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맞췄나"vs"불쾌해"…고성 오간 조남풍, 첫 재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11 18: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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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4억원 대위변제 두고 분리 의견 표명 요청

조 전 회장 변호인 "재판 절차 어긋나"

조씨 변호인 "입장 강요하는 것 자체가 불쾌"
△ 영장실질심사 출석한 조남풍 향군 회장

(서울=포커스뉴스) “4억원을 받긴 했다는 겁니까?”

마치 복싱 차잉벨(복싱 경기에서 경기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린 듯했다.

검찰의 공소요지와 변호인 측 변론요지가 끝나고 증거인부(認否) 여부를 결정하려던 순간 검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으면서 조용하던 법정이 시끄러워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엄상필)는 심리로 11일 오후 2시 30분 열린 조 전 회장에 대한 1차 공판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 전 회장은 재향군인회 회장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업무방해)와 향군상조회 인사 청탁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문제가 된 부분은 중국 제대군인회사업 관련해 조모(70)씨에게 4억원을 대위변제하게 했다는 부분이다.

중국제대군인회사업 관련 금품을 제공한 조씨는 “조씨에게 4억원을 지급한 것은 조 전 회장이 선거자금과 관련해 곤란한 일을 당하고 있다고 해서 인간적인 선의를 위해 지급한 것일 뿐 재향군인회와 사업 진행을 위해 청탁을 하려던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해당 사업은 조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추진하던 일이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후 재판부가 증거인부 여부를 결정하려하자 검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 조씨도 조 전 회장도 정확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명확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검사는 “(조 전 회장이) 4억원을 받긴 했다는건지, 그렇다면 무슨 명목으로 받은 것인지 등에 대한 의견이 없다”면서 “조 전 회장은 처음에 4억원에 대해 모른다고 했다가 지금은 알고 있었다는 듯한 애매한 표현을 쓰고 있는데 명확하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검사가 지적한 부분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자금을 횡령해 조 전 회장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하고 이를 조씨를 통해 변제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모(50)씨와 관련한 부분이다.

중국제대군인사업 관련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넨 조씨는 조 전 회장을 대신해 또다른 조씨에게 4억원을 변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4억원의 수수 등이 조씨와 또다른 조씨 사이의 일인지, 조 전 회장을 대신해 변제한 청탁의 명목이었는지 등을 명확히 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검사의 목소리가 커졌다.

검사는 “과거에 있었던 진실은 하나고 본인들은 분명 알고 있음에도 말이 계속해 바뀌고 있다”면서 “돈을 건넨 조씨도 역시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가 법정에 와서는 또 진술을 바꾸는 등 조 전 회장의 최종 입장에 따라 말을 맞춰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부에 “(조 전 회장과 조씨) 둘이 자꾸 말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각각 의견을 밝히되 한쪽을 퇴정시킨 후 의견을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전 회장 측 변호인이 마이크를 잡고 “지금 입장을 밝히겠다”고 하자 검사는 재차 분리해서 입장을 밝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양측의 설전은 시작됐다.

조 전 회장 측 변호인은 “검사님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기본적으로 조 전 회장은 입장을 전혀 바꾼 적이 없다”면서 “조씨의 입장이 왔다갔다하긴 했지만 청탁 명목이 없다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인만큼 청탁 명목을 밝히는 것이 검사가 해야할 입증책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양쪽 입장을 들으면서 피고인 한쪽을 나가있으라고 하는건 재판절차상 맞지 않는 얘기”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재차 조 전 회장 측이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돈을 준 경위에 관여한 것은 맞지만 조 전 회장이 또다른 조씨에게 갚아야 할 돈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다시 “갚아야 할 돈이 없기 때문에 조씨와 또다른 조씨가 알아서 한 것이란 얘기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조 전 회장 측도 역시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그 부분은 재판을 진행하며 천천히 밝힐 부분이고 검사가 입증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위변제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조씨 측 변호인도 검사 측 요청에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드러냈다.

