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77%, 중견기업 91.3% 조직건강도 하위수준
심각한 기업문화로 '상습적 야근'…잦은 야근은 오히려 업무 효율 낮아
여성 근로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남녀 간 문제인식 차이도
(서울=포커스뉴스) 국내 기업의 77%는 조직건강도가 글로벌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견기업의 경우에는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돼 국내 기업의 조직건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맥킨지와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 100개사의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조사를 통해 작성됐다. 맥킨지 조직건강도(OHI, Org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을 활용해 국내외 1800개사의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 분위기, 책임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사항을 평가·점수화했다.
조사 결과 조사대상 국내 기업 100개사 중 77개사의 조직건강도는 글로벌기업의 평균 조직건강도에 비해 낮게 나왔으며 그중 52개사는 최하위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중견기업은 91.3%나 하위수준으로 평가됐다. 상위수준으로 진단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를 포함해 23개사에 그쳤다.
항목별로 보면 주로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의 영역이 취약했고, △책임소재 △동기부여 등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건강에 대한 경영진과 직원 간 시각차도 컸다. 경영진은 자사 조직건강을 71점으로 높게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53점으로 최하위 수준으로 진단했다. 특히 △리더십 △문화 및 분위기 △방향성 항목에서 큰 격차를 보였다.
'지속성장 DNA' 역시 글로벌기업보다 66% 낮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꾸준한 성과 창출을 가능케 하는 조직운영 모델인 지속성장 DNA는 국내 기업의 경우 대다수가 '실행중심형 DNA'를 갖고 있는 한편 글로벌 기업의 경우에는 △실행중심 △시장중심 △리더십중심 △지식중심 등 유형이 다양했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 캐치업을 도전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행중심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패러다임에 부응해 능동적인 변신과 다양한 사업기회 포착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임직원 4만명을 대상으로 한국형 기업문화도 심층 진단했다. 직장인들은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습관화된 야근'을 꼽았다.
야근, 회의, 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가장 낮은 점수인 31점을 받았다. 이외에도 야근의 원인이 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 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 등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 직장인들의 평균 야근 일수는 2.3일로 나타났으며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나 됐다. 야근이 없다고 대답한 직장인은 12.2% 수준에 그쳤다.
대한상의는 이런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를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실제 조사에서 퇴근 전 갑작스러운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담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배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 등이 수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런 한국적인 야근 문화는 오히려 업무 성과가 떨어뜨린다는 것도 조사결과 확인됐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잦은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졌다.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에 9시간 50분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낮았다.
여성 근로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여성의 야근일수는 주5일 평균 2.0일로 2.3일의 남성보다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육아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에도 회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사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기업 과장 C씨는 “야근이나 회식 때 애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하면 배려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눈치 보이고 소외되는 것 같고, 직장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고 자조했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원인이라 꼽았다. 반면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보다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원인이라 평가해 남녀 간 인식 차이를 보여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질문은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으나 여전히 글로벌기업에 비교하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규범준수와 상생협력 수준은 모두 61점으로 다른 항목보다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하위권을 밑도는 것으로나타났다.직업윤리 준수 75점, 비즈니스 파트너십 59점, 지역사회 공헌 52점으로 3개 항목 모두 글로벌기업 대비 하위권 내지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한편, 회식이 업무나 개인 생활에 지장을 주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76.7%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해 회식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회식 횟수도 주 평균 0.45회로 집계됐다.
대한상의는 이런 문제점을 드러낸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을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가치관 공유 부재를 꼽았다.
대한상의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 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각 근인별 액션아이템을 마련해 기업문화 선진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우선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액션아이템으로 사업원칙 확립, 업무지시 및 피드백 적합화, 업무배분 원칙확립 등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목표와 개인과업 동기화, 성과중시 평가체계 확립과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더십 역량 및 가치관 공유부족은 리더십역량강화, 기업미션·가치설정·공유, 직무윤리 확립·공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이런 CEO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를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열어 기업문화이슈에 대해 공감대를 확산하고, 문제 이슈와 해법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하고, 우수기업문화 공모전을 여는 등의 현장개선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더불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협력해 창의적 기업문화 확산, 업무생산성 향산, 여성인재 근무여건 개선 등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대한상의는 밝혔다.글로벌기업 대비 우리기업의 조직건강도 수준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조직건강도에 대한 직급간 인식 차이<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지속성장의 DNA 유형과 글로벌기업과의 비교<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한국 고유 기업문화 실태<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야근의 역설<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기업문화 3대 근인과 액션아이템<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