류 후보가 잘났다기보다 시민들의 반발의식,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진박' 마케팅 정종섭 vs '정책으로' 류성걸
대구 동갑은 '진박'과 '친유'의 맞대결이다보니 두 후보들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특히 정종섭 후보는 탈당한 유승민계 후보들이 선거사무실에 걸어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해야 한다며 '존영(尊影)'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여러 차례 "대통령과 각을 진 인물이 '박근혜 마케팅'을 이용해 논란이 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정 후보는 30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구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 마케팅이 효과가 있으니까 그것을 이용하자는 식이면 안된다. '나는 대통령하고는 안 맞기 때문에 대통령 사진도 걸지 않겠다' 이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새누리당 대구시당은 친유계 후보들에게 박 대통령의 사진을 반납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친유계는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입장을 던졌다.
류성걸 후보의 지원에 나선 유승민 의원은 31일 공동출정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존영논란에 대해 "새누리당 후보들도 무소속 후보들에게 막말하고 사진을 떼오라고 할 것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유승민 의원은 "왜 정치를 하려고 하고 국회의원 출마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정책으로 대구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인지 대구 시민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진박 후보들에게서) 그런 말씀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유 의원은 출정사에서도 "류성걸 의원이 어떤 사람이냐. 지난 4년동안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TK의 예산을 혼자 다 담당했던 분"이라며 "동대구 역세권 개발과 첨단산업벤처밸리를 만들어 온 류성걸 의원이 대구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류성걸 후보도 같은날 출정식에서 "지난 4년 동안 동갑의 골목골목 다니면서 지역 현안을 확인하고 주민 의견을 수려했다"며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쳐 대한민국이 한층 발전하고 대구시가 선진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최근 여론조사…정종섭 오차범위 내에서 류성걸 앞서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는 두 후보간 여론조사는 오차범위 내에서 정종섭 후보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박' 마케팅이 더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SBS가 TNS에 의뢰해 29일 발표한 대구 동갑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종섭 후보가 36.5%, 무소속 류성걸 후보가 33.6%를 기록했다.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종섭 후보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는 44.2%, 류 후보는 25.4%를 기록해 무려 20%포인트에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여권 강세 지역인 만큼 지지 정당만 놓고 보면 새누리가 단연 압도적이였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54.8%, 더불어민주당 9.5%, 국민의당 5% 순이다.
이번 여론 조사는 지난 26~28일 대구 동구(갑) 선거구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정종섭 새누리당 후보와 류성걸 무소속 후보가 20대 총선 대구 동갑에서 일전을 벌인다 <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공천자대회에 참석한 정종섭 대구 동구갑 후보와 공동선대위원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인제, 서청원, 정 후보, 김무성, 강봉균 선대위원장. 2016.03.28 오장환 기자 무소속 대구 동구을 유승민(가운데) 후보, 무소속 대구 북구갑 권은희(왼쪽) 후보, 무소속 대구 동구갑 류성걸 후보가 31일 오전 대구 동구 공항교에서 열린 공동 출정식을 마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2016.03.31 강진형 기자 23일 오후 대구 동구 용계동 사무소에서 새누리당 탈당 및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유승민 의원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2016.03.24 김인철 기자 SBS가 TNS에 의뢰해 2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 정종섭 후보가 36.5%, 무소속 류성걸 후보가 33.6%의 지지율을 기록한것으로 나타났다. 2016.03.30 조숙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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