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이대호, 실력으로 초청선수 열세 극복하고 25인 로스터 합류 '확답'
볼티모어 김현수, 적응 어려움에 '한국 유턴설'까지…마이너리그행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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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호, |
(서울=포커스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다가오면서 올시즌 진출한 한국 야수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기량을 선보인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거포본능과 함께 타점능력, 정교함을 선보이며 미국 언론으로부터 단순한 신인이 아닌 주목해야 할 선수로 위상이 높아졌다. 이대호는 스플릿계약(메이저리그 계약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별도로 하는 것)을 통해 초청선수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열세를 실력으로 이겨냈다. 시범경기 공수주 모두 기대 이상의 기량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개막 25인 로스터 합류를 '확답'받았다.
반면 김현수는 미국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시범경기 부진해 개막 25인 로스터 합류가 거의 무산됐다. '한국 유턴설'까지 거론되며 팀내 입지가 좁아졌다.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박병호는 28일(한국시간) 현재 시범경기 타율 2할8푼3리(46타수 13안타) 3홈런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홈런과 타점 모두 팀내 2위. 출루율 3할6리 장타율 5할4푼4리로 OPS(출루율+장타율)는 8할5푼이다. 메이저리그 OPS 8할 이상이면 A급 평가를 받는다.
시범경기 무력시위에 미국 언론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스포팅뉴스는 "미네소타 광할한 홈구장에서도 홈런 25개를 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ESPN도 "강속구에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미네소타 구단은 27일 스프링캠프 명단에 총 29명 중 야수 13명만 남겨놨는데 박병호도 남아 있다. 테리 라이언 단장은 "야수 13명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개막전까지 간다"고 했다. 박병호는 볼티모어와의 개막전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대호도 실력으로 메이저리그 좁은 문을 넘어섰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혀 없는 30대 선수가 초청선수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대호는 당당히 실력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이대호는 시범경기 타율 2할5푼(44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 3할2푼7리 장타율은 3할8푼6리로 OPS는 7할1푼3리다. 처음 만나는 투수들을 상대로 안정된 성적이다. 더구나 이대호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와 주루에서도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스캇 서비스 감독은 "이대호는 적응력이 좋다. 주루와 수비도 기대 이상이다"라고 칭찬했다.
경쟁자들의 상황과 부진도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입성에 도움이 됐다. 유력한 경쟁자 헤수스 몬테로는 시범경기 타율 2할3푼7리(38타수 9안타) 4타점 출루율 2할5푼6리 장타율 2할9푼에 그쳤다. OPS는 5할4푼6리로 이대호보다 2할 가까이 떨어진다. 시애틀로서는 마이너리그로 보낼 수 없는 상황인 이대호와 몬테로 둘 중 한명을 택해야 했는데 이대호가 낙점됐다.
또다른 경쟁자 스테판 로메로는 시범경기 타율 3할5푼7리(42타수 15안타) 1홈런 8타점 출루율 3할7푼2리 장타율 4할7푼6리를 기록했다. OPS 8할4푼8리로 이대호보다 타격에서 모든 기록이 앞선다. 하지만 이대호와 달리 로메로는 구단이 아직 마이너리그 옵션을 가지고 있다. 시애틀 구단으로서는 일단 이대호를 시즌 초 활용한 뒤 적응도에 따라 로메로를 기용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이다.
이대호가 일찌감치 구단측으로부터 개막 25인 로스터 합류를 '확답'받은 배경이다. 이대호는 한고비를 넘은 셈. 하지만 개막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언제든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수 있는 '시한부 메이저리거' 신분인 셈. 오직 실력으로 극복해내야 한다.
제일 상황이 좋지 않은 이는 김현수다. 김현수는 시범경기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 2타점로 부진하다. 김현수의 장점으로 꼽혔던 출루율도 2할2푼9리에 불과하고, 장타율은 1할8푼9리로 처참한 수준이다.
미국야구에 적응력이 떨어지며 좀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꼭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시간이 갈수록 김현수를 짓누르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 출장하지 못하고 마이너리그 평가전에 나서거나 교체 출장으로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다. 시범경기 초반 매경기 선발출장했던 모습은 오간데 없다. 그만큼 팀내 입지가 좁아졌다.
벅 쇼월터 감독도 점점 김현수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모양새다. 김현수의 부진을 두둔하는 발언도 어느새 사라졌다. 오히려 "힘든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며 마이너리그행 뉘앙스를 풍겼다. "잘해야 (볼티모어 마이너리그 팀이 있는) 북쪽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것"이라는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김현수는 마이너리그행 거부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를 한국으로 되돌려 보내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 총액 700만달러(약 81억7000만원)에 계약했다. 볼티모어로서는 김현수에 대해 한국으로 돌려보내며 연봉을 보전하려는 철저한 비즈니스 논리를 들이댄 셈. 말 그대로 김현수는 볼티모어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모양새다.
하지만 김현수는 아직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김현수는 미국프로야구 공식 홈페이지 엠엘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시련은 있다. 어떤 시련이 와도 내 길을 갈 것이다. 최선을 다해 극복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이어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충분한 정보가 없어 낯선 투수와 맞서는 건 어려운 일이다"라고 진단했다.
김현수로서는 남은 시범경기 적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시일 폭발적인 타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메이저리그 개막 25인 로스터 합류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한국프로야구에서 신고선수로 입단해 리그 대표 타자로 성장한 근성과 노력을 다시 미국프로야구 무대에서 보여줘야 한다.<포트 샬롯/미국=게티/포커스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 박병호(가운데)가 7일(한국시간) 플로리다 샬롯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와의 시범경기에서 1회 만루홈런을 때려낸 뒤 더그아웃에서 팀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2016.03.0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인천공항=포커스뉴스)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한 이대호가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6.02.05 오장환 기자 <사라소타/미국=게티/포커스뉴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김현수가 2월29일(한국시간) 열린 스프링캠프 포토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03.04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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