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C형간염 진원지' 병원장 사망…피해자 보상 ‘막막’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3-06 17: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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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포기땐 민사소송 성립 안돼…중재원 통한 보상도 어려워져

C형간염 환자 40여명‘유전자 2형’…치료비만 수천만원대 달해

(서울=포커스뉴스) 4일 오전 7시 53분쯤 C형간염 집단 감염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원장 노모(59)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됨에 따라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을 길도 막막해 졌다.

경찰은 노 원장이 원주시 무실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말했다.

노 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한양정형외과의원 내 집단 C형간염 원인이 병원 내 과실인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피해자들은 피해보상을 받기 어렵게 됐다.

◆ 민사 소송·중재원 통한 피해보상 어려워져

법률 전문가들은 노 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민사 소송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조정원을 통한 보상도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병원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한양정형외과의원의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대상이 사망했기 때문에 부인 또는 자녀들을 대상으로 제기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역시 상속을 포기하면 소송은 이뤄지지 않는다.

부인 또는 자녀가 상속에 의해 얻은 재산의 한도 안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는 ‘한정승인’을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피해자의 수가 많은 만큼 제대로된 피해보상은 받기 어렵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법무법인 화우 김재춘 변호사는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발생한 집단C형간염이 병원 내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면 민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된다. 그러나 원장이 사망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배상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건당국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피해가 발생했다는 논리로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현실적으로 입증이 쉽지 않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조정원을 통한 피해보상길도 사실상 막혔다. 의료분쟁조정원의 조정·중재 신청은 신청인뿐 아니라 피신청인도 참여 의사를 밝혀야 절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재원의 한 관계자는 “중재원의 조정·중재 신청은 피신청인이 참여 의사를 밝혀야만 성립이 된다”며 “한양정형외과의원의 경우 원장이 숨져 피신청인을 특정할 수 없다. 다만 가족이 피신청인의 재산을 상속받고, 이들이 중재 참여의사를 밝히면 손해배상금 대불 청구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중재원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지만 피신청인이 참여의사를 밝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구제받기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로써는 피해자들이 채권보전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는 방법밖에 없어보인다”고 조언했다.

◆ 피해자 40여명, 고가 치료제 필요한 ‘유전자 2형’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기석)와 강원도 원주시에 따르면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주사나 시술을 받은 환자 1만5443명을 대상으로 C형간염 등 혈액매개감염병 확인검사를 실시(2월24일 기준)한 결과, 검사 완료된 1545명 중 217명이 과거에 C형 간염에 걸렸거나, 현재 감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유전자형 검사가 이뤄진 87명 중 절반가량은 유전자형 2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은 C형간염 바이러스(HCV)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되는 일종의 감염병으로 유전자형 1형~6형, 각형마다 a, b 타입이 있다.

유전자형 1b형의 경우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다클린자·순베프라)가 보험급여 출시가 돼 있다. 이에 따라 환자는 약 259만원(24주 기준)의 본인부담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유전자형 2형의 경우에도 완치가 가능한 치료제(소발디·리바비린)가 출시돼 있지만 보험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소발디의 비급여 가격은 3800만원(12주 기준) 수준이다.

페그인터페론(주사제)+리바비린(경구약제)도 유전자2형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지만 독감 유사증상 뿐만 아니라 정서 문제(우울증, 불면증, 신경질), 혈액변화(백혈구감소, 혈소판감소, 빈혈), 갑상선 기능장애, 가려움, 탈모 등 부작용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상훈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형간염 유전자형 2형환자의 경우 1b 환자에 비해 치료비 부담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며 “기존 치료제인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도 유전자형 2형에서 높은 완치율을 보이지만 부작용이 심해 환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한 남성이 주사기를 들고 있다. 2015.11.21 ⓒ게티이미지/멀티비츠2016.02.26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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