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상 '잊힐 권리'…"권리 보장 제한적" VS "다른 권리와 충돌"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25 16:4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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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다음주 가이드라인 최종 확정 후 4월부터 시행할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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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어릴 때 인터넷에 올린 게시물이 아직 검색 사이트에 떠돌고 있거나, 자신이 어떤 사건과 연루돼 신상정보가 노출된다면. 인터넷 상에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잊힐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초안이 우리나라에서도 나왔다.

2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잊힐 권리를 반영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안)’ 초안을 마련하고 학계·업계의 의견을 듣는 세미나를 열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잊힐 권리의 범위를 ‘자기게시물’에 한정한 것을 두고 사생활 침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잊힐 권리를 너무 적극적으로 보장하면 표현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반박도 제기됐다.

이날 일부 패널들은 이번 방통위 가이드라인이 잊힐 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이용자들은 여전히 ‘악의적인 신상털기’ 위험에 처해있다고 비판했다. 이상직 태평양 변호사는 “자기게시물에 한해서만 잊혀질 권리를 현실화하는 것으로, 유럽 등 논의에 비해서 매우 후퇴한 방안”이라며 “어릴 때 올린 것으로 나중에 학업, 취업이 어려운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인권의 사각지대를 위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병철 연세대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게시물 통제권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논란이 있는 게시물 등에 대해 게시판 관리자등이 최종적으로 판단하게 하는 곳은 게시판 관리자에 대한 규범적 부담을 지우는 문제가 있다”며 “자기게시물에 대한 범위 설정부터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 참석자가 “자신은 인터넷 게시글로 인해 18년 동안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가이드라인으로 법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진규 네이버 개인정보보호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잊힐 권리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고, 유럽처럼 재판을 통해서 권리를 보장할 만한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작성자의 권리를 위해 댓글 작성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재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유럽의 사례는 타인이 작성한 게시글에 관한 내용이고 이번 가이드라인은 자기게시물에 관한 것으로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선진국 사례가 없어 가이드라인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실행 강제성이 없어 사실 유명무실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엄열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가이드라인 형태이고 법적 강제성은 없다”며 “다만 시장에서 이용자와 합의를 통해서 안내 안내서를 낸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다음주 전체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하고 이르면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또 내년 이후 이를 통해 잊힐 권리 보호를 위한 법제화에도 나설 계획다.방통위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인터넷 자기게시물 접근배제요청권 가이드라인'에 대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6.03.25 왕해나기자 e2@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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