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재미'위해 방송서 의도적으로 표현…심의 규정없이 수용되는 편
방심위 "지나친 맞춤법 파괴 자막 사용·수용, 경계해야"
(서울=포커스뉴스) 방송 프로그램에서 '자막'은 기본 정보를 제공하는 보조수단을 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청자의 '재미'를 위해 최근 케이블과 모바일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자막에 한국어 맞춤법이 파괴되고 있다.
일부 방송에서는 출연자의 발음과 말투 그대로가 자막에 나타난다.
예를 들면 ‘~했어요’는 ‘~해써여’로 다소 애교스럽게 표현되기도 한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케이블·모바일 방송에서는 어긋난 맞춤법 자막이 수용되는 편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론칭한 콘텐츠 서비스 ‘핫질(HOTZIL)’에서 방영되는 ‘훈남씹어먹기’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진행자 모델 송해나·지현정이 말하는 그대로 방송 화면 자막에 나온다.
송씨가 ‘(껌을)씹어요?’라는 말을 ‘쓉어요?’라고 발음하자 이는 그대로 방송 화면에 나왔다.
또 '눈이 빨리 빨리 돌아가요'라고 언급한 부분은 '눈이 빤니 빤니 돌아가요'라는 텍스트가 방송에 노출됐다.
또 최근 새앨범을 발표한 국내 남성 솔로 가수 ‘에디킴’의 노래 ‘팔당댐’의 뮤직비디오가 화제다.
이 뮤직비디오 화면에는 ‘노래 가사’가 텍스트로 비춰진다. 그러나 이 가사는 에디킴이 노래를 부를 때 발음 그대로가 나온다. 이는 보는 이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예를 들면 ‘답장은 NO NO~ 도도하게’라는 가사를 ‘답짱은 노 노우~ 도도하게’라고 표기한 것을 볼 수 있다.
또 ‘솔직히 난~’ 이라는 부분은 ‘솔찍히 나-안’ 이라고 나타내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자막 사용 실태를 통한 방송자막 수용 변화 조사’에 따르면 자막은 제작자가 방송에 개입하는 또 다른 통로다.
뿐만 아니라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올리는 제작기법이다.
아울러 자막이 영상을 만화로 만들어 버려 ‘유치한 기법’으로 사용된다는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최근 자막을 즐기는 트렌드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재미를 느끼는 수용자도 늘어난 편이다.
자막은 시청자들이 넘길 수 있는 출연자의 행동과 말투, 영상에서의 상황 등을 ‘친절히’ 짚어준다. 이로써 방송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자막’은 프로그램 간 차별화와 '재미'를 담아내는 수단이 됐다.
독특한 자막의 디자인과 색감은 젊은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한다.
케이블방송 tvN에서 방영되는 ‘꽃보다청춘’을 즐겨본다는 이모(28)씨는 “출연자가 말하는 그대로가 자막에 나타날 때가 있는데 보기에 어색하지 않다”며 “오히려 출연자 말투가 그대로 나오니 방송을 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관계자는 지나치게 이러한 맞춤법 파괴 자막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든 장르에서 이런 변형을 시도한다든지 지나치게 무질서하게 자막을 오남용하는 경우는 경계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청자 역시 획일화된 선입관이나 편견을 없애고 프로그램 장르와 성격을 감안해 자막을 탄력적으로 수용하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중파 방송에서는 맞춤법이 어긋난 자막은 수용되지 않는 편이다.
MBC에서 방영되는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은 인터넷 방송 내용을 공중파 방송에 옮겨 놓은 포맷으로 진행된다.
이로 인해 ‘인터넷 용어’가 타 예능프로그램 보다 많이 노출된다.
예를 들면 방송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단어 ‘아 쥔짜 취사해...(?)', '으핳핳앟(웃는 모습) 등 용어가 화면에 자주 노출되는 편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2조 ‘방송언어’는 ‘방송은 바른말을 사용해 국민의 바른 언어생활에 이바지해야 한다’,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등 내용에 근거해 마리텔에 징계를 내린 바 있다.SK텔레콤이 지난해 11월 론칭한 콘텐츠 서비스 ‘핫질(HOTZIL)’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훈남씹어먹기’방송 화면 캡처.가수 에디킴의 노래 '팔당댐'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케이블방송 tvN에서 방영된 '꽃보다청춘-아이슬란드편' 화면. 파이터를 '뽜이터'로, 이건 뭐야를 '이건 모야'로 표현된 자막 모습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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