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검토에도 시간 필요
(서울=포커스뉴스) 카드사들이 대행업체를 경유하지 않고도 아파트 관리비 카드결제를 할 수 있도록 최근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주었지만, 정작 카드업계 움직임은 조용하기만하다. 이미 특정 전자결제전문업체가 전국 아파트 관리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라 신규 진입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전자고지결제업무에 따른 비용 대비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금융위원회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카드사들의 아파트 관리비 전자고지결제업무 수행을 허용했지만, 카드사들은 이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만 할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자결제전문업체 이지스엔터프라이즈가 이미 전국 아파트 관리비 시장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경쟁해 나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지스엔터프라이즈와 카드업체는 지난 2012~2013년에도 수수료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전례도 있다. 과거 지난 2012년 12월 새로 시행된 여신금융전문법에 따라 공공적 성격을 지닌 요금에 대해 수수료율 인상이 가능해지자 카드업체는 공공 요금으로 분류됐던 아파트관리비에 2%대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에 당시 아파트관리비 결제를 대리했던 이지스엔터프라이즈가 반발해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2013년 카드사들은 아파트 관리비 관련 신용카드 발급을 중단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 업체와의 협업도 과제로 떠오른 실정이다.
실제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이지엔터프라이즈가 전국 아파트 관리비 시장을 90% 넘게 차지하고 있어 관련 규제가 풀린다고 하더라도 이 업체와 경쟁해 나갈 것인지 아니면 협업을 할지가 먼저 정해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을 뒤엎는 일은 매우 어렵고 소비자 니즈에 대한 파악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드사가 직접 아파트 관리소 등과 일일이 거래를 터야 하는데, 이런 방식에 대한 수익성 검증에도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아파트 관리비를 허용한다고 해도 가맹점 수수료 갈등 문제는 동일하게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기존 업체와 제휴하는 방안과 전자고지결제업무를 직접 하는 방안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 아직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아파트 단지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고객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만 수수료 관련 비용은 줄일 수 있고, PG사를 통하는 경우 안정적인 고객군 확보가 가능하지만 수수료 문제는 남는다"며 "사업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직거래로 할 것인지 PG사를 통해서 사업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 관리비 카드결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직거래 길을 텄는데, 이를 당장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카드사들이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관리비 카드결제 시장을 지켜보는 카드사들은 금융위가 열어준 사업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신한카드가 최근 아파트 관리비를 자동 납부하면 청구할인 등을 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PG사를 통해 진행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양병권 금융위 사무관은 "카드업체들이 관련 약관 개정 등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직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더 필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지갑 속의 수많은 신용카드. 카드 빚 등 각종 부채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하리라 믿는 사람이 미국에서 5명 중 1명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Photo by Joe Raedle/Getty Images)2015.12.14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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