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 창조경제 일조 중소벤처 ‘골리앗 횡포’에 경영 타격
“분당서울대, 공공의료는 뒷전…영리 추구에만 급급” 비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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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공공의료기관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이철희)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사실로 밝혀진다면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위신 추락은 물론 영리를 추구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12년 동안 거래를 맺어오던 병원 물류·구매 대행사(GPO, Group Purchasing Organization)인 E사와의 인연을 끊고 자체 물류조달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E사가 분당서울대병원에 시스템 개발 도용 및 인력 빼돌리기 주장을 제기한 것.
이에 더해 분당서울대병원은 소프트웨어 개발 중소·벤처기업인 P사와 H사에 대해 각각 특허권 침해, 영업비밀 침해로 법적 시비를 가린 바 있어 E사와의 특허침해 결과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중소벤처의 ‘병원물품의 구매·물류관리시스템·방법’ 특허 침해 의심
침해 공문 보냈지만, 분당서울대병원 회신 없어… 중기 ‘무력감’ 느껴
16일 병원 물류·구매대행사인 E사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자사가 지난 2009년 특허청으로부터 특허 받은 ‘병원물품의 구매 및 물류관리시스템 및 방법’에 대해 특허침해가 의심된다고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자체 물류조달시스템 개발을 의뢰한 이지케어텍의 시스템이 E사의 것과 90% 이상 일치했기 때문. 확인 결과 조달시스템 특허 11개 중 9개 동일, 1개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E사는 특허법률사무소에 감정을 의뢰했고, 지난 달 15일 특허침해가 우려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분당서울대병원에 송달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은 특허권 침해 우려 공문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E사에 그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E사의 구매업무를 담당하던 과장급 인사 2명이 분당서울대병원 행정부서로 이직한 것으로 밝혀져 ‘인력 빼돌리기’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허침해 의혹이 짙어지는 이유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이지케어텍에 자체 물류조달시스템 개발을 의뢰한 결과 E사가 입을 손실은 연간 20억 원대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지케어텍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세운 의료정보업체로,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E사 관계자는 “실손액은 20억 원이지만, 다른 병원까지 미칠 영향에 따른 피해액 등을 합산하면 배로 늘어난다”며 “병원에 반박하고 싶지만, 을의 입장이기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지케어텍을 통한 자체 물류시스템 개발은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보내온 ‘계약특례 승인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을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국·공립 기관들은 민간에 위탁을 못 하게 되어 있다”며 “(E사와의 거래를) 갑자기 끊으면 환자 진료에 차질이 생기므로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자체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특허침해가 우려된다고 하는데, 조달시스템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자체 시스템은 서울대병원 교수가 앞서 개발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며 범용적인 성격을 가진다. 특허침해 소지가 있었다면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일축했다.
한편 관련 업계 종사자는 “현재 본원인 서울대병원은 E사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 만일 분당서울대병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서울대병원은 국·공립기관으로서 정부의 지침을 따르지 않는 게 되지 않느냐”며 “서울대병원 이 모 교수의 경우에도 앞서 특허를 받았다면 특허청에서 조회가 가능할 텐데 조회 결과 ‘0’이 나온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갑질’에 선진화된 GPO모델 제시한 E사 '경영위기'
의료 e-비즈 관리시스템 표준화 일조한 국내 대표기업 무너지나
지난 2000년 설립된 E사는 IT를 기반으로 의료분야의 전자상거래·물류관리시스템 및 그 방법론과 관련해 특허를 받고 이를 실무현장에 활용, ‘의료 e-비즈니스 관리시스템’의 표준화에 주력하고 있는 국내의 가장 대표적인 GPO기업으로 알려졌다.
E사는 병원과 공급사 간의 통합업무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전자상거래 시스템(MDvan)과 원내·외 물류관리시스템(ezWMS)을 통해 그 동안 병원이라는 전문성과 특수성 때문에 어렵다고 알려진 구매대행과 물류, 위탁재고 관리 분야를 개척해왔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과 같이 국·공립병원의 통합구매를 통한 의료 GPO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구매절감과 공정한 입찰시스템을 통해 병원의 경영 효율화 및 건보재정 건전화에 역할을 해왔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은 E사와의 지난 12년간의 거래 동안 국가 예산절감, 인력운영 효율화에서 성과를 거두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건보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좋은 성과를 거둔 E사와의 거래를 끊은 것이기에 분당서울대병원의 계약 파기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이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이 자체 물류시스템으로 전환함에 따라 IT물류시스템 업계의 기린아로 성장하던 E사는 연간 3~40%가 넘는 손실을 떠안게 됐다. E사와 같은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손실은 경영상의 위기까지 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치명타가 된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이 매년 자체 개발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기 위해서는 매년 대략 17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체 시스템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업계는 '의료기관 영리 자법인 허용'에 따른 사업 확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놨다.공공의료기관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이철희)이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그래픽=이희정기자 hj1925@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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