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父 살해 현장…주민 "인간도 아니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7 13: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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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했다고 아버지 살해·암매장 30대 아들 현장검증

얼굴에 마스크 쓴 채 떨림없이 묵묵히 재연

마을 주민들 "사람의 탈을 쓰고…뻔뻔하다"
△ 시각장애인 아버지 살해, 암매장 현장검증 실시

(시흥=포커스뉴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은 가렸지만 천륜을 어기고 아버지를 숨지게 한 아들의 고개숙인 모습은 가릴 수 없었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17일 오전 10시 20분 술에 취한 자신에게 '쓰레기'라고 꾸짖었다며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 등)를 받고 있는 아들 이모(37)씨에 대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또 죽은 남편 시신의 암매장을 도운 혐의(사체유기)를 받고 있는 어머니 조모(61)씨에 대한 현장검증도 함께 있었다.

이날 오전 10시 아들 이씨는 현장검증을 위해 경찰서 밖으로 나오면서 "아버지에게 할 말 없느냐", "죄책감을 느끼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모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씨가 입은 상의에는 아이러니하게도 'Good feeling(좋은 기분)'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어 경찰서를 나온 어머니 조씨도 침묵으로 일관한 채 경찰차량에 올랐다.

첫 번째 현장검증 장소는 이씨가 아버지를 숨지게 한 경기 시흥시의 판자집 자택이었다.

이씨 자택 인근 주민 A(58)씨 말에 따르면 "(범행이 있었던 날)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들려 오긴 했다"며 "워낙 왕래가 적은 집이라 무슨 일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B(66·여)씨는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에게 나오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을 꾸린 것으로 안다"며 "인간도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현장검증 중에 이들 모자가 집 밖으로 나와 아버지 시신을 대신한 마네킹을 비닐로 싸서 차량 뒷좌석에 싣는 모습을 재연하자 주민들은 "세상에 사람의 탈을 쓰고…", "뻔뻔하다" 등이라며 웅성거렸다.

범행이 있었던 자택 근처는 등산로 초입으로 이용되는 곳이기도 해서 마을을 찾은 등산객들에게 많은 지탄을 받기도 했다.

등산을 위해 마을을 찾은 등산객 박모(55·여)씨는 "이럴 줄 알았으면 자식을 낳았겠느냐"며 "아무리 자식이지만 아버지를 죽인 아들을 도운 어머니도 이해할 수 없다"라고 한탄했다.

시흥시 자택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은 오전 10시 50분쯤 끝났다.

이후 이씨 모자는 오전 11시 10분쯤 시신을 암매장한 시흥의 한 야산 중턱으로 이동했다.

이씨는 산 중턱까지 차를 몰고 올라와 아버지 시신을 뒷자석에서 내려 15m 정도 이동 후 시신을 땅에 묻는 범행장면을 재연했다.

이날 오전 11시 25분쯤 현장검증을 끝낸 이씨는 경찰의 호송을 받으며 빠른 걸음으로 경찰차로 이동했다.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한 뒤 오는 21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이씨 모자를 존속살해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시흥=포커스뉴스)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살해한 후 암매장한 아들 이모(37)씨가 17일 오전 경기 시흥시 대야동 한 야산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2016.03.17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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