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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수 |
(서울=포커스뉴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고민이 깊다. 구단에서는 마이너리그를 선택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으로 메이저리그에 남아 기회를 노리라고 조언한다. 그야말로 선택의 기로다.
김현수는 31일(한국시간)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출전하지 못했다. 지난 26일 뉴욕 양키스전 선발 출장 이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5경기 연속 선발 제외다. 27일 보스턴전은 교체 출장이었다. 선발에서 빠진 사이 김현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실전을 치렀다.
김현수는 남은 시범경기에서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감독이 볼티모어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현수가 거취를 결정하기 전까지 경기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김현수는 구단으로부터 마이너리그행을 선택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댄 듀켓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김현수는 개막 25인 로스터에서 탈락했고,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일부 언론은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메이저리그급'이 아니다라고 판정한 것이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무조건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낼 수 없다. 김현수가 계약 당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선수 동의가 있어야 마이너리그행이 가능한 권리)을 삽입했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구단이 언론플레이를 하면서까지 김현수 흠집내기를 하고 있는 배경이다. 김현수의 동의를 이끌어내야 해서다.
김현수의 시범경기 부진이 이런 상황까지 이르게 한 원인 중 하나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 2타점으로 부진했다. 볼티모어가 김현수에게 기대한 출루율도 2할2푼9리로 저조하다.
하지만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에 대한 기대를 너무 일찍 접은 것도 문제다. 한국프로야구와 달리 미국프로야구가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로 접근한다는 점 때문에 벌어진 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투수와 타자가 처음 맞대결하면 타자가 단연 불리하다. 아무리 사전 정보를 얻고, 투구영상을 보고 타석에 들어서도 타자는 '낯섬'이라는 약점을 이겨내기 어렵다. 김현수는 현재 낯선 이국에서 처음 만나는 투수의 처음 만나는 투구를 경험하고 있다.
김현수는 한국프로야구 두산에서 신고선수에서 리그 대표타자로 성장을 거듭한 노력형 타자다. 꾸준히 상대투수와 맞대결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뒷받침됐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정신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김현수가 적응까지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 충분한 시간에 기대만큼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무엇보다 시간 여유가 없다. 김현수는 조만간 마이너리그행에 동의할 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한 뒤 메이저리그에 남을 지를 선택해야 한다. 김현수가 모든 상황과 정황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뒤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현수가 심리적으로 흔들림없이 선택했으면 바람이다. 김현수는 미국 출국 당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 나온 어머니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또 지난 시즌 뒤 결혼하면서 가정을 꾸렸다.
국내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으로 돌아오면 '패배자'라고 생각하겠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김현수는 야구 외적으로도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국 땅에서 가족과 떨어진 외로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 등 모두 김현수의 선택에 심리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다.
NC 김경문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신인 김현수를 두고 "팀내 평가전에서 왼쪽 담장으로 향하는 큰 타구를 좌익수가 쫓아가서 잡더니 담장에 '쿵'하고 부딪히더라. 크게 다쳤겠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선수가 툭툭 털더니 일어나 수비 자리로 이동하더라. 그 선수가 김현수였다"고 설명했다. 그후 김경문 감독은 김현수의 근성과 열정을 높이 사 기회를 줬고, 김현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현수는 충분한 기회를 얻으면 그만큼 야구로 보답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볼티모어 구단과 쇼월터 감독은 국내 야구인들의 이같은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사라소타/미국=게티/포커스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김현수가 2월29일(한국시간) 열린 스프링캠프 포토데이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2016.03.04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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