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규모 항의 시위…경찰 강경 대치
(서울=포커스뉴스)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현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통화 녹음 자료가 폭로되며, 룰라의 수석 장관 임명 소식에 반발하던 민심이 폭발해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발생했다.
미 BBC 등 외신은 17일(현지시각) 룰라 전 대통령의 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남부 파라나 주 연방법원 판사 세르지우 모루가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의 체포를 막기 위해 장관으로 임명했음을 암시하는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최근 룰라는 부패 스캔들에 대한 조사를 받는 중이며, 호세프 대통령은 탄핵 절차에 직면해있다. 두 정치인은 수십년 동안 가깝게 지내왔다. 룰라는 호세프의 정치적 스승이며 호세프는 룰라가 직접 고른 후계자다.
이달 초 룰라는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 뇌물수수와 관련해 구금되어 조사를 받았다. 그는 이른바 '세차 작전(Operation Car Wash)'의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지만, "내가 2018년 다시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하게 막으려는 음모"라며 혐의를 부정했다.
폭로된 통화 녹음에서 호세프는 룰라에게 '필요한 경우'에 대비해 장관 임명장 사본을 보내주겠다고 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경우'란 룰라가 체포를 피하기 위해 장관직이 필요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이에 호세프 대통령이 룰라에게 부패 수사 면책특권을 주기 위해 그를 수석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짙어졌다.
룰라는 현재 주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나, 브라질 현행법상 연방정부 장관에 대한 수사는 연방 검찰청이나 연방 대법원 관할이기에 그가 수석 장관이 되면 현재의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다.
호세프 대통령은 룰라를 수석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그는 숙련된 정치적 협상가이자 경제 회복에 도움을 줄 경험많은 지도자다"라고 옹호하며, "(룰라) 전 대통령 또한 여전히 대법원에 의해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룰라가 수석 장관이 되면 호세프의 탄핵을 주장하는 의회 세력과의 싸움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녀는 룰라가 자신의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의원들에게 그의 정치적 지성과 영향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호세프 대통령은 경제 적자를 숨기기 위해 브라질의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탄핵 위기에 처해 있다.통화 녹음 자료의 배포로 수도 브라질리아를 포함해 최소 세 개 이상의 도시에서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일어났으며, 폭동 진압 경찰은 대통령 궁 밖의 시위자들에게 후추 스프레이를 발사하는 등 시위세력에 강경하게 대치했다. 의회에서는 야당 지도자들이 마이크 주위에 모여 "사임, 사임"이라고 외치는 등 소란이 야기되기도 했다.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수석 장관에 임명할 당시 통화 감청이 공개돼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2월23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한 호세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 ⓒ게티이미지/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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