조씨 측 변호인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고지했음에도 입장을 밝히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피고인으로서 굉장히 불쾌하다”면서 “(조 전 회장 측과) 연락을 한 적도 없고 당초 조 전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부분은 있지만 이것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진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조씨 측 변호인은 “나도 검사에게 묻고 싶다”면서 “조씨만 따로 불러서 처음 진술대로 이야기하라면서 강요하고 압박했는데 왜 그랬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검사는 “내가 수사검사가 아니라 내가 부른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시 조씨 측 변호인은 “조 전 회장과 조씨는 오랜 시간 잘 알고 지냈고 같은 조씨 일가”라며 “조 전 회장이 또다른 조씨에게 ‘선거자금을 빨리 주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돈을 마련해주면서 말을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 전 회장 측 변호인이 조씨 측 변호인에게 불쾌감을 나타냈다.

조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우리는 배임수증재와 관련해 조씨를 증인신문할 예정인데 마치 지금 사건을 확정하듯이 검사와 변호인 사이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조씨 변호인이 말을 맞췄다는 표현을 쓰면서 이걸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같은 내용의 언급을 재판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씨 측 변호인은 “그런 뜻으로 한 얘기는 아니었다”면서 “변호인을 상대로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야말로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 없이 여기저기서 벌어진 난장 같은 모습이었다.

결국 검사와 피고인들의 변호인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재판부가 중재에 나섰다.

재판부는 “양측이 수사기관에서나 밖에서 공방을 벌일 수는 있지만 재판과정 중에는 재판부를 통해 공방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사의 제한에 대한 의견을 밝힐 기회를 줬는데 재답변과 재질문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절차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 진술과 의견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금 오간 내용은 검찰 측이 궁금한 부분을 명확하게 요청해 들은 정도로 정리하고 재판부가 물어서 나온 답변이 아닌 만큼 공판조서에는 반영하지 않겠다”면서 “서로간 입증이나 반박을 위해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때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치열하게 진행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진행이나 단계를 염두에 두고 재판에 임해주면 신속하고 원만하게 진행될 것 같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과 변호인 측 설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증거채택 여부부터 증인신문 순서를 두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매번 재판부는 중재를 해야했고 논의 끝에 재판부 의견대로 결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이고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공소사실에 대해 다투는 부분이 형량을 좌우하는데 있어 중요하게 작용되는 것인 만큼 양측의 대립은 그 어느 난투극보다 치열해 보였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조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있어서 일부 인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다투는 취지”라고 말했다.

조 회장 변호인은 “업무방해의 경우 공소장에서 200명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19명 정도여서 전제 자체가 과장”이라며 “또 돈을 건넨 행위 등을 공직선거법 등으로 처벌할 수는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본다면 행위 자체를 업무방해로 볼 수는 없다”고 법리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서는 사안별로 공소를 반박했다.

먼저 인사청탁 명목으로 향군상조회 이모(65) 전 대표에게 6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처음 3000만원을 수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관련해 청탁이 오고간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며 “나머지 1000만원은 청탁과 수령 모두 인정하고 2000만원에 대해서는 수령 사실 자체가 없을 뿐 아니라 돈이 건네졌다고 지목된 당시가 면접이었기 때문에 정황상 돈이 오고갈 자리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명목으로 향군상조회 박모(70) 강남지사장에게 50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5000만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조 전 회장이 이를 바로 돌려주려고 실랑이를 벌이다 바로 돌려주지 못했던 것”이라며 “한달 뒤에 반환했고 처음 받았던 쇼핑백 자체로 돌려줬다”고 말했다.

한달 뒤 돌려준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굉장히 바빴고 건강이 좋지 않아 바로 돌려주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제대군인회사업 관련해 조모(70)씨에게 4억원을 대위변제하게 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당시 제대군인회와 사업을 추진 중이었던 것은 맞지만 주도권은 조흥연이 쥐고 있는 상황인만큼 조 전 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대위변제해야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또 사업주체 자체가 향군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 전 회장이 사무처리 위치에 있지 않았고 부정한 청탁과 사업을 연결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조 전 회장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8일 오후 4시에 열린다.지난해 11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금권선거와 불법 금품수수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조남풍 재향군인회장이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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